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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바쳐진 제주 북촌 카네이션…4·3 애기무덤의 아픔

중앙일보

입력

영화 ‘폭낭의 아이들’ 제작팀 어린이날 맞아 추모

지난 4월 3일 북촌리 너븐숭이 애기무덤을 찾은 폭낭의 아이들 출연 김상우군. 사진 폭낭의 아이들 제작팀

지난 4월 3일 북촌리 너븐숭이 애기무덤을 찾은 폭낭의 아이들 출연 김상우군. 사진 폭낭의 아이들 제작팀

제주 4·3사건 당시 희생된 어린이들을 추모하는 ‘카네이션’ 헌화 행사가 열린다.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을 맞아 4·3의 어린 희생자와 유족에게 위로의 마음을 전달하기 위해서다.

4·3의 아픔을 담은 예술영화 ‘폭낭의 아이들’ 제작팀은 5일 오전 제주시 북촌 너븐숭이 애기무덤에서 추모 카네이션을 헌화한다고 밝혔다. 이곳 애기무덤에는 20여 기의 돌무덤이 조성돼 있다. 이 중 적어도 8기는 북촌 대학살 때 희생된 지역 어린아이의 무덤인 것으로 조사됐다. 나머지 무덤에는 4·3 이전에 목숨을 잃은 아이들이 잠들어있다.

애기무덤에 헌화, 4·3유족에 위로 카네이션

지난 4월 3일 북촌리 너븐숭이 애기무덤을 찾은 폭낭의 아이들 출연자 오신예(왼쪽)양, 김상우군. 사진 폭낭의 아이들 제작팀

지난 4월 3일 북촌리 너븐숭이 애기무덤을 찾은 폭낭의 아이들 출연자 오신예(왼쪽)양, 김상우군. 사진 폭낭의 아이들 제작팀

이날 돌무덤 일대에는 영화 ‘폭낭의 아이들’ 출연 어린이 등 관계자와 북촌리 4·3유족회원이 함께 모인다. 이들은 4·3으로 희생된 영유아를 위해 애기무덤에 카네이션을 헌화한다. 또 북촌리 마을에서 희생당한 4·3 유족의 가슴에 ‘어머니의 사랑’이라는 꽃말의 빨간 카네이션을 달아 준다. 이와 함께 지난해 12월 어린 희생자를 위한 43개의 동백꽃보자기로 감싸 공양한 곤밥(쌀밥) 교체작업도 진행된다. 기존의 곤밥은 어린이날을 맞이해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사탕’으로 교체된다.

“추모의 시간, 제주 4·3 해원 계기 됐으면”

폭낭의 아이들 사유진 감독. 사진 폭낭의 아이들 제작팀

폭낭의 아이들 사유진 감독. 사진 폭낭의 아이들 제작팀

사유진 ‘폭낭의 아이들’ 영화감독은 “이번 추모의 시간이 작게나마 제주4·3 해원(解寃)의 계기가 됐으면 한다”며 취지를 설명했다. 영화 ‘폭낭의 아이들’은 너븐숭이 애기무덤이 있는 제주시 북촌리에서 부모와 함께 희생된 어린이들을 추모하기 위한 작품이다. 올해 하반기에 개봉될 예정인 이 영화는 제주 출신 출연진과 제주도민들의 참여로 만들어졌다. 영화의 제작진과 출연진은 지난 4월 3일 오전 애기무덤 일대에서 제73주년 4·3희생자추념 표석과 추모 바람개비를 설치하기도 했다.

북촌리, 4·3 당시 300명 명 집단 학살 비극

지난 4월 3일 북촌리 너븐숭이 애기무덤을 찾은 보리수어린이합창단 단원이 바람개비를 설치하고 있다. 사진 폭낭의 아이들 제작팀

지난 4월 3일 북촌리 너븐숭이 애기무덤을 찾은 보리수어린이합창단 단원이 바람개비를 설치하고 있다. 사진 폭낭의 아이들 제작팀

 북촌리는 4·3의 최대 피해 마을 중 한 곳으로 꼽힌다. 1949년 1월 17일 군인 2명이 무장대의 습격에 숨지자, 무작정 주민들을 북촌초등학교에 모아 인근에서 300여 명을 집단 학살한 비극이 발생한 곳이다. ‘제주 4·3사건’은 광복 이후인 1948년 4월 3일에 제주에서 발생한 소요사태 당시 무고한 주민들이 대거 희생당한 사건이다. 1947년 3월 1일 집회가 열렸고, 가두시위를 하던 중 어린아이가 경찰이 탄 말에 치여 다쳤다.

항의하던 민간인에게 경찰이 총을 발포했고, 6명이 사망했다. 이후 대규모 시위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최소 1만5000명이 사망하고 3631명이 행방불명됐다. 당시 내란실행, 국방경비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수형인은 2500명에 달한다.

제주=최충일 기자 choi.choo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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