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PC방·입시 스트레스·다이어트가 결핵 부른다

중앙일보

입력

3월24일은 국제 항결핵.폐질환연맹이 지정한 '세계 결핵의 날'이다.

많은 사람들이 '결핵'을 못 먹고 못 살던 시절의 '후진국병'으로 알고 있지만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결핵은 세계적으로 매년 200만명의 목숨을 앗아갈 만큼 위세를 떨치고 있다. 단일 질병으로는 사망원인 1위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매년 3천명 안팎이 결핵으로 인해 사망할 정도로 결핵 다(多) 발생국이다.

실제로 2004년 집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결핵 발병률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1위로 미국의 12배, 일본의 3배에 달한다. 또 낮아지던 발병률 역시 2003년을 기점으로 다시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특히 20~30대 환자가 전체의 40% 가까이를 차지하는 전형적인 후진국형 형태를 보여주고 있는 것도 문제다. 이는 PC방 등 젊은 층들이 주로 이용하는 공간이 밀폐된 곳인 데다 입시 스트레스나 과도한 다이어트로 인해 저항력과 면역력이 약해졌기 때문으로 의료진들은 보고 있다.

여기에 알코올 의존증, 영양실조 당뇨, 위 절제술, 면역억제, 기타 만성 질환 등도 결핵 발병의 주요한 원인이 된다

'세계 결핵의 날'을 맞아 만성 전염성 질병인 결핵의 치료.예방법을 알아본다.

◇ 결핵이란

결핵균에 의해 발생하는 만성 감염증으로 제3군 법정 전염병이다. 인체 어느 곳에서나 발생할 수 있는 전염성이 있으며, 폐에 균이 가장 잘 침범하기 때문에 폐결핵이 제일 많다.

폐결핵은 초기에 특별한 증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병이 진행함에 따라 전신 권태감, 미열, 식은땀, 기침, 가래, 체중 감소, 객혈 등의 증세가 나타난다.

조기에 발견하면 약물로 완치할 수 있지만, 적절한 치료를 하지 않으면 전반적인 면역기능을 약화시켜 각종 합병증이 나타나 사망할 수도 있다.

◇ 결핵의 감염 경로

결핵은 유전병이 아니며 결핵환자가 기침, 재채기, 노래, 대화 등을 할 때 배출되는 가래 방울에 결핵균이 섞여 공기 중에 떠다니다 다른 사람의 폐 속에 들어가 전염된다.

결핵 환자와 접촉하는 경우 건강한 성인이 결핵으로 발병되는 경우는 흔하지 않지만 면역기능이 저하된 환자(당뇨병, 노인, 간질환, 알코올중독, 만성 신부전증, 영양결핍, 규폐증 등)는 결핵에 걸릴 확률이 높다.

이 외에도 스테로이드나 항암제 치료 등 면역력을 저하시키는 약을 투약 받고 있는 환자도 결핵에 걸릴 가능성이 있다.

◇ 결핵의 증세

균이 침범한 장기에 따라 증세가 여러 가지로 나타난다. 가장 많은 게 폐결핵인데, 주 증세는 미열, 체중 감소, 오한 등이다. 처음에는 감기 증세가 오래 계속되다가 서서히 만성화되기 때문에 대부분의 환자들은 정확한 발병 시기를 모를 때가 많다. 이 같은 주 증세 외에 기침, 가래, 흉통, 호흡곤란, 권태감, 식욕부진 등이 나타나기도 한다. 그러나 아무런 자각증상이 없는 경우도 많다.

폐에 큰 공동이 있어도 기침이나 가래, 전신증세 등이 없는 경우가 많으므로 정기적으로 검진을 하지 않으면 발견되지 않을 수도 있다.

기타 장기는 늑막염일 때 흉통.기침.호흡곤란.발열 등의 자각증세가 있고, 장 결핵일 때 앞서 말한 전신증세 외에 복통.설사.헛배 등이 따른다.

림프선 결핵은 전신증세는 심하지 않고 목 주위의 림프선이 커져서 혹같이 만져진다. 신장 결핵은 오줌에 적혈구.백혈구가 보이고, 심하면 고름과 같을 때도 있다.

◇ 결핵의 진단

결핵이 의심되는 증상이 있으면 X-선 촬영을 해보고 확진을 위해 객담(가래)검사를 한다. 결핵의 X-선 검사 소견은 매우 다양한데, 폐암.폐농양.폐렴.진폐증 등의 다른 질환과 감별이 잘 안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를 '결핵 의증' 또는 '의사 결핵'이라고 한다. 객담 검사에서 결핵균이 발견되면 확실한 진단이 된다.

객담검사에는 직접 도말검사, 배양검사, 약제 감수성검사 PCR법 등이 있다. 이 외에도 면역 반응 검사, 기타 혈액검사 등이 진단에 도움을 줄 수 있으며, 폐 이외의 장기에 침범한 결핵은 각각 그 장기에 대한 검사를 따로 해야 한다.

◇ 결핵의 치료

결핵은 근본적으로 내과적인 질병이고 적절한 치료로 완치 가능한 질병이다. 최소 6개월 이상의 장기적이고, 중단없는 규칙적인 약물 복용이 필요하다.

약의 복용은 철저하게 의사의 지시를 따라야 하며 약물 복용 때 문제가 발생했다면 환자 자신이 임의로 결정하기보다 즉시 의사와 상담해야 한다.

환자 스스로 투약을 중지하거나 변경하는 것은 결핵균이 약에 듣지 않도록 내성을 키울 수 있다. 때문에 약을 복용하지 않는 것보다 더 나쁜 영향을 미치게 되는 만큼 가능하면 본인이 복용하는 약의 이름을 알고 있어야 한다.

복용하는 약은 초기 치료에 사용되는 1차 약품과 1차 약품에 내성이 있거나 부작용이 있을 때 사용하는 2차 약품으로 나눌 수 있다.

처음 결핵약을 복용하는 대부분의 경우에는 1차 약제(아이나, 리팜핀, 에탐부톨, 피라지나마이드 등)를 복용하게 되며, 하루에 한번, 아침식사 1시간 내지 30분 전에 복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치료를 제대로 받았다면 대부분 약 복용 후 2주일이 정도면 전염성은 거의 없다.

따라서 일반 건강 상태가 불량하지 않으면, 평소의 활동을 중단할 필요도 없으며, 다른 사람과 접촉해도 괜찮다.

그러나 치료 시작 전에 타인에게 전염시켰을 가능성이 많은 만큼 결핵 환자와 같이 거주하는 가족들, 특히 어린이나 면역 기능이 저하된 사람은 꼭 병원에서 진찰을 받아야 한다. 결핵 때문에 특별히 가릴 음식은 없다.

◇ 20~30대 젊은층이 더 위험하다

1965년 처음 결핵환자에 대한 통계조사가 이루어진 이후 현재 우리나라의 결핵환자는 7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나라에서는 17만명 정도가 결핵을 앓고 있고 매년 3만명 이상의 신규 환자가 발생해 미국이나 일본 등에 비해 현저하게 높은 발병률을 보이고 있다.

또 하나 주목해야 할 점은 20~30대의 발생률이 현저히 높다는 것이다. 다른 선진국의 경우 60~70대 노년층의 발생률이 높은 데 비해 우리나라는 전체 환자의 37.8%가 20~30대로 후진국형 양상을 보이고 있다. 최근에 PC방 등 밀폐장소를 이용하는 젊은층들이 확산되면서 감염률이 높아진 것으로 보고 있다.

세란병원 내과 이지은과장은 "젊은층들은 공공장소에 노출이 많기 때문에 감염빈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나이와 상관없이 면역력이 떨어진 경우에는 누구나 발병하게 되는 만큼 젊은층들도 평소 건강관리에 신경써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젊은층의 경우 전신피로, 기침, 미열 등이 계속되는데도 병원을 찾지 않아 병이 많이 진행된 상태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흔하다는 게 의료진의 지적이다.

20~30대는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 활발한 활동을 할 시기인 만큼 기침이 2주 이상 계속되거나 이유 없는 무기력증, 미열 등이 계속되면 병원을 찾아 진단을 받아보는 게 좋다.

◇ '다이어트'는 결핵의 적

다이어트가 지나치다 보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다이어트를 하는 이들의 대부분은 무턱대도 굶는다거나 무리하게 운동을 해서 체중을 줄이고 있는 게 현실이다.

체계적인 계획과 식단 구성, 운동이 병행되지 않고 무조건 살을 빼고 보겠다는 심리는 결국 몸에 악영향을 가져오게 돼 있다. 일반적으로 결핵은 여자보다 남자의 발생률이 더 높다고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도 남성 결핵 환자가 여성의 1.6배에 달한다. 그러나 20대에서는 남녀 비율이 1:1인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이지은 과장은 "20대 여성들의 경우 무리한 다이어트 때문에 몸에 영양 불균형이 올 수 있다"면서 "이때 결핵균에 노출된다면 저항력이 떨어진 상태이기 때문에 발병할 확률이 높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 결핵과 관련된 몇가지 궁금증

▷ 결핵 환자와 식사를 같이 해도 괜찮나

결핵 환자가 쓰는 식기, 의류, 침구 등의 일상 생활용품을 따로 소독하거나 세탁할 필요는 없다. 결핵은 대개 호흡기를 통해 감염되므로 식사와 크게 관련성이 있지는 않다. 그리고 결핵약을 2주 이상 지속적으로 복용하게 되면 대부분의 경우에는 전염성이 없어진다.

▷ 결핵 환자와 생활 할 때 가족에게 전염될 위험이 높은가

결핵균이 전염됐다고 해서 모두 결핵으로 발병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가족에게 노출되는 것은 결핵약을 복용하기 전이므로 호흡기 증상이 있을 때는 병원에서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5세 이하의 어린이는 성인과 달리 결핵에 감염되면 전신 결핵으로 이어질 위험이 큰 만큼 소아과에서 검진을 받도록 하고, 감염력이 충분히 없어질 때까지 가능하면 접촉을 피해야 한다.

▷ 결핵 환자는 무조건 쉬어야 하나

매우 심한 결핵이나 특별한 증세가 있는 경우 이외에는 항결핵제를 복용하면서 적절한 운동이나 직장, 학교 생활은 계속할 수 있다. 단, 규칙적으로 충분한 기간에 걸쳐 약을 복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도움말 : 세란병원 이지은 과장, 정기석 평촌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알레르기센터 과장, 이상엽 고대 안암병원 호흡기센터 교수)

(서울=연합뉴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