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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옵션 빼고 생산한다"…반도체 위기 5월에 최고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현대차는 파워트레인 컨트롤 유닛(PCU)에 들어가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으로 그랜저와 쏘나타를 생산하고 있는 아산공장 가동을 12~13일 이틀 동안 중단했다. 사진은 13일 가동을 중단한 현대차 아산공장 모습. 연합뉴스

현대차는 파워트레인 컨트롤 유닛(PCU)에 들어가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으로 그랜저와 쏘나타를 생산하고 있는 아산공장 가동을 12~13일 이틀 동안 중단했다. 사진은 13일 가동을 중단한 현대차 아산공장 모습. 연합뉴스

글로벌 자동차업계가 5월에 '감산' 회오리에 휩싸일 전망이다. 연초부터 불거진 차량용 반도체 품귀 위기가 다음 달 최고조에 달해 대규모 생산 차질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당장 포드나 폴크스바겐 등의 공장 셧다운이 이어지고 있고 일부에서는 생산 차질 대수가 1000만대에 이를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현대차·기아 역시 반도체 위기로 일부 옵션을 빼고 차량을 생산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글로벌 '톱 10' 업체 중에는 포드의 상황이 가장 다급한 것으로 외신들은 지목하고 있다. 짐 팔리 포드 CEO는 지난 28일 "애초 20~40만대 생산 차질을 예상했지만, 올해 110만대가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는 지난 5일 미국 자동차혁신연합이 예측한 "올해 미국 전체 생산 대수 128만대 차질"을 크게 넘어서는 수치다. 앞서 포드는 미국·캐나다 등에 있는 대부분의 공장에서 셧다운을 겪었다.

포드도 폴크스바겐도 잇따라 공장 셧다운   

세계 최대 완성차업체 폴크스바겐의 상황도 여의치 않다. 폴크스바겐은 5월 3일부터 멕시코 공장을 2주간 중단할 것이라고 29일 밝혔다. 멕시코 공장에선 제타와 티구안을 생산한다. 폴크스바겐 역시 이미 독일·슬로바키아 공장을 셧다운한 바 있다. 폴크스바겐은 "1분기는 잘 견뎠지만 텍사스 한파와 일본 르네사스 공장 화재로 2분기에는 생산 차질을 겪을 것"이라고 밝혔다. 단, 생산 차질 예상 수치를 공개하진 않았다.

독일의 메르세데스-벤츠는 자동차 반도체 부족으로 독일 내 2개 공장이 생산을 지난달 말 중단했다. 이로 인해 브레멘과 라스타트 공장에 근무하는 1만8500명의 직원이 근로시간 단축에 들어갔다. 도요타·닛산 등 일본 메이커도 일시적으로 공장 가동을 중단하며 생산 대수를 조절하고 있다. 일본 자동차업계는 자국 반도체 기업인 르네사스 화재 등으로 생산 차질이 향후 6개월간 120만대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대차, 파킹 어시스턴트 등 빼고 생산  

국내 현대차·기아도 2분기 들어서는 감산을 피할 수 없을 것이란 우려에 휩싸여 있다. 하언태 현대차 사장은 최근 울산공장에 열린 노사협의회에서 반도체 부족으로 인한 어려움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가 휴업 일정을 내놓진 않았지만 5월 중 일시 휴업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최대한 (휴업 없이) 생산을 이어가는 방법을 찾고 있다"며 "반도체 부품이 많이 들어가는 일부 옵션을 빼고 생산하는 방식을 고객들과 조율 중"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기아는 뒷 트렁크를 자동으로 여닫는 스마트 테일 게이트나 주차를 도와주는 파킹 어스트턴트 등의 옵션을 빼고 차량을 생산하는 방식으로 반도체 부족 위기를 넘기겠다는 복안이다.

자동차업계서는 연초만 해도 반도체 부족이 2분기 이후 해소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이제는 장기화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차량용뿐만 아니라 가전·컴퓨터 등 전 분야로 반도체 품귀 현상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짐 팔리 포드 CEO는 "완성차업체가 차량용 반도체 공급을 완전하게 회복하는 시점은 2022년에야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따라 반도체 부족으로 인해 생산하지 못하는 차량도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자동체업계는 연초만해도 생산 차질이 전체 생산 대수의 2~3%에 그칠 것으로 봤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 규모가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HS 마킷은 1분기(1~3월)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인한 글로벌 완성차업체의 생산 차질은 130만대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2분기에 반도체 공급 부족이 더 심화하면서 생산 차질 대수가 1000만대에 이를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포드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고려할 때 전 세계 생산 차질은 최대 1000만대 가까이 될 수 있다"며 "한국의 외자계 3사는 물론 현대차·기아도 상당한 생산 차질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2019년 기준 포드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약 5.9%다. 글로벌 자동차 업계는 지난해 약 7500만대, 코로나 19 이전인 2019년에는 약 9100만대를 생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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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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