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 선물 받긴 받았는데…살 찔까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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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렌타인 데이에 받은 초콜릿이 '애물단지'다. 먹자니 칼로리가 높아 비만을 부를 것 같고, 그렇다고 마냥 모셔두기만 하자니 볼 때마다 입맛이 당긴다.

'사랑의 묘약'이라는 초콜릿은 달콤하지만 먹기에 왠지 꺼려지는 식품 가운데 하나다. 단맛 때문이다. 단맛의 실체인 단순당(糖)은 비만.충치를 일으킬 수 있다. '여드름을 돋게 한다'는,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속설도 초콜릿을 기피하게 하는 원인이다. 그러나 최근 초콜릿도 '적게 먹고, 잘 가려 먹는다'는 전제조건만 충족되면 건강에 이로울 수 있다는 논문들이 선진국에서 나오고 있다. 여기서 '소량 먹으라'는 것은 과식하면 다이어트는 '물 건너 간다'는 의미다. '잘 가려 먹으라'는 것은 '다크(dark) 초콜릿'을 선택하라는 뜻이다.

지금 내가 먹고 있는 초콜릿이 다크 초콜릿인지를 알려면 제품에 표시된 라벨을 확인하면 된다. 스위트 초콜릿이라고도 불리는 다크 초콜릿은 애칭처럼 스위트하지(달지) 않다. 떫음과 쓴맛이 혼재돼 있다. 코코아가 30~50%(밀크 함량은 0~3%)나 들어 있어서다. 시판 중인 초콜릿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밀크 초콜릿의 코코아 함량은 7~17%에 불과하다. 주성분은 밀크(15~25%)다. 화이트 초콜릿엔 코코아가 일절 들어 있지 않다.

코코아 함량이 높은 초콜릿이 건강에 유익한 이유는 무엇일까?

카카오나무에서 얻은 카카오를 가공한 코코아에 플라보노이드라는 항산화 성분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이 성분이 노화와 각종 성인병의 주범인 유해산소를 없애준다는 것.

코코아엔 플라보노이드가 같은 무게의 녹차.브로콜리.적포도주.양파보다 훨씬 많이 들어 있다(가톨릭의대 강남성모병원 김세홍 교수).

코코아의 혈관 보호 효과는 파나마 쿠나 인디언의 사례에서 엿볼 수 있다. 이들은 집에서 직접 만든 코코아를 하루 서너 잔씩 마신다. 이런 식습관이 이들의 고혈압.심장병 발생률을 낮추는데 기여했다. 60세 이상 쿠나족 남성의 평균 혈압이 수축기 110, 이완기 70으로 정상이었다. 그러나 이들 중 도시로 이주한 사람들은 코코아 섭취를 게을리했고, 그 결과로 혈관질환 발생률이 서구인과 별로 차이 나지 않게 되었다(프로시딩스 오브 더 내셔널 아카데미 오브 사이언스 2006년 1월).

15명의 건강한 이탈리아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선 다크 초콜릿이 혈압을 낮추는 것으로 밝혀졌다(미국임상영양학회지 2005년 3월). 이들에게 다크 초콜릿을 하루 100g씩 15일간 제공한 결과 평균 수축기 혈압이 114에서 108로 낮아졌다. 그러나 1주일 뒤 화이트 초콜릿을 매일 90g씩 15일간 먹였는데 초콜릿 섭취에 따른 혈압의 변화가 없었다. 또 소량의 다크 초콜릿 섭취는 노화를 지연시키고, 변비를 예방하며, 충치를 억제하고, 설사를 막아준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처럼 다크 초콜릿은 건강에 긍정적인 면이 적지 않다. 그러나 비만이나 당뇨병 환자는 되도록 적게 먹는 것이 상책이다.

다크 초콜릿의 열량(100g당 551㎉)은 밀크 초콜릿(563㎉) 못지 않고 단순당과 지방 함량이 높아 비만을 부를 수 있다(경희대병원 임상영양센터 조미란 연구원). 간질성 방광염.과민성 대장증후군.불안장애.편두통.역류성 식도염 환자도 섭취를 삼가는 게 좋다. 과량 섭취하면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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