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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부부 특공, 비혼족도 받게 되나요" 2030 신가족의 기대감

중앙일보

입력

정영애 여성가족부 장관이 27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영애 여성가족부 장관이 27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가족’의 시대는 연착륙할 수 있을까. 정부가 지난 27일 비혼 커플, 노년 동거, 위탁 가정 등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인정하며 민법과 건강가족지원법(건가법) 개정 논의를 꺼내면서 2030 세대 사이에서 기대와 의문이 이어지고 있다. 혼인이나 혈연관계가 아니라도 생계를 함께하는 다양한 관계도 가족으로 인정하자는 취지에 공감하면서 현실적인 대책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제4차 건강가정 기본계획’에 따르면 혼인·혈연·입양관계에서만 가족을 인정하는 민법과 건가법을 개정할 계획이다. 현행 민법 779조에서는 가족의 범위를 ‘배우자, 직계혈족, 형제자매’’생계를 같이하는 직계혈족의 배우자, 배우자의 직계혈족, 배우자의 형제자매’로 규정한다. 정부는 이 가족 범위 조항을 삭제할 예정이다.

비혼 동거 가족도 기존 ‘가족’이 누리던 주거와 의료 등의 권리를 동등하게 누리는 방안도 검토할 방침이다. 일부 비혼 동거 커플은 자신들도 신혼부부 특공(특별공급) 자격을 받을 수 있을지를 기대하고 있다.

"비혼 동거족, 신혼부부 특공 받을 수 있나요"

방송인 사유리가 지난 4일 일본에서 3.2kg의 건강한 남자아이를 출산했다. KBS 9뉴스 화면 캡처

방송인 사유리가 지난 4일 일본에서 3.2kg의 건강한 남자아이를 출산했다. KBS 9뉴스 화면 캡처

배우자 대신 친구와 함께 생활하는 비혼의 삶을 계획하고 있는 이모(28)씨는 “경제공동체라는 개념으로 결혼하게 되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은데, 내가 비혼을 결심하고 맞이하게 된 가장 큰 걸림돌이 내 집 마련이었다”며 “신혼부부처럼 아파트 분양에서 혜택받을 수 있는 입장이 아니었는데 전통적인 가족 범주에 벗어난 사람들에게 제도적 지원이 이제라도 나오게 돼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직장인 박지환(32)씨는 “사람들의 인식에 비해 제도가 따라오지 못한다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1인 가구가 늘어나는 이 시점에 정부에서 드디어 논의가 나와 기쁘다”고 했다. 이어 “비혼모 사유리의 출산이 우리에게 가족의 의미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준 것 아닐까 싶다”고 덧붙였다.

전통적 혼인과 제도를 해친다는 우려도

한국한부모연합, 정치하는 엄마들 관계자들이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S 신관 앞에서 비혼출산 혐오세력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건강가족기본법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한부모연합, 정치하는 엄마들 관계자들이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S 신관 앞에서 비혼출산 혐오세력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건강가족기본법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새로운 가족 정책들이 5년 안에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법률 개정이 필요한 부분이 많고 일부 종교계의 반발이 심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전통적 가족의 해체’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28일 한국교회총연합은 "이러한 계획이 전통적 가정과 가족의 해체와 분화를 가속화 하는 데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세밀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본다"며 "다양한 동거인에 대한 분별없는 보호와 지원계획은 전통적 혼인과 가족제도에 대한 해체를 의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심히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이번 가족 정책에는 비혼모에 대한 지원, 미혼 부모에 대한 차별인식 개선대책, 아버지의 성을 우선으로 따르는 부성 우선 원칙 폐기 등의 내용도 담겨있다. 송재룡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부성 우선원칙 폐기에 대한 내용은 남성중심문화가 강력하게 깔린 한국에서 저항이 적지 않을 것이지만, 그동안 한국은 획일화된 가족 유형과 양식에만 집착해 온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정책적인 조치들의 첫걸음을 뗀 것은 미래를 생각했을 때 상당히 의미가 있고, 부성 우선 원칙 폐기에 대한 논의는 남녀평등의 진정한 의미가 실현되는 사회가 되기 위한 중요한 발걸음"이라고 평가했다.

최연수·권혜림기자choi.yeonsu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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