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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 과세 한다지만…모호한 정의, 해외 탈세 우려 여전

중앙일보

입력

서울 시내 가상화폐 거래소의 모습. 연합뉴스

서울 시내 가상화폐 거래소의 모습. 연합뉴스

정부가 가상자산(암호화폐)에 대한 과세를 내년부터 시행하기로 하자 일부에서는 “준비 부족”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해외 가상자산 정보 파악의 어려움, 가상자산에 대한 모호한 정부 입장이 문제로 꼽힌다.

28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한 소득세법 개정안에 따라 가상자산 거래로 연간 250만원 이상 소득이 발생하면 초과분의 20%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기재부 관계자는 “가상자산 과세를 위한 소득세법 개정이 마무리됐고, 바뀐 특정금융정보법에 따라 오는 9월부터 가상자산 거래 사업자는 실명계좌 확인 의무 등이 생기면서 과세자료도 확보할 수 있게 됐다”면서 “가상자산 과세를 위한 준비는 큰 문제 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부 설명과 달리 실제 가상자산 과세체계 정착을 위해서는 아직 난관이 많이 남았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우선 문제가 되는 부분은 과세 정보를 얼마만큼 명확하게 확보할 수 있는지다. 특히 국내와 달리 해외에서 거래하는 가상자산은 정보 파악이 쉽지 않아 과세 구멍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실제 이와 관련해 정부는 최근 해외금융계좌 신고의무에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 계좌를 추가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해외금융계좌 잔액이 5억원을 초과하면 계좌정보를 금융당국에 신고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조치만으로 조세 정보를 모두 파악하기엔 부족하다. 한국과 달리 다른 나라는 아직도 실명 계좌를 통해 가상자산을 거래하지 않는 곳도 많다. 또 송금이 자유로운 가상자산 특성상 필요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세금을 피해 해외로 자산을 이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동금융정보 교환에 가상자산 계좌를 추가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이럴 경우 다른 나라 가상자산 관련 계좌 정보를 매년 교환할 수 있다. 하지만 가상자산에 대한 각국 입장이 달라 당장 이것이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최원석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가상자산 과세 준비가 명확하게 되지 않은 상황에서 과세부터 시작한다면 국내외 해외 가상자산의 과세 형평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면서 “오히려 국내 가상자산에 몰린 자금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가상자산의 명확하지 않은 개념도 문제로 꼽힌다. 27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기자간담회를 가지고 “가상자산은 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는 무형의 자산”이라면서도 “자본시장육성법에서 정한 금융자산으로는 보기 어렵고 자본시장 육성법상 규제나 보호 대상도 아니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가상자산으로 번 돈에 대해선 과세하겠지만, 주식이나 채권 같은 금융상품으로 보호하지는 않겠다는 얘기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부의 애매한 입장이 오히려 가상자산 투자자들에게는 혼란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한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가상자산을 금융상품으로 보지 않는다고 하면서 주식과 채권처럼 과세하면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마치 가치가 있는 상품처럼 보이게 된다”면서 “이것은 오히려 사람들에게는 가상자산을 제도화한다는 의미처럼 읽힐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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