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가장 춥다는 1월말 '대한'도 영상권…109년간 겨울 22일 줄어

중앙일보

입력

올해 1월 세종시에서 한라봉을 수확 중인 농민. 지금처럼 온실가스 배출이 지속되고 온난화가 진행되면 2100년에는 충남 지역까지 아열대기후에 포함될 지도 모른다는 전망이 나왔다. 프리랜서 김성태

올해 1월 세종시에서 한라봉을 수확 중인 농민. 지금처럼 온실가스 배출이 지속되고 온난화가 진행되면 2100년에는 충남 지역까지 아열대기후에 포함될 지도 모른다는 전망이 나왔다. 프리랜서 김성태

100년 전의 한반도에 비해 21세기의 한반도는 기온이 1.6도 올랐고, 겨울이 22일 줄어들고 여름이 20일 늘었다. 이런 추세라면 2100년엔 충청도까지 아열대기후를 보일지 모른다는 전망도 나온다.

기상청은 28일 1912년부터 109년간의 기후관측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100년 이상 관측자료가 있는 서울‧인천‧부산‧대구‧목포‧강릉 6개 지점의 자료를 토대로 했다.

연평균 1.6도↑… 대구 +2도, 서울 +1.9도

지난해 폭염특보가 내려진 서울 도심에서 살수차가 도로에 물을 뿌려 열기를 식히는 모습. 전국 6개 도시에서 109년간 기후관측자료를 분석했더니, 도시화가 많이 진행된 지역일수록 기온 상승폭이 큰 경향이 뚜렷했다. 연합뉴스

지난해 폭염특보가 내려진 서울 도심에서 살수차가 도로에 물을 뿌려 열기를 식히는 모습. 전국 6개 도시에서 109년간 기후관측자료를 분석했더니, 도시화가 많이 진행된 지역일수록 기온 상승폭이 큰 경향이 뚜렷했다. 연합뉴스

109년 전의 30년(1912~1940)과 가장 최근의 30년(1991~2020)을 비교하면 연평균기온은 1.6도 올랐다. 10년마다 0.2도씩 오른 셈이다. 대구는 2도, 서울은 1.9도가 올랐는데 목포는 0.8도가 오르는 등 내륙일수록, 도시화가 진행된 곳일수록 기온 상승폭이 더 컸다.

109년 전보다 열대야는 8.4일 늘고, 폭염일수는 1일 늘었다. 반면 한파는 4.9일 줄고, 결빙도 7.7일 줄었다.

이에 대해 기상청 김정식 기후변화감시과장은 “서울과 대구의 기온이 더 많이 오른 건 도시화의 영향도 있다”고 밝혔다. 김정식 과장은 “도시화가 기온 상승에 미치는 효과가 3~11%, 30~45%라는 등 다양한 결과가 있는데, 기상청에서 분석한 결과를 하반기쯤 공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가장 춥다는 '대한'도 옛말… '소한'에 자리 뺏기고, 그나마도 영상권 

절기상 '경칩'이었던 지난달 5일 종로구 수성동 계국에서 개구리가 헤엄치고 있는 모습. 우리나라는 109년간 경칩도 13일 빨라졌다. 연합뉴스

절기상 '경칩'이었던 지난달 5일 종로구 수성동 계국에서 개구리가 헤엄치고 있는 모습. 우리나라는 109년간 경칩도 13일 빨라졌다. 연합뉴스

온난화의 영향으로 1월부터 12월까지 모든 달의 기온이 올랐다. 특히 봄, 겨울의 기온상승이 두드러졌다. 최근 들어서는 1월의 소한(小寒)과 대한(大寒)도 영상권의 기온을 보였다. 통상 가장 추운 절기로 여겨지던 건 1월 후반의 대한이었지만, 겨울 후반부의 기온 상승이 빨라지면서 1월 초의 소한이 가장 추운 절기가 됐다.

봄과 여름은 빨리 찾아오고, 길어졌다. 봄의 시작은 17일 빨라졌고, 개구리가 깨어난다는 경칩(驚蟄)은 13일 빨리 찾아왔다. 여름은 11일 빨리 시작해 20일 길어졌고, 일 년의 1/3에 가까운 118일을 차지한다.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절기인 입하(立夏)도 8일 빨라졌다.

지난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윤중로에 떨어진 벚꽃잎이 바닥을 뒤덮고 있다. 올해 서울의 벚꽃은 99년만에 가장 이른 시기에 피었고, 기상청은 봄이 점점 빨리 찾아오고 있다고 분석했다. 연합뉴스

지난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윤중로에 떨어진 벚꽃잎이 바닥을 뒤덮고 있다. 올해 서울의 벚꽃은 99년만에 가장 이른 시기에 피었고, 기상청은 봄이 점점 빨리 찾아오고 있다고 분석했다. 연합뉴스

겨울 22일 줄고, 여름 20일 늘었다… "2100년엔 충청도까지 아열대"

1959년 겨울 한강에서 얼음두께를 측정하는 모습. 자료 기상청

1959년 겨울 한강에서 얼음두께를 측정하는 모습. 자료 기상청

일년 중 182일을 차지했던 가을과 겨울은 156일로 줄어들었다. 가을은 9일 늦게 시작하고, 69일을 차지해 일년 중 가장 짧은 계절이 됐다. 겨울은 5일 늦어지고 22일 짧아졌다.

김정식 과장은 “과거에는 겨울에 한강에서 얼음 두께를 측정하기도 했는데, 지금은 볼 수 없는 모습이 됐다”며 “최근 신규평년값에서 아열대 기후 기준을 충족하는 지역에 제주도와 남해안 일부지역까지 올라왔는데, 현재 추세대로라면 2100년에는 거의 충청도까지 아열대 기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덧붙였다.

올해 1월 한강 가장자리가 얼어붙은 모습. 2019~2020년 겨울에는 한강이 얼지 않았었지만 2020~2021 겨울에는 며칠간 한강이 얼어붙었다. 그러나 1900년대 초반 얼음 두께를 잴 만큼의 결빙은 이제 한강에서 관측하기 어렵다. 연합뉴스

올해 1월 한강 가장자리가 얼어붙은 모습. 2019~2020년 겨울에는 한강이 얼지 않았었지만 2020~2021 겨울에는 며칠간 한강이 얼어붙었다. 그러나 1900년대 초반 얼음 두께를 잴 만큼의 결빙은 이제 한강에서 관측하기 어렵다. 연합뉴스

한 번 내릴때 퍼붓는 비… 강수량은 늘었지만 강수일수는 줄었다

지난해 7월 폭우로 침수된 부산 초량 제1지하차도. 기후변화로 109년간 강수량은 늘고 강수일수는 줄어, 한번 내릴 때 강한 비가 퍼붓는 경향이 뚜렷하게 늘어났다. 사진 부산경찰청

지난해 7월 폭우로 침수된 부산 초량 제1지하차도. 기후변화로 109년간 강수량은 늘고 강수일수는 줄어, 한번 내릴 때 강한 비가 퍼붓는 경향이 뚜렷하게 늘어났다. 사진 부산경찰청

109년간 강수량은 늘었지만, 강수일수는 줄면서 한 번에 강한 비가 내리는 날이 많아졌다. 기상청에 따르면 연 강수량은 135.4㎜가 늘었고, 그 중 여름철 강수량이 97.3㎜가 늘어 가장 변화폭이 컸다. 반면 비가 내린 날(강수일수)는 21.2일 줄었다.

김 과장은 “7월과 8월에 강수량이 많이 증가했다. 특히 100㎜이상 비가 내린 날이 크게 늘었고, 약한 비는 줄고 강한 비가 내리는 날이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하루에 80㎜ 이상 비가 내리는 호우일수도 0.6일 늘었고, 특히 가을은 강수일수는 줄었지만 강수강도가 가장 큰 폭으로 강해졌다.

이같은 내용을 담은 기상청의 ‘우리나라 109년 기후변화 분석 보고서’는 30일 기상청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