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 교수 후원금 63억여원 민간연구원 계좌 통해 관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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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 교수가 기업 등 민간으로부터 받은 후원금은 모두 102억800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황 교수는 또 이 돈 중 63억여원을 자신이 이사로 있었던 사단법인 신산업전략연구원을 통해 관리한 것으로 밝혀졌다.

황 교수의 연구비 집행 내용을 감사 중인 감사원 관계자는 30일 "황우석 후원회가 과학재단에 맡긴 33억원과 대기업 세 곳이 지원한 66억원 외에 관악구 후원회에서 2억8000만원, 다른 중소기업이 1억원을 따로 황 교수에게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감사원에 따르면 과학재단을 통한 후원금과 석좌교수 급여로 지급된 포스코 지원금(6억원)을 제외한 63억8000만원은 과학재단을 거치지 않고 신산업전략연구원 계좌로 입금됐다. 황 교수는 2002년에는 자신 소유의 땅 1만1000평을 이 재단에 기부한 바 있다. 당시 이 연구원의 원장은 송병락 서울대 교수(현 명예교수)였다. 감사원 관계자는 "현재 연구원 계좌에는 3억원이 잔액으로 남아 있으며 연구원으로 들어간 자금 중 일부는 주식 등에 투자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또 일부는 여야 정치인에게 후원금으로 건네진 것으로 파악됐다. 황 교수의 개인자금을 관리한 것으로 알려진 여직원 K씨도 지난해까지 이 연구원 소속으로 일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연구원 관계자는 "법인이 개인과 직접 연구비 지급 계약을 할 수 없어 법인 명의를 이용한 것으로 안다"며 "일부는 연구원 운영비 명목으로 제공되기도 했지만 대부분 황 교수 계좌로 다시 들어갔다"고 말했다. 황 교수가 재직 중인 서울대를 통해 후원금을 받으면 감사원 감사를 받아야 하는 등 번거롭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황 교수 연구를 돕는다는 순수한 동기에서 계좌를 이용할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황 교수가 연구원 경비로 준 돈을 운용 차원에서 주식에 투자했으며 황 교수가 직접 했는지는 모르지만 연구원 명의로 땅을 사거나 정치인 후원금을 낸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한편 황 교수에게 들어간 후원금 중 신산업전략연구원에 남은 3억원 외 과학재단으로부터 지급받아 사용하고 남은 돈 6억원과 황 교수 개인 계좌의 6억원 등 모두 15억원이 남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 관계자는 "민간 후원금 중 기업 등이 직접 준 돈과 과학재단을 통한 지원금이 황 교수 개인 계좌에 뒤섞여 있는 상태"라며 "회계처리 방식에는 문제가 있지만 민간 후원금의 사용 방식을 제한하기는 어려워 자료를 검찰에 넘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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