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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슴도 인간에게 광우병 전염 가능성

중앙일보

입력

사슴도 사람에게 '광우병'을 전염시킬 수 있다는, 과학계의 오래된 추론을 뒷받침하는 실험 결과가 나왔다.

미국 켄터키 주립대학의 감염질환 연구진은'사슴이 앓는 광우병'인 만성 소모성 질환(CWD)에 감염된 사슴의 고기를 먹으면 사람도 전염될 수 있다는 실험 결과를 27일 발행된 과학전문지 '사이언스' 최신호에 게재했다.

연구진은 북미주에 서식하는 사슴 종의 하나인 뮬 사슴 가운데 CWD를 앓는 사슴의 다리 근육조직에서 추출한 세포를 쥐에게 주입하자 쥐들이 같은 질환에 감염됐다고 밝혔다.

이 보고에 따르면 쥐의 뇌세포에 감염 사슴의 조직세포를 더 많이 투입할 수록 쥐의 발병 상태가 더 악화됐다.

연구진을 이끈 들렌 텔링 박사는, 이런 실험 결과는 사슴이 감염원일 수 있다는 오래된 추정을 확인시켜주는 것이라면서 "나로선 만성 소모성 질환이 퍼져 있는 지역의 사슴 고기를 먹는 일을 꺼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CWD는 사슴들에게 나타나는 것으로, 뇌조직이 해면(스폰지) 모양으로 변하면서 각종 증상을 보이다가 결국 예외 없이 사망하게 된다는 점에서 양의 스크래피와 소의 광우병, 인간의 크로이츠펠트 야콥씨 병(CJD)과 같이 전염성 해면양 뇌증(TSE)의 일종으로 분류된다.

CWD는 그간 미국과 캐나다 서부와 중서부에서 서식하는 사슴과 엘크 등에서 발견돼왔으나 그 구체적인 전염 경로 등에 대해서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었다.

연구진은 사람이 CWD에도 걸리는 지에 대한 확증은 없지만 지난 1980년대 영국에서 소들에 광우병이 만연된 이후 사람에게도 CJD의 변형인 인간 광우병(vCJD)이 집중 발생한 점을 주목하고 실험을 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또 감염 단백질 입자(프리온)가 어떻게 생물 종을 넘어서 작용하는 지가 아직 규명되지는 않았으나 인간 광우병의 가장 유력한 전염 경로가 감염된 쇠고기였다는 점에서 사슴의 CWD를 일으키는 프리온이 사람에게 전이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워싱턴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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