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술 파는 음식점 모두 문 닫는다…올림픽 사수 총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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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도쿄의 한 백화점에서 방문객에게 정부의 코로나19 긴급사태 선포로 임시 휴업에 들어갔다고 설명하는 백화점 근무자. [AP=연합뉴스]

25일 도쿄의 한 백화점에서 방문객에게 정부의 코로나19 긴급사태 선포로 임시 휴업에 들어갔다고 설명하는 백화점 근무자. [AP=연합뉴스]

일본에서 장기 연휴인 ‘골든 위크(황금연휴)’를 앞두고 세 번째 긴급사태가 발령됐다. 일본 정부는 25일부터 다음 달 11일까지 도쿄도와 오사카부·교토부·효고현 등 4개 광역 지역에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긴급사태를 선포했다. 17일간 이어지는 이번 긴급사태 선언은 ‘올림픽 사수’를 목표로 한 것으로 풀이된다.

‘황금연휴’ 앞두고 긴급사태 선포 #백화점은 식료품 매장만 영업 가능 #선수단, 이동제한 수칙 위반 땐 추방

일본은 국경일인 29일 ‘쇼와(昭和)의 날’부터 어린이날인 다음 달 5일까지 ‘골든 위크’로 불리는 연휴를 맞는다. 전국에서 하루 5000명이 넘는 확진자가 나오는 상황에서 연휴 동안 사람 이동이 많아지면 감염자가 폭발적으로 늘 수 있다. 그럴 경우 오는 7월 23일 열리는 도쿄 올림픽 개최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일본은 지난해 4월 도쿄도 등 7개 광역 지역에 1차 긴급사태를 발령했다가 49일 만에 해제했고, 지난 1월 8일부터 수도권을 시작으로 2차 긴급사태를 발령해 3월 21일 해제했다. 2차 긴급사태 때는 음식점 영업시간 제한에 초점을 뒀으나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판단에 따라 3차 긴급사태는 유흥시설 대부분이 문을 닫는 ‘준(準)락다운’ 수준으로 강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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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긴급사태 기간 중 공원·도서관·미술관·영화관 등은 문을 닫고, 프로야구 등 스포츠 행사는 무관중으로 진행한다. 술을 제공하는 음식점·노래방은 휴업하고, 술을 제공하지 않는 음식점은 오후 8시까지만 문을 연다. 백화점·쇼핑센터 등도 식료품 매장을 제외하곤 휴업해야 한다. 연휴 기간에 학교는 대부분 쉬기 때문에 따로 휴교 요청은 내려지지 않았다. 철도·버스 등 운송사업자들은 막차를 앞당기고 주말·공휴일 운행 편을 줄여야 한다.

일본 정부는 “짧은 기간 내 강력한 정책을 통해 코로나19를 잡겠다”는 계획이지만, 긴급사태가 선포된 4개 광역 지역 외에서도 변이 바이러스가 퍼져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코로나19 대책으로는 가장 강력한 긴급사태 선언마저 효과가 없을 경우, 스가 총리는 올림픽 개최 여부를 놓고 어려운 선택에 내몰릴 전망이다.

일본 정부는 올림픽 개최를 전제로 입국하는 외국 선수·코치·기자 등을 대상으로 한 엄격한 방역수칙을 마련했다. 요미우리신문이 공개한 수칙에 따르면 외국에서 들어오는 선수 등은 각국 출국 시점을 기준으로 96시간(4일) 이내 두 차례 코로나19 검사(PCR 및 항원 검사)를 받아야 하고, 입국 후에도 3일간 매일 검사를 받는다. 선수들은 격리가 면제되지만 갈 수 있는 곳은 숙박시설·훈련장·경기장으로 제한된다. 이를 위반하면 14일간의 격리 면제를 취소하고 일본에서 추방할 계획이다.

도쿄=이영희 특파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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