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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1명 막는데 9명 투입됐다…'여경 무용론' 불 지른 영상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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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의 방사능 오염수 방류 문제에 항의하는 시민단체 회원을 경찰이 제지하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 24일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의 방사능 오염수 방류 문제에 항의하는 시민단체 회원을 경찰이 제지하고 있다. [중앙포토]

김창룡 경찰청장이 경찰조직 내부에서 제기된 '남경 역차별' 논란을 일축한 뒤에도 경찰 사회의 성별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엔 여경 여럿이 시민 한 사람을 제압하는 영상이 확산하면서 '여경 무용론'이 제기되고 있다.

25일 경찰 등에 따르면 다수의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복수의 여경이 여성 시위대 1명을 상대하는 영상이 퍼지고 있다. 해당 영상은 지난 24일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의 방사능 오염수 방류 문제에 항의하는 시민단체 회원을 경찰이 제지하는 과정이 나온다. 당시 시위는 한국대학생진보연합 등이 주도했다.

영상에는 시위 도중 돌발행동을 하는 여성 시위자 1명을 여경 6명이 빙 둘러싸 제지하는 모습이 담겼다. 경찰은 여성 시위자를 향해 "공무집행방해 현행범으로 체포될 수 있다"고 경고하지만 시위자는 행동을 멈추지 않았다. 이에 여경 3명이 더 투입돼 해당 시위자를 제지하는 과정에서 혼란이 빚어졌다.

이 영상이 주로 공유되는 곳은 남성 사용자가 주축인 온라인 커뮤니티다. 여성 시위자 1명을 상대로 여경 9명이 투입되는 상황을 비판하는 견해가 많다. 물리력 등 신체적 조건이 남경과 비교해 떨어지다 보니, 비효율적인 시위 진압이 이뤄지고 있다는 주장이다.

다만 경찰은 이날 해당 영상을 근거로 여경 무용론이 퍼지는 상황에 대해 상대(시위자)가 여성이라 여경이 동원된 것뿐이라는 입장을 냈다. 시위자를 상대로 물리력 사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여러 명이 제지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김창룡 경찰청장이 지난 3월 26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전국 지휘부 화상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회의실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김창룡 경찰청장이 지난 3월 26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전국 지휘부 화상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회의실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경찰 사회 내부에선 남경·여경 간 갈등이 표면화하고 있다. 2030세대를 중심으로 남성의 역차별 논란이 점화하자, 이 불길이 경찰 사회로 옮겨붙은 셈이다. 직장인 익명 게시판 '블라인드'에 한 경찰청 직원이 "여경(여경 기동대)은 왜 당직을 서지 않느냐"고 따져 물은 일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에 김창룡 경찰청장은 지난 19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해당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김 청장은 "(논란이 되고 있는 남경·여경 기동대의 경우)기본적으로 같은 기동대이지만 역할이나 임무가 다르기 때문에 근무방식이 완벽하게 같을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여자 기동대가 특혜를 받지 않느냐 하는 생각이 있을 수 있지만, 이에 대해선 다시 한번 점검도 하고 이해를 구할 부분을 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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