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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폭탄 차단되자 ‘카톡카톡카톡’ 수백 개 보낸 여성 벌금형

중앙일보

입력

카카오톡 이미지. [연합뉴스]

카카오톡 이미지. [연합뉴스]

 자신을 험담했다는 이유로 욕설과 협박성 내용을 담은 메시지 수백 개를 보낸 여성이 벌금형에 처해졌다.

법원, 욕설·공포심 유발 다수 메시지 유죄 판단

춘천지법 형사2부(진원두 부장판사)는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여성 A씨(42·여)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100만원을 선고했다고 24일 밝혔다.

A씨는 2019년 9월께 B씨(41·여)가 자신에 대해 좋지 않은 이야기를 지인에게 했다는 말을 듣고 만남을 요구했다. 하지만 B씨가 만나주지 않자 일주일여 동안 공포심을 유발하는 문자메시지 65회와 카카오톡 메시지 48회를 보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약식명령에 불복해 정식재판을 요청한 A씨는 “문자로 서로 다투는 과정에서 메시지를 보낸 것일 뿐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조성하는 내용을 반복해서 보낸 경우는 아니다”라고 주장했으나 1심 재판부는 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는 또다시 무죄를 주장하며 “형이 무겁다”고 항소했으나 항소심 재판부도 유죄라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공소사실에 기재된 메시지 전송 횟수는 공포감을 유발할만한 내용을 특정한 것에 불과하고, 실제 A씨가 보낸 메시지는 문자 126회, 카카오톡 209회 등 335회에 달한 점을 들어 A씨의 주장을 배척했다.

피해자 B씨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고통을 호소하며 A씨에게 더는 메시지를 보내지 말라고 경고한 뒤 번호를 차단했다. 재판부는 A씨가 번호가 차단된 이후에도 “지금부턴 카톡이다”라며 메시지를 전송한 점도 두 사람 간 다툼에 불과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고소를 당한 뒤에도 계속해서 메시지를 전송한 점 등도 유죄 판단의 근거로 들었다.

재판부는 “메시지 내용과 횟수 등에 비추어 피해자가 상당한 공포감이나 불안감을 느꼈을 것으로 보임에도 용서를 받지 못했고, 피해가 복구되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해자가 피고인에 관해 모욕적인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화가 나 연락하게 된 경위 등을 고려했다”며 벌금 액수를 낮췄다.

최종권 기자, 춘천=박진호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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