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만 명 메카로 … 테러·AI 초비상

중앙일보

입력

이슬람 최고 성지인 사우디아라비아의 메카로 세계 각국의 무슬림들이 운집하고 있다. 8일부터 닷새간 치러지는 '성지 순례 행사(하지.Hajj)'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160개국에서 250만 명이 몰려들 전망이다. 가장 큰 걱정은 사고와 테러다. 5일엔 4층짜리 건물이 무너져 최소한 53명이 숨지고 62명이 부상했다. 지난해 조류 인플루엔자(AI)가 많이 발생한 동남아에서 오는 순례자들로 인해 혹시 여기서도 AI가 번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 최고 경계태세=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사상 최대의 치안대책을 마련했다"고 5일 밝혔다. 당국은 사우디 왕정 전복을 노리는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테러 가능성에 대비해 메카와 메디나에 대규모 특수 병력을 배치해 놓았다고 밝혔다. 사우디 경찰은 이란인을 가장 경계하고 있다. 약 7만 명의 이란 출신 시아파 순례객이 수니파의 종주국인 사우디를 방문하기 때문이다. 이란이 최근 핵 문제를 놓고 미국과 갈등을 겪으면서 이란 내 과격파들이 대규모 시위를 벌일 것이라는 첩보도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1987년 하지 때도 반미 시위를 하던 이란 출신 시아파들이 사우디 경찰과 충돌해 400여 명이 숨지고 600명 이상이 다쳤다. 순례객은 대부분 사우디 당국에 사전에 신고하지만 이런 절차를 밟지 않는 순례자가 30만 명에 이를 것으로 경찰은 추산했다.

◆ AI를 차단하라=사우디 보건 전문가들은 AI를 무척 경계하고 있다. 하마드 알마나이 사우디 보건장관은 5일 "지금까지 도착한 순례객들을 대상으로 바이러스와 질병 체크를 했는데, 전염성 질병이 발견된 순례자는 자국으로 되돌려 보내고 있다"고 밝혔다. 제다 공항의 검역 책임자는 "이미 한 달 전에 AI 발생국가와 발생가능 국가를 따로 분류해 놓고, 이들 나라에서 오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집중적인 검사와 방역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