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은 나이순이 아닙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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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하게 사는 사람에게 주민등록상의 나이는 별 의미가 없습니다. 건강은 나이 순이 아닙니다. 외국의 대규모 역학조사는 올바른 건강 습관을 지닌 사람이 평균 7~11년 더 장수한다고 보고하고 있습니다. 중앙일보 건강팀은 운동으로 활기찬 노년을 보내는 분들을 5회에 걸쳐 소개합니다. 새해엔 더욱 건강하세요.

77세의 마라토너 박영석씨. 지난해엔 부인(강성진.67)의 손을 잡고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했다. 부부가 42.195㎞를 함께 달려 세운 기록은 6시간8분. 올 4월엔 아마추어 마라토너의 꿈의 무대인 미국 보스턴 마라톤에 부인과 함께 도전할 계획이다.

아마추어 마라토너 모임인 서울마라톤클럽 명예회장인 그는 "100세 때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하는 꿈을 꾸고 산다"며 "상상만 해도 얼마나 멋진 일이냐"고 반문한다.

50세까지만 해도 박 회장은 만성 신경성 소화불량 환자였다. 20년이나 소화제를 끼고 살았다. 키 1m65㎝에, 체중 70㎏, 허리둘레 38인치인 전형적인 '아저씨 체형'이었다.

그러던 그가 1979년 봄 "과부 되기 싫다. 당장 운동을 시작하라"는 부인의 성화에 못 이겨 달리기에 입문했다. 처음엔 운동장 한 바퀴(200m)를 채 돌기 전에 무릎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3개월 뒤엔 운동장을 10바퀴쯤 뛸 수 있게 됐다.

"달리기를 시작한 뒤 몸에서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 3개월 지나 소화제를 끊었고, 6개월 뒤엔 배가 쏙 들어가고 늘 달고 살던 감기가 사라졌다."

그는 운동량을 서서히 늘려나갔다. 하루 4㎞를 뛰는 데 6개월, 10㎞를 달리는 데 3년이 걸렸다. 요즘엔 오전 7시면 냉수 한 컵을 들이켜고 어김없이 한강 둔치에 나가 14㎞를 달린다. 준비.정리운동을 포함해 2시간쯤 소요된다.

부인의 달리기 경력은 박 회장보다 10년 짧은 17년. 마라톤을 시작하기 전엔 혈압약을 7년간 장복한 환자였다. 그러나 달리기를 시작하고 3개월 지나 부인은 혈압약을 딱 끊었다.

그는 97년 처음으로 마라톤 완주에 성공한 뒤 지금까지 32회나 풀코스를 달렸다. 최고 기록은 4시간 54분. 최근 기록은 지난달 31일 0시 미 8군 주최로 열린 '미드나이트 런'(5㎞)에서 세운 37분. 덕분에 그는 40대의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

3개월 전에 사위들의 '강요'로 혈액 검사를 받았는데 혈당.혈중 콜레스테롤.혈압.혈소판 수치 등이 모두 정상이었다. 체중은 61㎏, 허리 둘레는 31인치. "관절이 망가졌거나 퇴행 상태가 심할 것"이란 정형외과 의사의 예상과는 달리 관절 X선 검사에서 나타난 관절 모습은 40대처럼 깨끗하고 건강했다.

"대중탕에 가면 자부심을 느낀다. 내 나이 또래 다른 노인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근육이 튼튼하고 자세가 바르다. 나이 들수록 자로 재듯 자기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늙은이 행세를 하면 노화가 촉진된다. "

박 회장은 무작정 달리기만 하지 않는다. 뛰면서 힘을 덜 들이고, 가볍게 달릴 수 있는 자세와 주법을 꾸준히 연구한다. 100세까지 달리기 위한 사전 준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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