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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부세 12년 만에 수술대, 국회 논의 시작부터 삐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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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2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조세소위원회가 파행으로 끝났다. 종합부동산세 개정 법안을 상정하자는 국민의힘 의원들의 요구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받아들이지 않으면서다.

국회 조세소위 법안심사 파행 #여당, 청와대와 조율 못했다며 #법안상정 반대하자 야당 퇴장

민주당 의원들은 종부세와 관련해 청와대와 입장을 조율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법안 상정을 반대했다. 그러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항의의 표시로 회의실에서 퇴장했다. 결국 이날 조세소위에서 법안 심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12년 만에 ‘수술대’에 오른 종부세 개정 논의가 진통을 겪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지난 7일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부동산 민심을 확인했다”며 종부세 개편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문제는 어떻게 바꾸느냐다. 여당과 야당의 입장 차이도 크지만 여당 안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정치적으로 합의점을 찾는 게 ‘산 넘어 산’이다.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은 22일 1가구 1주택자의 종부세 부과 기준을 현행 9억원에서 15억원으로 올리는 법안을 발의했다. 지난 20일 김병욱 민주당 의원은 종부세 기준을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올리는 법안을 냈다. 같은 당 정청래 의원도 비슷한 법안을 준비 중이다. 지난 14일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도 같은 취지의 법안을 제출했다.

하지만 여당 지도부와 정부는 아직까지 뚜렷한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주택 시장에서 강경 일변도였던 부동산 세제 정책을 변경하는 신호로 받아들이면 집값을 자극할 수 있다는 게 고민거리다. 고가 주택의 기준을 12억~15억원으로 올리면 양도소득세와 취득세, 부동산 대출, 주택연금 등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도 쉽지 않은 문제다.

여당 안에선 ‘부유세’라는 취지에 맞게 공시가격 상위 1~2% 주택에 한해 종부세를 매기자는 주장도 나왔다. 이렇게 하면 종부세를 내지 않아도 되는 주택 소유자가 대폭 늘어날 수 있다. 해마다 비율에 맞춰 종부세 부과 기준과 대상을 선별·조정해야 하는 행정적 번거로움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해외에서도 재산 관련 세금을 상위 몇 % 하는 식의 비율로 매기는 경우를 찾기 어렵다.

종부세 완화 방안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진성준 민주당 의원은 지난 21일 페이스북에 “고가주택 소유자들, 부자들의 세금부터 깎아 주자는 이야기”라고 주장했다.

주무 부처인 기획재정부는 신중한 입장이다. 홍남기 총리 직무대행 겸 경제부총리는 지난 21일 부동산 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시장의 불확실성을 조속히 걷어낸다는 측면”이라며 “당·정 간 협의하는 프로세스(과정)를 최대한 빨리 진행하겠다”는 원칙론을 제시했다.

세종=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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