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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공수처 수사대상인데…차규근 변호 로펌 출신 뽑았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1일 오전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처장이 출근하고 있다. 뉴스1

21일 오전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처장이 출근하고 있다. 뉴스1

최근 확정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관 최종합격자 명단에 유명 로펌 변호사 출신이 4명 포함된 것으로 확인돼 이해충돌 논란이 제기된다. 이 가운데 한 명은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을 변호하는 로펌 소속이다. 차규근 본부장은 국민권익위가 이첩한 ‘김학의 전 법무부 장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으로 공수처의 수사 대상이다.

공수처 수사관 합격자 20명 뜯어보니

21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19일 확정된 수사관 후보 20명 중 4명(20%)이 유명 로펌 변호사 출신이다. 윤상혁(5급, 변호사시험 4회) 변호사와 노신정(6급, 변시 6회) 변호사가 법무법인 대륙아주 출신이다. 서정문(5급, 사법연수원 44기) 변호사는 법무법인 태평양에서 일했다. 김성재(6급, 변시 7회) 변호사는 법무법인 위(WE) 소속이었다. 공수처는 이들이 수사관 경험을 충분히 쌓고 추후 성과가 입증되면 검사로 승진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4명 대륙아주 등 로펌 출신…복귀 땐 이해충돌 우려 

한쪽에선 유명 로펌 변호사 출신들이 공수처에서 근무하다 로펌으로 돌아가면 소위 ‘전관 변호사’가 돼 이해충돌 가능성이 크다는 논란이 인다. 근무 도중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사건을 수임한 친정 로펌에 수사 정보를 유출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서초동 한 변호사는 “일부 로펌에서 변호사들을 공수처에 실질적으로 파견한 셈일 가능성도 있어 진상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정 로펌에선 공수처 근무 기간을 추후 보상해주기로 하고 소속 변호사를 공수처에 보낸 게 아니냐는 뒷말까지 나온다.

특히 김성재 변호사의 ‘법무법인 위’는 공수처가 수사 중인 김학의 불법 출금 사건과 관련해 주요 피의자인 차규근 본부장을 변호하는 로펌이어서 더욱 주목된다. 차규근 본부장은 이미 사실상 같은 사건으로 수원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이정섭)의 수사를 받은 끝에 기소된 피고인 신분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이지만, 공수처는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사건을 이첩받았다는 점을 근거로 기록을 검토하는 등 수사를 진행하며 수원지검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3월 5일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뉴시스

3월 5일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뉴시스

WE 위현석 대표, 여운국 공수처 차장과 동문

또한 ‘위’를 이끄는 위현석(연수원 22기) 대표 변호사는 용문고 출신으로 여운국(연수원 23기) 공수처 차장과 동문이다. 공수처 고위 인사에 두루 개입해 실세로 꼽히는 이찬희(연수원 30기) 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도 용문고를 나왔다.
(2021년 4월 21일 자 중앙일보 『공수처 차장·비서관 밀실추천 논란…이찬희 전 변협회장 커지는 의혹』기사 참고)

공수처 수사관 후보 중엔 유명 로펌 변호사 출신을 제외하고 검찰 수사관 출신이 8명으로 가장 많다. 경찰 출신이 4명, 감사원 1명, 금융감독원 1명, 금융위원회 1명이다. 사기업인 삼성화재 출신도 1명 있다. 경찰과 검찰 내부에선 “일잘하는 것으로 알려진 인재가 유출된 것은 아닌 것 같다”는 게 중론이다. 일각에선 “고위공직자범죄와 관련성이 떨어지는 조세·금융·회계 분야 출신이 많이 보이는데, 공수처 수사에 큰 도움이 되진 않을 듯하다”는 의견도 낸다.

한편 지난 16일 임명된 공수처 검사 13명 중에서도 유명 로펌 출신이 8명(62%)에 달해 이해충돌 우려를 더한다. 대부분이 김앤장·태평양·세종·동인·엘케이비앤파트너스 등 출신이다.

김민중·정유진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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