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까지 실명계좌 따내라…암호화폐 거래소 존폐기로

중앙일보

입력 2021.04.21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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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20일 주요 암호화페 시세가 급락했다. 비트코인은 한때 6800만원 아래로 밀렸다. 이날 오전 암호 화폐 거래소 빗썸의 서울 강남고객센터에서 직원이 시세를 살피고 있다. [연합뉴스]

20일 주요 암호화페 시세가 급락했다. 비트코인은 한때 6800만원 아래로 밀렸다. 이날 오전 암호 화폐 거래소 빗썸의 서울 강남고객센터에서 직원이 시세를 살피고 있다. [연합뉴스]

중소 규모 암호화폐 거래소가 오는 9월 무더기로 문을 닫을 가능성이 업계에서 제기된다. 은행들이 해당 거래소에 대해 암호화폐 투자자의 실명을 확인한 계좌 발급을 꺼리고 있어서다.

특금법 유예기간 끝나기 전에
투자자 실명 계좌 못 따면 폐쇄
100여곳 중 현재 네 곳만 확보
은행들, 책임 떠맡을까 몸사려

20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시행한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은 모든 암호화폐 거래소가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신고하도록 의무화했다. 그러면서 6개월의 유예기간을 부여했다. FIU에 암호화폐 거래소로 신고하려는 사업자는 먼저 은행에서 암호화폐 투자자의 실명 확인 계좌를 받아야 한다.

오는 9월까지 신고하지 못하는 암호화폐 거래소는 사실상 폐업이 불가피하다. 특금법에 따르면 미신고 암호화폐 거래소는 은행을 포함한 금융회사와의 거래가 금지되기 때문이다. 투자자 입장에선 은행 계좌 이체로 현금을 보낸 뒤 암호화폐를 사거나, 암호화폐를 판 돈을 은행 계좌로 돌려받지 못한다는 얘기다.

특금법은 국내에선 처음으로 암호화폐 관련 사항을 규정한 법률이다. 이 법률은 가상자산이란 명칭으로 암호화폐의 정의를 담고 있다. 암호화폐를 이용한 자금세탁이나 불법 자금거래를 감시·차단하는 게 목적이다.

아직 은행에서 실명 계좌 계약을 맺지 못한 암호화폐 거래소에 남은 시간은 약 5개월이다. 현재 국내에는 100곳이 넘는 암호화폐 거래소가 영업하고 있다. 이 중 은행과 실명 계좌를 트고 거래하는 곳은 빗썸·코인원·업비트·코빗의 네 곳뿐이다.

암호화폐 거래소가 실명 확인 계좌를 받으려면 우선 은행에 실명 확인 입출금 계좌 발급을 신청해야 한다. 그러면 은행이 거래소의 위험도·안전성·사업모델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실명 계좌 발급 여부를 결정한다.

암호화폐 거래소의 안정성 등을 검증하는 책임을 사실상 은행이 떠맡는 셈이다. 은행권에선 위험을 감수하면서 암호화폐 거래소에 실명 계좌를 발급해줄 이유가 없다는 의견이 나온다. 정부는 지난 18일 암호화폐를 이용한 자금세탁·사기 등 불법 행위를 단속하기 위한 범정부 차원의 특별 단속 방침을 밝혔다. 은행들의 부담감은 더욱 커진 상황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암호화폐 거래소에) 문제가 발생하면 계좌를 내준 은행에 부실 검증 책임을 물어 피해 보상까지 물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은행이 매우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 (이미 실명 계좌를 받은) 대형 거래소를 제외하고 살아남는 곳은 손에 꼽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부분 중소 암호화폐 거래소는 계좌 개설과 관련한 시중은행과의 협상에 어려움을 토로한다. 특히 자금세탁 방지 기술 등 거래소의 안정성과 관련된 통일된 기준이 없는 점을 문제로 꼽는다. 은행마다 암호화폐 거래소에 요구하는 기준이 제각각이기 때문에 기준을 맞추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중소 규모 암호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우리는) 개정된 특금법의 핵심 사항인 자금세탁 방지와 관련된 기술을 갖춘다고 갖췄다. 그런데 금융 당국에서 관련 가이드라인을 명확히 공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능력이 닿는 데까지 시중은행과 협상을 진행해 볼 것”이라며 “여건에 따라 협상 대상을 지방은행까지 넓힐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고 전했다.

윤상언 기자 youn.san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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