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뻑뻑한 당신, 무엇이 부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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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이 많은 사람은 정서가 풍부하다? 그렇다면 눈물이 메마른 사람은 냉혈한일까?

대한안과학회(이사장:이진학 서울대의대 교수)는 11월 11일 눈의 날을 맞아 '안구 건조증'을 올해 대국민 캠페인 주제로 삼았다. 건조한 실내환경과 컴퓨터 사용 증가로 건성안 환자가 급격히 늘고 있기 때문이다. 12일까지 전국 대학병원과 종합병원에선 안구건조증을 주제로 건강강좌도 연다.

◆눈물은 왜=의학적으로 눈물은 감정의 산물이 아니다. 첫째 기능은 눈의 방어막 최전선을 지키는 일. 눈물에는 라이소자임이나 락토페린과 같은 단백질이 존재해 세균의 활동을 억제한다.

둘째는 눈의 각.결막을 보호하는 윤활유 기능이다. 고려대 의대 안암병원 안과 김효명 교수는 "눈물샘에서 만들어내는 눈물 외에도 각막과 결막에서 분비하는 점액물질, 눈꺼풀에서 나오는 지방 등 끈끈한 액들이 눈운동을 부드럽게 한다"고 설명했다.

셋째, 시력의 질을 좋게 한다. 눈의 바깥층인 각막 세포의 실제 모양은 거칠고 주름이 잡혀 있다. 세브란스 안과 서경률 교수는 "눈물이 각막을 고르게 덮어 매끄러운 굴절층을 형성한다"며 "이런 눈물막이 없으면 초점이 흐리게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눈물은 각막 앞쪽은 0.6~1㎛, 결막 부위엔 2~7㎛ 두께로 깔려 있다. 눈물은 호수처럼 항상 일정액이 고여 있는 것이 아니다. 눈물샘에서 나온 눈물이 극히 일부만 증발하고, 나머지는 배출관으로 계속 빠져나간다. 평소 흐르는 눈물 양은 분당 1.2㎕.

◆눈물이 마르는 원인도 각양각색='눈 깜박할 사이'라고 하면 얼마의 시간을 말할까. 대략 0.25초가 걸린다. 이런 깜박거림을 평균 5초마다 한 번씩 반복한다. 눈물을 고르게 각막에 펴주는 조물주의 섭리다. 문제는 독서나 운전, 컴퓨터 화면을 볼 때 눈 깜박이는 횟수가 줄어든다는 것. 눈물이 많이 증발하면서 눈이 뻑뻑해지는 것이다.

약물도 영향을 준다. 대표적인 약이 콧물 감기나 알레르기 치료제로 쓰이는 항히스타민제다. 건양대의대 김안과병원 정루민 교수는 "이들 약은 부교감 신경을 억제해 눈물 생성을 감소시킨다"며 "일부 교감신경을 억제하는 혈압강하제나 멀미약.항우울제.항부정맥 약물도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자가면역질환인 쇼그렌 증후군도 있다. 이 질환은 눈물샘.침샘 등을 파괴해 건성 각결막염이나 구강 건조증을 유발한다. 특히 나이가 들면 눈물이 적어지고, 여성의 경우엔 폐경기가 되면 더욱 심해진다.

◆인공눈물도 상태 따라 다르게 처방=치료는 원인과 눈의 건조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 눈에 질환이 없다면 실내 습도를 높이거나 생활습관을 바꿔주는 것만으로도 증상은 개선된다. 눈 주위 화장이나 염색을 삼가고, 가습기 사용, 자주 눈을 휴식하는 습관, 모니터 보안경 사용 등을 생활화한다.

하지만 눈의 건조한 상태가 심하거나 눈에 질환이 있다면 치료를 받아야 한다.

인공눈물은 식염수.점액물질.친수성 중합체.히알루론산 등 종류가 다양하다. 눈물의 부족한 성분에 따라 처방이 달라져야 하기 때문. 김효명 교수는 "눈물층은 위로부터 지방층.수성층.점액층으로 구성돼 있다"며 "부족한 눈물층에 따라 적합한 인공눈물을 처방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건성안이 심하면 눈물이 배출되는 구멍을 막아주는 수술을 받기도 한다.

서경률 교수는 "눈가(코 쪽)에는 눈물을 배출하는 눈물점이 두 개가 있다"며 "건조한 정도에 따라 작은 마개로 눈물점을 한 곳 또는 두 곳 모두 폐쇄함으로써 눈물이 눈에 고여 있도록 유도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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