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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갖다쓰고, 반품 떠밀기…GS ‘납품업체 갑질’ 제재

중앙일보

입력

서울 시내 한 GS더프레시 매장 입구. 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GS더프레시 매장 입구. 연합뉴스

동네 구석구석 들어선 기업형 슈퍼마켓(SSM)은 납품업체엔 ‘큰 손’이다. 대형마트보다 작지만, 일반 슈퍼마켓이나 편의점보다 덩치가 크다. 지난해 시장 규모만 40조원에 달한다. 소규모 납품업체일수록 SSM에 물건을 넣고, 계약을 오래 유지하느냐가 매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정부가 납품업체가 약자란 점을 이용해 ‘갑질’을 한 SSM을 적발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GS리테일에 대규모유통업법을 위반한 행위에 대해 시정 명령을 내리고 과징금 53억9700만원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14일 밝혔다. SSM ‘GS슈퍼(GS 더 프레시)’를 운영하면서 2015~2018년 납품업체로부터 부당하게 이익을 가로챈 혐의다. SSM을 대상으로 한 과징금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공정위 조사 결과 GS는 다수의 납품업자를 상대로 ▶정당한 사유 없이 장려금을 뜯고 ▶파견 조건을 약정하지 않고 납품업체 종업원을 쓰고 ▶부당하게 반품하고 ▶약정하지 않은 판매장려금ㆍ판촉비를 떠넘기고 ▶계약서를 늦게 나눠주는 등 방식으로 법을 어겼다.

구체적으로 GS는 거래 한우 납품업체들에 ‘발주 장려금’ 명목으로 월 매입액의 5%를 일률적으로 공제했다. GS가 100만원 어치 한우를 사들였다면 95만원만 납품업체에 대금으로 주는 방식이다. 업주들 사이에선 ‘5%룰’로 통했다. 이런 식으로 GS는 38억8500만원을 가로챘다. 판로를 하나라도 더 확보해야 하는 납품업체는 GS와 거래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장려금을 뜯겼다.

GS는 또 신규 점포를 열거나 기존 점포를 재개장할 때 46개 납품업체에서 종업원 1073명을 파견받아 일을 시켰다. 파견 조건을 미리 정하지 않고 GS 직원처럼 썼다. 반품 조건을 약정하지 않고 납품업체 128곳에 상품 113만개(약 56억원 어치)를 일방적으로 반품하기도 했다. 납품업체 146곳으로부터 계약서에도 없는 판매장려금 353억원을 가로채기도 했다.

이준헌 공정위 유통거래과장은 “대규모유통업법에서 금지한 갑질 행위가 대형마트ㆍ백화점뿐 아니라 SSM서도 만연하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상호 관례’란 이유로 이뤄지는 유통업계 불공정 행위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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