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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비운의 임금, 단종 어진(御眞) 공개…국가표준영정 100호 지정

중앙일보

입력

단종 탄신 580주년 맞아 권오창 화백이 제작

단종 탄신 580주년을 맞아 권오창 화백이 제작한 단종 어진(작품 규격 가로 120㎝, 세로 200㎝). 정부표준영정 제100호로 공식 지정됐다. 박진호 기자

단종 탄신 580주년을 맞아 권오창 화백이 제작한 단종 어진(작품 규격 가로 120㎝, 세로 200㎝). 정부표준영정 제100호로 공식 지정됐다. 박진호 기자

국가표준영정 100호로 공식 지정된 조선 6대 왕 단종(端宗)의 어진(御眞)이 14일 공개됐다. 어진은 임금의 얼굴 그림을 말한다.

강원 영월군은 “단종 탄신 580주년을 맞아 권오창 화백이 제작한 단종 어진(작품 규격 가로 120㎝, 세로 200㎝)이 정부표준영정 제100호로 공식 지정됐다”고 밝혔다. 영월군은 2019년 6월 문화체육관광부에 선현 영정제작심의 신청서를 제출하고 본격적인 어진 제작 작업을 추진해왔다. 이후 지난 1일 자로 선현정부표준영정 제100호로 공식 지정됐다. 표준영정은 선현의 영정이 난립하는 것을 막고자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지정한 영정이다.

지금까지 단종 어진은 김호석 화백이 제작한 반신상이 널리 알려져 있었는데 해당 반신상은 표준영정으로 지정되지는 않았다. 어진은 살아있는 왕의 얼굴을 직접 보고 그린 도사(圖寫)가 있고, 생존 시 그린 어진이 없어 얼굴을 아는 이들의 기억에 의존해 그린 추사(追寫), 기존 어진을 바탕으로 제작하는 모사(模寫) 등으로 나뉜다.

어진 단종역사관에 영구 봉안 예정

단종 탄신 580주년을 맞아 권오창 화백이 제작한 단종 어진(작품 규격 가로 120㎝, 세로 200㎝). 정부표준영정 제100호로 공식 지정됐다. 박진호 기자

단종 탄신 580주년을 맞아 권오창 화백이 제작한 단종 어진(작품 규격 가로 120㎝, 세로 200㎝). 정부표준영정 제100호로 공식 지정됐다. 박진호 기자

이번에 표준영정으로 지정된 단종의 어진은 생존 시 모습을 그린 도사 작품이 없어 추사 방식으로 제작됐다. 단종의 용안은 조선왕조실록과 행장 등 사료와 전주 이씨 종중의 골상적 특징이 고려됐다. 여기에 국보 317호 태조 어진 경기전본과 세조 어진 초분 국립고궁박물관 소장본을 검토해 공통된 특징을 추출했다. 단종 어진은 장릉 경내에 있는 단종역사관에 영구 봉안될 예정이다.

단종은 1452년 12살의 어린 나이로 왕위에 올랐다. 그 뒤 1455년 숙부인 세조에게 왕위를 내주고 상왕으로 물러났다. 16살에 영월 청령포로 유배된 후 17살에 영월 관풍헌에서 죽임을 당했다. 이후 1698년(숙종 24년)에 임금으로 복위됐다. 현재 영월에는 청령포·장릉·관풍헌 등 단종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다.

영월군 영월읍 영흥리에 소재한 장릉은 200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조선왕릉 40기 중 하나다. 영월군은 1967년부터 단종문화제를 열어왔다. 장릉 제례와 민속신앙, 칡 줄다리기, 국장 재현을 통해 단종의 영원한 영면과 재림을 기원하고 있다.

영월군은 앞으로 단종 어진을 지역 문화 특성화 추진에 필요한 자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최명서 군수는 “단종 어진은 단종 삶의 궤적을 재조명하고, 후대에 남길 문화적 사료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며 “어진은 단종 선양사업의 구심점이 될 것은 물론 자자손손 우리가 지켜나가야 할 소중한 자산으로 간직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영월=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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