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최후 행장지’ 옛 전남도청에서 탄흔 수백곳과 M16 탄두 찾았다

중앙일보

입력

옛 전남도청복원추진단이 지난해 7월부터 올해 3월까지 옛 전남도청 일대에서 진행한 탄흔 조사 결과 확인한 탄두. 사진 옛 전남도청복원추진단

옛 전남도청복원추진단이 지난해 7월부터 올해 3월까지 옛 전남도청 일대에서 진행한 탄흔 조사 결과 확인한 탄두. 사진 옛 전남도청복원추진단

탄두 10개 중 5개 추출

5·18 민주화운동 최후 항쟁지인 옛 전남도청에서 당시의 격전 상황을 추정할 수 있는 탄두 10개가 발견됐다. 이 중 일부는 정밀조사 결과 M16 소총에서 발사된 것으로 확인됐다.

1층 서무과와 경찰국 외벽에서 10개 확인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옛 전남도청복원추진단은 13일 “옛 전남도청 건물 일대에서 탄흔 조사를 한 결과 탄흔으로 의심되는 흔적 총 924개를 발견했고 탄두 10개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복원추진단이 찾은 탄두 10개는 옛 전남도청 내부 1층 서무과(8개)와 경찰국 외벽(2개)에 남아 있었다. 10개의 탄두 중 5개는 추출돼 실체가 확인된 상태다. 서무과에 남은 탄두 3개와 경찰국 2개다.

복원추진단은 5·18 당시 사진과 영상 속에서 찾은 옛 전남도청 탄흔 추정지를 비파괴 검사 방법으로 분석해 71곳도 발견했지만, 수리·보수돼 탄두가 남아있는지 여부를 파악하기 어려웠다.

서무과 탄두 3개는 M16 소총탄

복원추진단은 서무과에서 찾은 탄두 3개가 M16 소총탄인 사실을 확인했다. 1980년 5월 당시 전남도청 벽면과 같은 벽체를 만들어 사격한 뒤 확보된 탄흔 표본과 벽체를 비교·분석하는 방식으로 M16 탄두라는 사실을 검증했다. 국립과학수사원을 통해 총탄 성분 분석과 탄두 표면에 남은 총강 흔적도 교차 확인했다.

복원추진단은 경찰국에서 나온 탄두 2발도 M16 소총탄일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서무과에서 발견된 탄두보다 훼손 상태가 심해 구체적인 조사가 어려운 상황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옛 전남도청복원추진단이 옛 전남도청 경찰국에서 찾은 탄두. 사진 옛 전남도청복원추진단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옛 전남도청복원추진단이 옛 전남도청 경찰국에서 찾은 탄두. 사진 옛 전남도청복원추진단

옛 전남도청 벽면 외에도 1980년부터 자리를 지킨 나무에서 탄두가 발견됐다. 옛 전남도청 본관 앞 은행나무 속에서 3개, 회의실 옆 소나무 속에서 2개가 확인됐다.

하지만 고사 위험이 있어 탄두를 추출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복원추진단 관계자는 “탄두가 남은 나무들은 1980년 5월부터 도청에 있었기 때문에 사적과도 같은데 추출할 경우 고사할 위험이 있다”며 “전문가 자문을 통해 탄두 추출이 가능한지 따져본 뒤 판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탄흔 의심 흔적 525개 추가 검증

복원추진단이 찾은 924개의 탄흔 중 454개는 탄약 잔존 성분 검사 등 추가 검증이 예정됐다. 사진·영상으로 찾았지만, 수리·보수된 탄흔 추정지 71개도 함께 검증한다. 나머지 389개는 조사 결과 못과 나사못 등 공사흔적으로 판명돼 검사 대상에서는 제외된다. 추가 검사 결과 발표 시기는 옛 전남도청 복원공사 완료 시점으로 예상된다.

문체부는 이번 탄흔 조사의 모든 과정을 영상으로 담아 전시콘텐츠로 제작하고 옛 전남도청 복원 이후에 공개한다. 이번 조사로 확인된 탄두 10개의 흔적은 영구 보존 처리된다.

복원추진단 관계자는 “이번 조사로 확인된 탄흔을 통해 시민들의 최후 항쟁 직전과 직후 모습, 계엄군의 진압 동선, 진압 방식 등을 유추할 수 있었다”며 “최후의 항쟁지였던 옛 전남도청이 품은 그 날의 기억과 5·18 당시의 진실을 밝히는 또 하나의 중요한 실마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광역시=진창일 기자 jincha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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