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도우미 불러 7명이서 술판···창녕 공무원, 되레 민원인 고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한정우 경남 창녕군수가 12일 군청에서 열린 공직자 복무 기강 확립 확대 간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정우 경남 창녕군수가 12일 군청에서 열린 공직자 복무 기강 확립 확대 간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남 창녕군과 하동군에서 공무원들이 잇따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위반하고 술판을 벌인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13일 창녕군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창녕읍의 한 식당에서 창녕군 공무원 4명과 민간인 1명이 식사를 하며 술을 마신 뒤 가요주점을 방문했다. 5인 이상 사적 모임을 금지한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위반한 것이다.

가요주점에 들른 일행은 이곳에서 노래방 도우미 2명을 더 불러 술을 마셨다. 이런 사실은 가요주점에서 공무원들이 도우미를 불러 술판을 벌이는 것을 목격한 A씨가 지난달 31일 군에 민원을 제기하면서 드러났다. 이후 공무원 등은 A씨를 명예훼손 등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경찰 관계자는 “가요주점에서 도우미를 불러 술판을 벌인 것을 목격한 A씨가 이후 ‘공무원이 성매매했다’는 취지의 소문을 내고 다녀 해당 공무원이 명예훼손으로 경찰에 고소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동군수와 공무원들이 근무시간에 거리두기를 위반하고 술판을 벌이고 있는 모습. 사진 하동참여자치연대

하동군수와 공무원들이 근무시간에 거리두기를 위반하고 술판을 벌이고 있는 모습. 사진 하동참여자치연대

창녕군은 감사에 착수해 공무원과 민간인 등 5명이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위반한 사실을 확인했다. 군은 사회적 거리두기 행정명령과 품위 유지 의무를 위반한 관련 공무원들을 직위 해제하고 징계하기로 했다. 또 12일 재발 방지를 위한 복무 기강 확립 특별 교육을 했다. 한정우 군수는 “코로나19로 엄중한 시기에 일부 공무원이 군민에게 큰 실망을 안겨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무관용 원칙에 따라 일벌백계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하동에서는 윤상기 하동군수와 간부 공무원들이 근무시간에 방역 지침을 어기고 술판을 벌인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됐다.

경남도에 따르면 윤 군수와 부군수, 국장(4급) 3명 등 모두 17명은 지난 2월 19일 오후 5시 28분에서 43분 사이에 하동읍내 한 식당에서 술과 음식을 나눠 먹었다. 앞서 오후 5시쯤 하동군청 소회의실에서 열린 ‘2021년 사무관 임용장 수여식’을 마친 후 열린 승진 축하 자리였다. 당시 경남도는 지난 2월 15일부터 28일까지 식당 등 다중이용시설에서 5명 이상 예약 및 동반 입장을 금지하는 등 5인 이상 사적 모임을 금지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을 내린 상태였다.

하지만 이들은 근무시간이 종료되기 이전에 사무관 승진 축하 모임에 참석했고, 출장명령 등 정당한 직무상의 명령 없이 근무지를 무단으로 이탈하는 등 복무규정을 위반했다는 것이 경남도 감사위원회 결론이다. 경남도 감사위원회는 윤 군수는 경고조치 하고, 나머지 공무원 중 12명에 대해서는 경징계 처분을 하도록 하동군에 요구했다.

 지난해 7월 1일 하동에서 열린 행사 당시 공무원들이 윤상기 군수의 얼굴 사진이 든 팻말을 흔들고 있다. 이들의 등에는 '상기 없음 못 살아' 라는 글이 써진 종이가 붙어 있었다. 사진 하동참여자치연대

지난해 7월 1일 하동에서 열린 행사 당시 공무원들이 윤상기 군수의 얼굴 사진이 든 팻말을 흔들고 있다. 이들의 등에는 '상기 없음 못 살아' 라는 글이 써진 종이가 붙어 있었다. 사진 하동참여자치연대

이런 사실은 사무관 축하 모임을 하는 식당에 들른 한 손님이 ‘일과시간에 공무원들이 술판을 벌이고 있다’고 112에 신고하면서 알려졌다. 윤 군수는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되자 지난 2월 24일 ‘하동군 공무원 코로나19 방역 수칙 위반에 대해 잘못을 인정하며 머리 숙여 깊이 사과드립니다’라는 취지의 사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주민 서모(75)씨는“코로나19라는 엄중한 상황에 모범을 보여야 할 공무원들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반한 것도 모자라 술판까지 벌인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며 “공직기강 해이를 바로 잡을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위성욱 기자 w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