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김치 위생 또 논란] 소비자·시장 반응

중앙일보

입력

'중국산 기생충 김치' 여파로 김치를 손수 담그려는 사람이 늘면서 국산 배추 주문이 급증하고 있다. 반면 중국산 김치업체에는 주문 취소가 잇따르고 있다.

식당들은 국산 김치를 사용한다는 홍보물을 내걸고 손님 잡기에 안간힘이다. 국산 김치업체들도 김치담그기 체험행사를 여는 등 안전성 알리기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구충제를 찾는 사람이 많아지고, 배추김치 대신 깍두기로 바꾸는 학교 급식업체들도 생기고 있다.

'중국산 납 김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기생충 파동이 이어지면서 중국산 먹거리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 "김치 직접 담그겠다"=서울 목동 손정현(40.주부)씨는 "납 김치 파동이 날 때만 해도 할인점이나 시장에 가서 포장 김치를 사먹었으나 기생충 파동 후에는 국산 포장 김치라도 좀 불안해 이번 주말 친정에서 김치를 얻어왔다"며 "수년 동안 김장을 안 했으나 올해는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런 소비자들이 늘면서 국산 배추 주문이 급증하고 있다. 충북 괴산군 문광면 흑석리 작목반에는 중국산 김치에서 기생충 알이 검출됐다는 발표 이후 22~23일 서울과 수원 등지에서 20명가량의 손님이 다녀갔다. 이들은 즉석에서 3000포기를 예약했다. 또 대전.대구 등지에서 30여 명이 전화로 3000여 포기를 주문했다.

이 마을 주민 김석하(49)씨는 "배추 주문이 두 배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유통업체들도 배추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그랜드백화점.그랜드마트는 "김장용 배추를 당초 계획보다 10% 더 늘려 총 7만2000포기를 확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수요가 급증하자 배추 가격도 오를 조짐이다. 유통업계는 본격적인 김장철인 11월 중순 배추 가격이 포기(상품 기준)당 1500~2000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우리는 안전" 홍보 총력=식당들은 김치가 국산인지 묻는 손님들 때문에 홍역을 치르고 있다. 서울 영등포2가동의 T갈비집 종업원은 "23일 손님의 절반 이상이 중국산 김치 여부를 물어봤다"며 "'국산재료로 직접 담근 김치'라는 말을 듣고서야 젓가락을 든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 순화동의 한 식당은 '우리는 위생적으로 직접 담근 김치를 숙성해 사용합니다'라는 안내 문구를 식당 출입문과 실내 곳곳에 붙였다. 서울 상도동의 W식당도 '국산 김치만 판다'는 안내문을 내걸었다.

국산 김치 업체들도 이번 사태가 전체 김치에 대한 불신으로 확대될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양반김치를 생산.판매하는 동원 F&B는 다음달 1일부터 주부 등 소비자를 충북 진천의 공장으로 초대해 김치 생산 공정을 보여주고 직접 김치를 담그도록 할 방침이다. 종가집 김치나 인터넷 쇼핑몰 롯데닷컴도 김치 공장을 둘러보는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 중국산 주문 취소 잇따라=중국 김치를 판매하던 인터넷 업체 등엔 중국산 김치 주문 취소가 잇따르고 있다. 김치 전문 판매 사이트를 운영하는 정모(40)씨는 "중국산 김치에서 기생충 알이 검출된 사실이 알려진 뒤 중국산을 사갔던 가정이나 음식점이 반품하거나 주문을 취소했고 상당수의 주문은 국산으로 대체됐다"고 말했다.

배추김치에 대한 불신 때문에 급식 메뉴에서 김치를 깍두기로 바꾸는 학교도 생기고 있다. 서울 S고의 행정실장은 "대기업 계열사에 급식을 맡겼는데 최근 '납 김치' 파동이 난 뒤 이 업체가 배추김치 가격 상승을 이유로 깍두기로 바꿔버렸다"고 말했다.

구충제를 찾는 사람도 늘었다. 경기도 안산시 고잔동 그랜드약국 이남식(44) 대표는 "22, 23일 하루에 15명가량이 구충제를 찾았는데 이는 예년보다 두세 배가량 늘어난 것"이라면서 "주로 20~30대 젊은 사람들이 약을 사면서 가족들 것을 같이 사간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