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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세 인상" 美제안 바로 받은 독·프, 디지털세와 빅딜 성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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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의 로고.[AFP=연합뉴스]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의 로고.[AFP=연합뉴스]

미국과 유럽 간 최저 법인세와 디지털세 ‘빅딜’ 가능성이 수면위로 제대로 떠오르고 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글로벌 최저 법인세' 도입을 제안한 지 하루 만에 독일과 프랑스, 국제통화기금(IMF)이 찬성 의사를 보였다. 유럽 주요국의 이처럼 신속한 동조에는 나름의 속내가 있다. 구글과 페이스북 등 미국 빅테크 기업에 디지털세를 걷겠다는 유럽의 구상을 현실화할 기회란 판단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올라프 숄츠 독일 부총리 겸 재무장관은 6일(현지시간) “올해 글로벌 최저 법인세의 국제적인 기본 틀 합의 도출이란 기대가 현실이 될 수 있다”며 “전 세계적 세금 인하 경쟁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경부 장관도 “미국의 제안을 환영한다”며 “국제 조세와 관련한 글로벌 합의가 임박했다. 역사적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기타 고피나스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국가별 법인세율 차이가 조세 부담 전가와 조세 회피를 초래하고 있어 크게 우려했다”며 “글로벌 법인세율 하한 설정을 찬성한다”고 말했다.

기타 고피나스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AFP=연합뉴스]

기타 고피나스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AFP=연합뉴스]

“구글·페이스북 등에 세금 걷게 해주면 찬성”

올라프 숄츠 독일 재무장관.[로이터=연합뉴스]

올라프 숄츠 독일 재무장관.[로이터=연합뉴스]

하지만 독일과 프랑스의 동조는 '조건부 찬성'이다. 전제 조건은 ‘디지털세’다. 올라프 장관은 “(글로벌 최저 법인세 논의는) 디지털 경제에 대한 더 나은 과세와 함께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르메르 장관도 “디지털 서비스 과세에 대한 포괄적 합의도 도출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최저 법인세는 지난 수년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주요 20개국(G20) 차원에서 논의했다. 하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글로벌 최저 법인세와 함께 이뤄진 디지털세 부과 논의에서 합의를 도출하지 못해서다. 미국의 빅테크 기업을 겨냥한 디지털세에 대한 미국의 반대가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구글세’라 불리는 디지털세는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빅테크’ 기업을 겨냥한다. 현재 법인세는 기업의 물리적 사업장이 있는 국가에서 부과할 수 있다. 하지만 빅테크 기업이 법인세가 거의 없는 국가에 사업장을 둔 뒤 전 세계에서 돈을 벌며 과세 형평성 문제가 불거졌다.

그 결과 디지털 기업의 이윤에 대해 각국이 세금을 걷을 수 있도록 하자는 ‘디지털세’ 논의가 유럽국가를 중심으로 본격화했지만 미국은 이에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대신 빅테크 기업에 대한 의무적 과세보다 해당 기업이 어떤 국가에 세금을 납부할지 자율적으로 선택하는 ‘세이프 하버’ 체제를 제안했다.

양측이 접점을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프랑스 등이 독자적으로 디지털세를 부과하자 미국은 보복 관세 조치로 반격했다. 법인세 인하를 추진해온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는 글로벌 최저법인세 논의에도 큰 관심이 없었다.

트럼프와 다른 바이든, “美 디지털세에 전향적”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로이터=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로이터=연합뉴스]

상황이 달라진 건 조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오면서다. 디지털세 부과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드러내고 있어서다. 옐런 장관은 지난 2월 “세이프 하버를 더는 주장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IMF도 미국의 태도 변화가 향후 최저법인세율과 디지털세 합의에 중요한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봤다. 빅토르 가스파 IMF 재정부문 국장은 FT에 “(글로벌) 최저세율 설정 문제는 미국이 (디지털세 관련) 사안에서 태세를 전환하면서 중요한 발판이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독일과 프랑스 입장에선 글로벌 최저 법인세율을 정해도 크게 불리할 것이 없다. 프랑스의 지난해 법인세율은 32%로 OECD 최고 수준이다. 독일도 지방세를 포함하면 실제 법인세율은 30%를 넘는다.

미국처럼 과감한 재정투입으로 경기를 살려야 할 필요성도 있다. 스벤기 골드 유럽의회 의원은 “코로나19 위기로 각국 금고가 텅 비었다”며 “독일과 프랑스가 미국의 제안을 받아들여 글로벌 법인세 최저세율 21% 추진에 힘을 싣고 있다”고 말했다.

FT는 “유럽 주요국과 IMF의 지지는 최저 법인세 협상이 급물살을 탈 수 있다는 신호”라며 “만일 바이든 행정부가 디지털세를 허용하면 최저 법인세의 국제공조는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OECD 주요국 2020년 법인세율.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OECD 주요국 2020년 법인세율.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공화당 반대로 법인세율 합의 수준 낮을 수도

물론 난관은 많다. FT는 “(기업에 대한 부담을 늘리는 것에 대한 미국 공화당의 반대로) 글로벌 최저 법인세율이 국제적 합의 수준보다 낮아질 수 있다는 비관론도 나온다”고 전했다.

세금 부과에 대한 국가 간 이견을 줄이기 힘들 것이란 전망도 있다. 로펌 클리포드챈스의 댄 니들 파트너는 FT에 “바이든 행정부가 미국 기업에서 더 많은 세금을 거둬들이기 원한다고 해서 다른 국가들도 그렇게 해도 된다고 만드는 실수를 범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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