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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서약서…블록체인 기술로 '디지털 링' 만들어 결혼한 커플

중앙일보

입력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 직원인 레베카 로즈가 지난 3일(현지시간) 트위터에 게재한 결혼식 사진. [레베카 로즈 트위터]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 직원인 레베카 로즈가 지난 3일(현지시간) 트위터에 게재한 결혼식 사진. [레베카 로즈 트위터]

미국 암호화폐 거래소 직원 두 사람이 블록체인 기술로 만든 '디지털 링'을 나누고 결혼식을 올렸다. 암호화폐 열풍이 빚은 신풍속도다.

5일(현지시간) 비즈니스인사이더 등에 따르면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 직원 레베카 로즈와 피터 카처긴스키는 지난 주말 소박한 결혼식을 열었다. 미국에서 통상 결혼식에 드는 비용은 2만5000달러(약 2800만원)이지만 이들이 들인 비용은 약 500달러(약 56만원)에 불과했다고 현지 매체들은 전했다.

결혼식에는 특별한 면모가 있었다. 신랑 신부가 반지를 대신 스마트폰을 들고 '변치 않는 사랑'을 약속한 것이다. 신랑 카처킨스키가 이더리움 암호화폐로 '디지털 링'을 만든 덕분이다. 이더리움에 블록체인 기술로 스마트 계약서를 작성하고 디지털 아트워크인 NFT(다른 토큰으로 대체하는 것이 불가능한 암호화폐)를 만들어 자신과 아내의 암호화폐 지갑에 발행했다. 이 NFT의 이름은 히브리어로 '반지'라는 뜻의 'Tabbat'으로 명명했다. 반지 모양의 애니메이션도 추가했다.

코인베이스에서 제품 디자인 책임자로 일하고 있는 로즈는 "전통적인 유대인 의식에 더해 서약을 더욱 굳건하게 하고 싶었다"며 "블록체인은 물건과 달리 영원하다. 사라지지 않고 검열도 불가능하며 누구의 허가도 필요하지 않다. 이보다 낭만적인 것은 무엇이겠나"라며 디지털 링을 추천했다.

카처킨스키가 이더리움에 디지털 링을 만들기 위해 스마트 계약서를 작성한 지난달 10일 들어간 돈은 0.25 ETH(이더코인, 당시 약 450달러)이었다. 그리고 이 계약서를 'Tabaat'으로 명명한 토큰으 발행하는데 추가로 0.0048 ETH(이더코인, 당시 기준 87달러)이 들었다. 암호화폐 기술 안에서 불멸하는 결혼 서약서를 만드는데 총 537달러(약 60만원)가 든 것이다. 이들의 서약서는 이더리움 네트워크에서 확인 가능하다고 암호화폐 전문 매체 코인텔레그레프는 전했다.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한 결혼식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2014년 10월 미국 플로리다주 디즈니 월드에서 열린 비트코인 컨퍼런스 행사에서 데이비드 몬드러스와 조이스 바요는 신혼 부부의 맹세를 QR 코드에 저장하도록 했고, 이 QR코드는 비트코인 블록체인에 영구히 저장됐다. 몬드러스와 바요의 맹세는 "인생은 영원하지 않고 죽음은 우리를 분리할지라도 블록체인(에 담긴 맹세는)은 영원하다"였다.

이후에도 암호화폐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한 결혼과 장례(유언 등), 이혼 계약서 작성 사례가 이어졌다.

블록체인 기술 안에서 작성한 스마트 계약은 서명 후 제출되면 보안 기록으로 영구히 저장된다는 점을 활용한 것이다. 코인텔레그레프는 블록체인 기술이 주는 이런 영속성이 결혼, 또는 여러 계약 서비스의 개발로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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