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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안쓰자 "백신 맞았군요"…1년만에 찾은 이스라엘의 봄 [영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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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욥바 거리. 따스한 봄 햇살 속 인파로 북적이는 거리에는 활기가 넘친다. 1년여 만에 일상을 되찾은 시민들 사이에서도 연신 웃음꽃이 터진다.

이스라엘 교민들이 영상으로 전한 예루살렘 표정 #인구 61% 접종, 확진 100명대로…집단면역 초읽기 #백신 2차 접종 완료한 교민 6명 카페·식당서 모임 #식당 줄 서고, 거리 밴드에 춤 덩실…일상 되찾아 #"마스크 안 쓴 사람 보면 이젠 백신 맞았나보네 생각"

이날 현장의 모습을 촬영해 중앙일보에 전한 교민들도 한껏 들뜬 기분이었다. "와, 이런 거리를 다시 보게 되다니." 카페에서 식당으로 다시 카페로 자리를 옮겨도 대화는 끊이질 않았다.

지난 4일(현지시간) 이스라엘 교민들이 1년 만에 이스라엘 욥바 거리의 카페에서 모임을 가졌다. 이들은 모두 코로나19 백신 2차 접종까지 마쳤다. 이스라엘은 국민의 61%가 코로나19 백신을 맞으면서 확진자가 빠르게 감소해 이날 하루 확진자는 177명을 기록했다. 왼쪽부터 이스라엘 교민 이강근·박인성·이영란·이혜경·유현주·허휘구씨. [사진 이스라엘 교민 이강근씨]

지난 4일(현지시간) 이스라엘 교민들이 1년 만에 이스라엘 욥바 거리의 카페에서 모임을 가졌다. 이들은 모두 코로나19 백신 2차 접종까지 마쳤다. 이스라엘은 국민의 61%가 코로나19 백신을 맞으면서 확진자가 빠르게 감소해 이날 하루 확진자는 177명을 기록했다. 왼쪽부터 이스라엘 교민 이강근·박인성·이영란·이혜경·유현주·허휘구씨. [사진 이스라엘 교민 이강근씨]

교민 유현주(41) 씨는 "불과 얼마 전까지 카페들이 문을 닫거나 테이크아웃만 가능했는데, 이렇게 카페에서 사람들을 만나 커피를 마시니 꿈만 같다"고 말했다. 점심을 먹기 위해 찾은 케밥 식당은 사람들로 꽉 차 빈 자리가 나지 않았다. 일행은 발길을 돌려 훔무스(hummus, 병아리콩으로 만든 요리)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헤어지기 아쉬워 또 다른 카페로 향했다.

교민들을 1년 만에 다시 한 자리에 모이게 한 건 코로나19 백신이었다. 이날 모인 6명 모두 백신 2차 접종까지 마쳤다고 한다. 마스크를 벗고 함께 먹고 대화해도 감염이 두렵지 않은 이유다. 이영란(49)씨는 "이스라엘은 유월절(3월 27일~4월 4일)이 봄의 시작인데, 백신 접종으로 확진자가 확 줄면서 봄을 만끽하게 됐다"고 말했다.

인구의 61%가 백신을 맞은 이스라엘은 빠르게 코로나19 이전의 일상을 되찾고 있다. 집단면역 달성이 머지 않은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셈이다. 이날 이스라엘의 확진자는 월드오미터 기준 177명을 기록했다. 이스라엘에서 하루 확진자가 100대를 기록한 건 지난해 6월 이후 처음이다. 지난 1월 20일 하루 확진자가 1만명대까지 치솟았다가 놀라운 반전을 이룬 것이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뉴욕타임스(NYT)는 "이스라엘의 경제는 거의 완전히 재개됐다"며 "이스라엘은 우리에게 코로나19 대유행 이후의 삶이 어떤 모습일지에 대한 힌트를 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신규 확진자가 대폭 감소하면서 이스라엘은 웬만한 상업 시설의 문을 다 열었다. 식당·카페·상점·쇼핑몰·헬스장·극장·호텔·술집·클럽·스포츠 시설 등의 이용이 자유로워졌다. 이강근(55)씨는 "초반엔 백신 여권을 요구하던 곳들도 이제 접종자들이 하도 많아지니까 검사를 거의 안하고, 접종받았다고 말하면 들여보내 주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부활절인 이날엔 1년 만에 대면 예배도 인원 제한 없이 허용되기도 했다. 이스라엘은 현재 사적 모임의 경우 야외에서 50명, 실내에선 20명까지 허용하고, 이 인원을 더 늘릴 예정이다.

벤 예후다 거리에 북적이는 시민들. [사진 이강근씨]

벤 예후다 거리에 북적이는 시민들. [사진 이강근씨]

이스라엘 식당 앞에 놓인 야외 테이블 자리는 사람들로 꽉차 있고, 식당 앞에는 길게 줄을 서 있다. [사진 이강근씨]

이스라엘 식당 앞에 놓인 야외 테이블 자리는 사람들로 꽉차 있고, 식당 앞에는 길게 줄을 서 있다. [사진 이강근씨]

교민들은 "모든 게 빠른 속도로 제 자리를 찾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교민이 이스라엘의 번화가 벤 예후다 거리의 모습을 찍어 중앙일보에 보낸 영상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식당들 앞엔 길게 줄을 선다. 거리엔 밴드가 돌아와 신이 난 어른이 춤을 추면 아이가 따라 몸을 흔든다. 유모차를 끌거나 아이를 안고 외출 나온 부모들도 많다. 젊은이들은 주변 풍경과 자신의 모습을 사진에 담느라 여념이 없다.

지난해 코로나19의 여파로 취소된 예루살렘의 종려 주일(부활절 전 마지막 일요일) 퍼레이드도 수천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리기도 했다.

교민 고재은(35)씨는 "날씨까지 좋으니 공원들엔 사람들로 북적인다. 가족 단위로 도시락을 싸와 함께 먹고, 산책하며 행복해하는 사람들을 보니 뭉클하다"며 "이스라엘에는 백신과 함께 코로나19 극복이란 진정한 봄이 오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시민들이 4일 텔아비브에 있는 국립극장에서 연극을 관람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스라엘 시민들이 4일 텔아비브에 있는 국립극장에서 연극을 관람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스라엘의 식당에 사람들이 앉아 있다. [AFP=연합뉴스]

이스라엘의 식당에 사람들이 앉아 있다. [AFP=연합뉴스]

실외에선 마스크를 안 쓴 사람들도 눈에 띄게 늘었다. 이강근씨는 "예전엔 이스라엘에서도 마스크 안 쓴 사람을 보면 피했는데 이젠 마스크 안 쓴 사람을 봐도 '백신 맞았나보네'하는 분위기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5일 이스라엘 매체 하레츠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다음 주부터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해제할 전망이다. 이스라엘 코로나19 방역 책임자인 나흐만 아쉬 교수는 이날 "보건부 코로나19 태스크포스의 권고에 따라 다음 주부터 실외에선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다만 실내 행사 등에선 마스크 착용 의무가 유지된다. 이스라엘군(IDF)도 5일부터 실외에서 마스크를 벗고 활동해 안전 여부를 확인하는 실험에 돌입했다.

십자가를 지고 종려주일 퍼레이드를 하는 이스라엘 시민들. [AP=연합뉴스]

십자가를 지고 종려주일 퍼레이드를 하는 이스라엘 시민들. [AP=연합뉴스]

4일 예루살렘에서 열린 부활절 예배. [사진 이강근씨]

4일 예루살렘에서 열린 부활절 예배. [사진 이강근씨]

이스라엘이 이처럼 일상을 회복한 건 빠른 백신 접종 속도 영향이 컸다. 지난해 12월 20일 접종에 돌입한 이스라엘은 10여일 만인 지난 1월 1일 접종률이 12.25%를 기록했다. 접종 한 달째인 1월 20일 접종률은 28.01%였다. 지난 2월 21일 단계적으로 봉쇄 해제를 시작했을 땐 접종률이 이미 50.33%(1차 접종 기준)에 달했다. 이스라엘의 하루 확진자는 이날을 기점으로 갈수록 급격히 줄었다. 5000명대, 4000명대, 3000명대, 1000명 이하에서 100~200명대로까지 감소한 것이다.

이스라엘 공중보건 전문가 로니 감주는 BBC에 "이스라엘의 중증 환자와 사망자도 크게 감소했다"면서 "이스라엘은 백신 접종으로 국가가 어떻게 정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지를 증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세계 백신 전쟁에서 이스라엘이 승자로 보인다"며 "백신 확보, 접종, 봉쇄 해제 타이밍 모든 면에서 이스라엘은 세계 롤모델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스라엘은 정부의 빠른 백신 확보, 잘 갖춰진 의료 체계 등이 높은 접종률을 이끌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교민들은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지고, 절차가 간소해지면 우선 해외여행을 떠나고 싶다고 했다. 유현주씨는 "일 순위로 방문하고 싶은 나라는 한국"이라면서 "한국도 백신 보급과 접종이 빠르게 이뤄져 일상을 하루빨리 되찾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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