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통증 빼곤 괜찮았다" 이스라엘 교민 가족의 백신 접종기

중앙일보

입력 2021.01.27 05:00

업데이트 2021.01.27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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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이스라엘에서 20년 넘게 살고 있는 이강근(55)씨 가족은 이달 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을 모두 마쳤다. 지난 14일 이씨를 시작으로, 17일 아들 헌재(21)씨, 19일 아내 이영란(49)씨, 그리고 20일 마지막으로 딸 유정(19)씨가 화이자 백신을 맞았다.

20여년 이스라엘 거주 이강근씨
최근 부부와 자녀 2명 1차 접종
"군인 아들·딸 접종 뒤 금방 업무"

이스라엘, 백신 접종률 세계 1위
빠른 백신 확보, 잘 갖춘 의료 체계
독특한 공동체 의식 '3박자'가 비결

이씨는 25일 중앙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접종 뒤 가족 모두 건강하다. 다음 달에는 모두 2차 접종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씨 부부는 연령을 기준으로 접종 대상이 됐고, 군인인 아들과 딸도 우선 접종 대상이었다. 한국처럼 징병제를 실시하는 이스라엘에선 남녀 모두 의무 복무를 한다.

이스라엘에 거주 중인 이강근씨와 아내 이영란씨가 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 뒤 받은 인증 스티커를 들고 활짝 웃고 있다. 이강근씨는 스티커를 지갑에 붙여 갖고 다닌다. [사진 이강근씨]

이스라엘에 거주 중인 이강근씨와 아내 이영란씨가 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 뒤 받은 인증 스티커를 들고 활짝 웃고 있다. 이강근씨는 스티커를 지갑에 붙여 갖고 다닌다. [사진 이강근씨]

벌써 온 가족이 접종한 사례가 나온 건 이스라엘의 백신 접종 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영향이다.

아워 월드 인 데이터에 따르면 25일 기준 이스라엘은 인구대비 백신 접종률이 30.77%로 압도적인 전세계 1위다. 전체 인구 약 860만명 중 260만여 명이 1차 접종을 마쳤고, 이중 약 120만여 명은 2차 접종까지 했다. 지난달 20일 60세 이상에서 시작한 접종 대상 연령은 이제 40대로 내려갔다. 대학 입시를 앞둔 16~18세 청소년 대상 접종도 시작됐다.

3월 말까지는 전 국민 접종을 끝내겠다는 게 이스라엘 정부의 목표다. 이에 따라 세계에서 가장 먼저 '집단 면역'을 선언하는 국가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강근씨가 지난 14일 이스라엘에서 코로나19 백신을 접종받고 있다. [사진 이강근씨]

이강근씨가 지난 14일 이스라엘에서 코로나19 백신을 접종받고 있다. [사진 이강근씨]

이스라엘에선 백신 접종이 의무가 아닌 선택이다. 하지만 정부의 빠른 백신 확보와 잘 갖춰진 의료체계, 국민들의 강한 공동체 의식이라는 '3박자'가 높은 접종률로 나타났다는 평가다.

이강근씨도 백신 접종에 나선 이유를 "코로나19를 이기고 일상생활로 되돌아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고, 내가 감염되지 않고 나로 인해 다른 사람들이 감염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가족 중 가장 먼저 접종한 그는 “접종을 앞두고 긴장한 아내와 자녀들에게 ‘안심하고 접종하라’고 이야기해줬다”면서 “그 덕분에 가족들 모두 마음 편히 맞았다는 말에 뿌듯했다”고 말했다.

그는 내달 접종을 시작할 예정인 한국 국민의 이해를 돕기 위해 접종 당시 직접 찍은 영상도 중앙일보에 보내왔다.

이씨는 현지에서 예루살렘 유대학연구소의 소장 겸 목사로 일하고 있다. 2007년 이스라엘 명문 히브리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스라엘 한인회장(2011~2014년)을 역임했고, 2019년 레우벤 리블린 이스라엘 대통령이 방한했을 당시 공식 수행원으로 한국을 찾기도 했다.

다음은 이강근씨와의 일문일답.

이스라엘에서 유독 접종 속도가 빠른 이유는 무엇인가. 
우선 환자 중심의 의료 시스템을 꼽을 수 있다. 이스라엘에선 4곳의 건강관리기관(HMO) 중 원하는 한 곳을 선택해 국민건강보험을 가입할 수 있다. 중간에 다른 기관으로 변경도 가능하다. 자신의 거래 은행을 마음대로 선택하듯 말이다. 가입자들은 각 기관과 연결된 병원들에서 진료를 받게 된다. 기관들이 고객 유치를 위해 경쟁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의료 서비스의 질이 높아진다. 신속하고, 친절하다. 코로나19 백신 접종도 마찬가지다. 우리 동네만 해도 이들 기관 4곳이 각각 운영하는 백신 접종소가 다 있다. 접종 예약부터 전 과정이 편리하다. 또 이스라엘의 군사 중심 문화도 큰 영향을 끼쳤다. 이스라엘은 이웃 할머니가 “내가 낙하산 부대에 있을 때는 말이야”하는 경험담을 들려줄 정도로 18세 이상 성인 남녀라면 모두 군대 복무 경험이 있다. 제대 후에도 예비군은 강도 높은 훈련을 받는다. 그래서 백신 접종이 강제가 아닌데도, 국가적인 캠페인에 동참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 키부츠(kibbutz·생활 공동체)에 뿌리를 둔 공동체 의식도 작용한 것 같다.  
백신 접종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나. 
건강관리기관에서 내가 접종 대상(55세 이상)이 됐다고 알려주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줬다. 기관의 애플리케이션으로 원하는 접종소와 날짜, 시간을 선택했다. 예약 당일 이틀 전부터 예약 일정을 환기하고, 변동은 없는지 확인하는 자동응답시스템(ARS) 전화가 왔다. 당일 아침엔 직원이 직접 전화해 예약 시간에 오는지 확인했다. 만약 그 시간에 못 오는 사람이 있을 경우 다른 사람에게 기회를 주려는 것이다. 접종 병원은 집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있었다. 예약 시간보다 20분 일찍 도착했는데, 10분도 채 기다리지 않고 접종실에 들어갔다. 주의 사항을 듣고 백신을 접종하는 데 3~4분가량 걸렸다. 의사 한 사람이 최대 7분 동안 한 사람씩 접종하도록 시스템을 짰다고 한다. 접종 뒤에는 부작용 모니터링을 위해 병원에 15분가량 머물러야 했다.     
이강근씨의 아내 이영란씨가 지난 19일 화이자 백신을 맞고 있다. [사진 이강근씨]

이강근씨의 아내 이영란씨가 지난 19일 화이자 백신을 맞고 있다. [사진 이강근씨]

접종 뒤 부작용은 없었나.   
나는 독감 백신 맞았을 때처럼 접종 부위에 조금 통증이 있는 것 빼곤 별다른 증상이 없었다. 군인인 아들과 딸도 접종 뒤 금방 군 업무에 복귀할 정도로 아무 증상이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아내는 접종 5분 뒤 오한을 느끼고, 가슴이 두근거리는 증상이 있었다. 혈압이 일시적으로 오르기도 했다. 의료진이 와서 살핀 뒤 오한은 백신 접종으로 인한 면역 반응으로 나타나는 일시적 부작용이고, 나머지 증상은 긴장이 원인이라고 설명해줬다. 실제로 모든 증상이 10~15분 지나자 정상으로 돌아왔고, 괜찮아졌다.  
자발적으로 백신을 맞은 이유는.  
코로나19를 극복하고 일상생활로 되돌아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했다. 감염으로부터 나는 물론이고 다른 사람들도 지키고 싶었다. 1차 접종 뒤 받은 인증 스티커를 지갑에 붙이고 다닌다. 다른 사람들이 보고 안심했으면 해서다. 스티커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나는 코로나19 백신을 맞았다. 모두의 건강을 위하여’.  
벌써 온 가족이 백신을 맞은 건 세계적으로도 흔치 않다. 
감사한 일이다. 군인인 아들과 딸은 우선 접종 대상이었지만, 역시 접종이 필수가 아닌 선택이었다. 아이들은 내게 전화로 접종 뒤 증상이 어땠는지 묻고, 접종해야 할지 조언을 구했다. 아내는 부작용 사례가 나왔다는 뉴스를 보고 불안해하기도 했다. 가족을 안심시키고 접종을 독려했다. 아이들이 “아빠 덕분에 편안한 마음으로 접종했다”고 말해 뿌듯했다.     
이강근씨의 아들 헌재(왼쪽)씨와 유정씨. 군 복무 중인 두 사람도 코로나19 백신을 맞았다. [사진 이강근씨]

이강근씨의 아들 헌재(왼쪽)씨와 유정씨. 군 복무 중인 두 사람도 코로나19 백신을 맞았다. [사진 이강근씨]

2차 접종은 언제 하나.  
나는 다음 달 4일이다. 접종 2주 뒤엔 국가로부터 ‘녹색 여권’을 받게 된다. 이 여권 소지자는 해외 방문 뒤 자가 격리를 면제받고, 각종 문화 행사와 스포츠 관람, 식당 이용에 자유로워진다. 나는 유대학연구소 일로 일 년에 한국을 몇 차례 방문했는데, 코로나 사태로 지난 1년간 가지 못했다. 
이스라엘은 백신 접종이 빠르지만 확진자 수도 많다. 25일에는 8000명이 넘었는데. 
3차 봉쇄 기간이 이달 말까지 연장됐다. 쇼핑몰엔 상점 절반 정도가 자리를 빼 텅 비었다. 이스라엘에 거주하는 한인은 700명가량 된다. 교민 중에선 성지순례 등 여행업에 종사하는 분들도 적잖은데 타격이 크다. 한국으로 되돌아가 온라인 수업으로 대체하는 유학생들도 있다. 하지만 백신 접종이 빠른 속도로 이뤄지며 분위기도 달라졌다. 유학생들 사이에서 ‘접종 대상이 유학생으로 확대되면 이스라엘로 돌아가서 맞아야겠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또 백신 접종 뒤 감염률이 떨어졌다거나 항체가 생겼다는 연구 결과들이 속속 나와 머지않아 백신 접종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방역이나 백신 접종 상황이 정부 지지도에도 영향을 주나. 
확진자가 많다 보니 ‘방역에 실패한 정부’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백신 조기 확보를 위해 정부는 모사드를 동원하고,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화이자의 알버트 볼라 최고경영자(CEO)와 17차례나 통화했다. 총리가 국민보다 먼저 백신을 맞으며 접종도 독려했다. 이스라엘 내부에서 ‘정부가 백신 확보와 접종을 위해 최선을 다했구나’하는 긍정적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이 3월 총선에서 네타냐후 총리에 유리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한국도 다음 달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될 예정인데.  
코로나19 백신은 코로나19와 싸워 이길 유일한 방법이다. 나는 접종 뒤 아내와 두 자녀에게도 접종을 권했다. 먼저 맞은 입장에서 접종 대상자라면 안심하고 백신을 맞으시라고 권하고 싶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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