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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적모임 5인 안되고 고궁투어는 10인도 된다는 방역당국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달 초등학생 자녀를 데리고 박물관에 간 박모(40)씨는 5명 넘게 모여있는 아이들을 보고 깜짝 놀랐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전시 해설이 금지된 줄 알았는데 여러 무리의 아이들이 해설사 설명을 들으며 체험학습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체험학습 업체를 통해 사설 해설사와 함께 방문한 일행이었다. 박씨는 "5인 이상이 모이면 안 되는 게 원칙인데 여럿이 체험학습을 하는 아이들이 한두 팀이 아니었다"고 전했다.

지난해 12월 이후 고궁 해설관람은 금지됐지만 사설 해설 업체를 통한 단체 관람은 계속되고 있다. [사진 경복궁 홈페이지]

지난해 12월 이후 고궁 해설관람은 금지됐지만 사설 해설 업체를 통한 단체 관람은 계속되고 있다. [사진 경복궁 홈페이지]

지난 4일 방역 당국은 "코로나 4차 유행이 시작될지 모르는 갈림길에 서 있다"며 사회적 거리 두기 협조를 당부했다. 하지만, 주요 박물관과 고궁 등에서는 5인 이상이 모인 사설 해설 관람이 계속되고 있다.

주말 곳곳 5인 이상 체험학습, 고궁 투어  

각 고궁이 직접 운영하는 해설 관람은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고자 지난해 12월부터 중지된 상태다. 하지만 개별 신청 이후 사설 해설사를 통한 관람은 가능하다. 한양도성과 서울 고궁 등에서 사설 해설사로 활동하는 안모(34)씨는 현재 4명 이하로만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코로나 이전과 비교할 때 수입은 절반이 넘게 줄었지만, 방역 수칙을 준수하려면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다.

하지만, 안씨는 최근 다른 해설사들이 5명 이상을 모아놓고 해설을 하는 모습을 경복궁, 창경궁 등에서 목격했다고 한다. 안씨는 "음식점에 5명이 모여있으면 경찰이 출동하지만, 고궁의 사설 투어는 아무도 제지하지 않는다"면서 "체험학습이나 여행상품 판매 업체들은 여전히 5인 이상 단체 상품을 팔고 있다. 방역에 협조하는 사람만 손해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방역당국의 해석 때문에 사설 업체를 통한 5인 이상 체험학습은 계속 진행중이다. [사진 독자 제공]

방역당국의 해석 때문에 사설 업체를 통한 5인 이상 체험학습은 계속 진행중이다. [사진 독자 제공]

문화재청 "방역 당국이 5인 이상 해설 괜찮다더라" 

온라인 쇼핑몰과 여행업체 등은 관련 해설 상품을 계속 판매 중이다. 지난 1일부터 시작된 경복궁 야간 해설 상품을 확인해보니 동일 시간대에 19명까지 구매가 가능했다. 해당 업체에 단체 관람 문의를 해보니 "업체가 진행하기 때문에 방역 수칙 위반이 아니다. 송수신기를 사용해 거리 두기를 유지하려고 노력한다"면서 "주말에는 10명 넘게 오신다. 감염 때문에 불안한 마음이 든다면 평일에 오거나 오시지 않는 걸 추천한다"는 답변이 왔다.

이들이 5명 이상의 신청을 받아 영업하는 것은 방역 당국의 해석 때문이었다.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 관계자는 "방역 당국에 문의한 결과 5인 이상 집합금지는 사적인 모임이 그 대상으로 안내 사업의 경우 적용되지 않는다고 답변을 들었다"면서 "궁에서 모인 사람들을 사설 업체와 일반 방문객으로 구분하기 어렵고 4명이건 10명이건 사회적 거리 두기 유지가 중요하다. 저희가 그 인원 자체를 통제하거나 제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모이는 게 문제인데 경각심 없는 해석" 

국립중앙박물관 관람객들이 2m 간격을 유지하며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김성룡 기자

국립중앙박물관 관람객들이 2m 간격을 유지하며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김성룡 기자

비슷한 체험학습과 사설 관람이 모이는 국립중앙박물관 관계자는 "집합금지가 실시된 이후 저희도 준수를 위해 노력하지만, 몰래 진행을 하는 경우가 있다고 들었다"면서 "업체들이 박물관에 들키지 않고 들어가는 방법 등을 서로 공유한다고 한다. 저희도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감염내과) 교수는 "확진자가 줄지 않고 재유행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데 방역 당국이 고궁 관람에 그런 안일한 해석을 내렸다면 큰 문제"라면서 "사적이든 공적이든 모이는 것 자체가 문제다. 서로 모르는 이들이 5인 이상 모이는 게 문제인데 방역에 경각심이 없는 소극적인 해석으로 이해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여성국 기자 yu.sungk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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