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삼거리는 조선 삼남대로 길목
충남 천안시가 대규모 사업을 구조조정해 예산 절감에 나섰다. 중복되거나 효과에 의문이 드는 분야를 과감히 축소·취소하는 게 골자다.
670억 규모 천안삼거리 명품화 사업 구조조정
천안시는 5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사태 등으로 살림살이가 넉넉하지 않아 과거보다 예산을 더 아껴 써야 할 상황”이라고 밝혔다. 천안시는 지난해 재난지원금100억원을 쓴 것을 포함해 임시 선별진료소 운영과 방역에 50억원, 소상공인 지원금 50억원, 천안사랑상품권 발행액 85억원 등을 지출했다.
대표적인 사업비 축소 대상은 삼거리공원 명품화 사업이다. 이 사업은 역사적 명소인 동남구 삼용동 천안삼거리 일대에 휴식 공간과 볼거리를 만드는 게 핵심이다. 2024년까지 19만2169㎡에 숲속생태놀이터·초지관찰원·생물다양성숲·생태복원숲·빗물정원·지하주차장(260여대) 등을 조성할 예정이다. 많은 시설물을 설치하는 대신 녹지 공간으로 꾸미는 게 특징이다.
천안삼거리는 조선 시대 한양에서 경상도와 전라도로 내려갈 때 거쳐야 하는 삼남대로의 분기점이었다. ‘흥타령 ‘으로 알려진 ‘천안삼거리’ 민요도 있다. 천안삼거리는 한국전쟁 때는 치열한 전투가 벌어진 곳이기도 하다. 천안삼거리 한쪽에는 1950년 7월 8일 이곳에서 전사한 미군 대령의 이름을 따 '마틴 공원'이 조성돼있다.
"중복되고 효과 없는 사업 과감히 축소"
천안시에 따르면 천안삼거리 명품화 사업비를 674억원에서 475억원으로 199억원을 줄였다. 과잉 투자와 실효성 논란이 빚었던 사업이 축소 대상이 됐다. 이 가운데 30억원짜리 미디어월 조성 사업을 백지화했다. 미디어월은 기존 옥외 영상광고판과 비슷하며, LED를 활용해 다양한 영상을 보여준다. 미디어월을 설치하면 전기요금 등 관리비도 해마다 수천만원이 든다고 한다.
42억원을 들여 분수대를 설치하려던 계획도 취소했다. 박상돈 천안시장은 “이미 삼거리 공원에 분수대가 여러 개 있어 추가 설치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며 “미디어월도 삼거리공원 같은 휴식 공간에 설치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천안시는 공원 내 판매시설과 체험공방 등도 만들지 않기로 했다.
명품화사업에는 국비 17억원과 도비 117억원이 투입된다. 사업 축소로 절감하는 199억원은 전액 시 예산이다. 이에 따라 시가 부담하는 예산은 당초 540억원에서 341억이 된다.
이 사업은 당초 구본영 전 시장의 역점 사업이었다. 구 전 시장은 2017년 9월 사업계획을 확정하고 2020년 7월 착공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계획 확정 단계부터 예산 낭비 논란이 일었다. 구 전 시장은 2019년 11월 대법원에서 벌금형(정치자금법 위반)이 확정됨에 따라 시장직을 잃었다. 이 바람에 사업은 한동안 중단됐다.
삼거리공원 명품화 사업이 축소되자 천안시의회 김선태 의원은 삭발하며 반발하기도 했다. 그는 "시장이 바뀌었다고 대규모로 진행되던 사업을 일방적으로 수정한다면 그 어떤 계속 사업도 제대로 추진할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천안=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