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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안보 협력” 중국 “경제 협력” 한국 향해 ‘우리 편 서라’ 메시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노골적인 표현만 없었지 ‘우리 편에 서라’는 메시지는 분명했다. 미국 메릴랜드주 아나폴리스 해군사관학교와 중국 푸젠성 샤먼(廈門)에서 각각 열린 한·미·일 안보실장 협의(2일)와 한·중 외교장관 회담(3일) 이야기다.

한·미·일 안보협의 캠벨도 참여 #쿼드 거론 안 했지만 대중 견제

미 백악관은 서훈 국가안보실장과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기타무라 시게루(北村滋) 일본 국가안보국장 간 협의 뒤 언론 성명을 내고 “3국 실장은 미국의 대북정책 리뷰에 대해 상의하고, 인도·태평양 안보 문제를 포함한 공동의 우려 사안에 대해 협의했다”며 “이들은 공통의 안보 목표를 수호하고 진전을 이루기 위해 협력하겠다는 변함없는 공약을 재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쿼드(미국·일본·호주·인도) 안보협의체 등 한국이 불편하게 여길 수 있는 주제는 거론하지 않으면서도, 역내 중국의 도전 문제에 대해 한·미·일이 머리를 맞댔다고 시사한 것이다. ‘아시아 차르’로 중국에 맞서는 야전사령관 역할을 하는 커트 캠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 담당 조정관도 협의에 참여했다. 그의 참여는 이번 3국 협의 목표가 한·미·일 대중 견제 연합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간 회담 뒤 한국에 민감한 주제를 대놓고 드러내지 않은 것은 중국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속내까지 숨긴 것은 아니었다. 중국 외교부 보도자료에 따르면 왕 위원은 “중국과 한국의 경제는 고도로 통합돼 있으며, 이해의 공동체가 됐다”며 “중국은 5G, 집적회로, 인공지능(AI) 등 분야에서 협력 강화에 집중하기 위해 한국과 기꺼이 함께 일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과 경쟁하는 첨단기술 분야를 협력 영역으로 콕 짚은 것으로, 한국 보도자료에는 없는 내용이다.

한국 정부가 두 고위급 협의에서 우선시한 것은 북핵 문제였다. 하지만 두 협의에서 북핵 문제를 두고 묘한 공감대 차이가 있었다. 서훈 실장은 지난 2일 특파원들과 만나 “우리 측은 비핵화 과정에서 북한에 대한 관여의 중요성을 강조해 설명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백악관은 “3국 안보실장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의 완전한 이행이 긴요하다는 데 뜻을 함께했다”며 제재 준수를 강조했다. 반면에 중국 외교부는 왕이 위원이 “대화와 협상을 통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모든 당사자들이 노력해야 한다”며 대화와 관여를 통한 비핵화라는 한국의 입장을 지지했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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