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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시진핑 방한 의지 표명”…중국 발표문엔 없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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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한·미·일 안보실장이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3자회담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앞줄 오른쪽부터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기타무라 시게루 일본 국가안보국장. [사진 외교부]

한·미·일 안보실장이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3자회담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앞줄 오른쪽부터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기타무라 시게루 일본 국가안보국장. [사진 외교부]

지난 3일 중국 샤먼(廈門)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 회담이 끝난 뒤 양국은 각각 회담 성과를 알리는 발표문을 냈다. 하지만 한국 정부의 발표문에 있는 내용이 중국 측 발표문에는 없거나, 그 반대인 경우도 적지 않았다. 특히 한국 측이 강조한 ‘시진핑(習近平) 방한’은 중국 측 발표문에는 언급조차 없었다.

한·중 외교회담 결 다른 발표문 #중국 “각급 밀접한 소통 희망” 그쳐 #해외교포에 백신 맞히는 춘묘행동 #중국 “한국서 계획 지지” 일방 발표

이날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과 회담한 뒤 기자들과의 티타임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방한은 코로나19 상황이 안정되는 대로 가급적 조기에 추진하고, 구체적 계획에 대해 협의를 개시하기로 합의했다”고 강조했다. 외교부도 “중국 측은 시진핑 주석의 방한 의지를 재차 표명했다”는 결과문을 발표했다. 하지만 중국 측 발표는 결이 달랐다. 시 주석의 방한과 관련지을 수 있는 대목은 “중국은 한국과 각급에서 밀접한 소통을 유지하기를 희망한다”는 문장이 전부였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왼쪽)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지난 3일 중국 푸젠성 샤먼 하이웨호텔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외교부]

정의용 외교부 장관(왼쪽)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지난 3일 중국 푸젠성 샤먼 하이웨호텔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외교부]

128일 만에 열린 한·중 외교장관 회담 이후 나온 중국의 발표문은 지난해 11월 서울 회담과 비교하면 빠진 내용과 새로 들어간 내용이 적지 않다. 먼저, 서울 회담 때 있던 “한·중 간 민감한 문제를 한국이 적절히 처리하기를 희망한다”는 문구는 빠졌다. 중국은 2016년 한국에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가 설치된 이후 양국 회담 문건마다 ‘민감한 문제’를 언급하며 불만을 표시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미·중 경쟁이 가열되는 상황에서 한국을 중국 쪽으로 당기기 위한 양보라는 해석이 나온다. 둘째, “북한의 합리적 안보 우려를 진지하게 해결한다”는 왕이의 발언이다. 북한의 ‘자위용’ 핵 보유 논리를 옹호하는 발언으로 서울 회담 때는 보이지 않았던 문구다.

셋째, “5G·빅데이터·녹색경제·인공지능·집적회로·신에너지·바이오 산업 등의 영역에서 협력을 중점적으로 강화하기를 희망한다”는 왕이의 발언도 샤먼 회담 발표문에 새롭게 등장했다. 미국의 기술 포위망을 뚫기 위해 한국을 활용하겠다는 뜻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넷째, 중국의 해외교포 백신 접종 계획인 춘묘행동(春苗行動) 외교를 한국에도 적용하겠다는 부분이다. 중국은 샤먼 회담 발표문에 “양측은 건강코드 상호 인증 시스템을 건립하고, 백신 협력을 전개하며, ‘패스트트랙’ 적용 범위 확대를 위한 협조를 강화한다”며 “한국은 중국의 춘묘행동 계획을 지지했다”고 발표했다.

반면에 한국은 회담 보도자료에서 “정 장관은 ‘동북아 방역·보건 협력체’에 대한 중국 측 지지를 평가하고 지속적인 지원과 협력을 희망했다”고 밝히는 데 그쳤다. 중국인을 대상으로 하더라도 중국산 백신의 국내 도입은 논란을 촉발할 수 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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