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자 사망 위험 비흡연자 1.5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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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까지 하루 평균 148명이 담배로 인해 사망할 것이란 조사 결과가 나왔다. 2003년 흡연 관련 사망자 수는 하루 111명 꼴이었다. 16년 동안 담배 때문에 총 86만4456명이 목숨을 잃는다는 것이다. 이 숫자는 직접 담배를 피우는 사람만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로 간접흡연으로 인한 피해는 계산하지 않은 것이다.

연세대 보건대학원 지선하 교수팀은 4일 공무원, 사립학교 교직원 의료보험 가입자와 가족 117만8138명에 대한 1993~2003년치 자료를 분석한 결과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남자는 1.56배, 여자는 1.48배 사망위험이 크다고 발표했다.

조사 결과 남성 흡연자는 비흡연자에 비해 ▶후두암 6.5배▶폐암 4.6배▶식도암 3.6배▶방광암 2.3배나 발생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자는 ▶후두암 4.2배▶폐암 2.8배▶자궁내막암 2.1배 순이었다.

또 흡연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81~2000년 기간에는 총 49만7567명이었지만, 2001~2020년에는 그 두 배인 106만7499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지 교수는 "흡연의 폐해는 20~30년 뒤에 나타나기 때문에 80년대 79%나 됐던 높은 흡연율 결과가 지금 드러나는 것이며, 향후 20년간 흡연 사망률은 지속적으로 늘 것"이라고 설명했다.

◆ 사망 원인 1위는 뇌혈관질환=흡연 하면 떠올리는 것은 폐암이다. 하지만 이번 조사 결과 지난 20년간 흡연 관련 사망자 가운데 뇌졸중이 직접적인 사망원인이었던 사람이 10만5235명으로 가장 많았다. 또 심근경색도 2만8692명으로 5위를 차지했다. 담배를 피울 때 발생하는 유해물질이 혈관을 손상시키고, 이곳에 지방과 콜레스테롤이 쌓여 동맥경화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특히 흡연은 혈관을 수축시켜 혈액의 흐름을 방해한다.

뇌졸중 다음으로는 폐암이 9만2769명으로 2위, 위암은 5만5530명으로 3위, 간암은 3만7556명으로 4위를 기록했다. 담배에는 무려 4000여 가지의 독성물질이 있고, 타르 등 A급 발암물질도 20여 종이나 된다. 담배연기와 직접 접촉하는 부위는 물론 대사.배설 과정에서 유해물질이 쌓여 각종 암을 발생시킨다. 조사 결과 하루 흡연량이 20개비 이상, 흡연 기간이 30년 이상인 흡연자의 폐암 사망률은 비흡연자의 8배에 달했다. 위암은 흡연 시 침에 녹아든 타르에 포함된 발암물질이 위에 들어가 발생한다.

◆ 국민 부담도 크게 늘어=흡연은 각종 질병에 걸리게 하거나 악화시키기도 한다. 이번 조사에서 흡연과 관련해 2003년 한 해에만 126만 명의 환자가 고통을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 수치는 2010년엔 194만 명, 2020년엔 282만 명으로 급증할 것으로 추산됐다.

이에 따라 암을 포함한 흡연 관련 질환에 대한 진료비도 급증할 것으로 예측됐다. 2003년 건강보험공단이 흡연 관련 질환에 지출한 돈은 4137억원에 달했다. 환자 본인이 부담한 것까지 포함하면 총진료비는 4881억원이나 된다. 흡연 관련 질환을 치료하기 위한 총진료비는 2010년에는 6690억원, 2020년에는 9328억원이 될 것으로 추산됐다. 올해부터 2020년까지 흡연 관련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들어갈 비용은 총 11조7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한국금연운동협의회 김일순 회장은 "흡연 관련 사망 수치를 보면 대구지하철화재와 같은 대형 참사가 이틀에 한 번꼴로 일어나는 것"이라며 "가족이 당하는 피해까지 생각한다면 지금보다 더욱 강력한 금연정책을 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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