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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이구 ~ 저 웬수 '따로국밥'부부?

중앙일보

입력

당신이 기혼자라면, '가정의 달'을 맞아 배우자를 위해 무슨 선물을 준비했는가.만일 '함께 사는 부부끼리 선물은 무슨 선물…' 이란 생각을 한다면 당신에겐 분명 문제가 있다. 아무리 한 이불을 덮고 지내는 사이라도 그저 '염화미소(拈華微笑)'만으로 부부애가 돈독해지기는 힘들다. 나의 배우자를 평생 함께 지낼 참된 동반자로 만들기 위해 부부는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

◆부부문화, 왜 필요한가=중매결혼에서 연애결혼으로, 대가족이 핵가족으로 변하는 것은 사회적 추세다. 또 평균수명도 증가해 부부만의 삶을 엮어 나가야 할 기간도 길어졌다.

백상정신과 박수룡 원장은 "가족 구성원 수가 줄어들수록 부부가 서로에게 미치는 영향력과 중요성은 커지기 마련"이라며 "화목한 부부는 심혈관계, 호르몬 분비, 정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 중.노년기 건강과도 직결된다"고 들려준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부부문화가 일천한 게 현실. 남편 따로, 아내 따로 각자의 영역에서 지냈던 부모세대로부터 보고 배운 역할모델이 없다. 지금의 30~40대만 해도 부부보다 부모-자식 간의 유대가 더 중요시되는 환경에서 자랐다. 지금도 자녀중심의 가정을 꾸리는 사례가 적지 않다. 하지만 자신은 부부중심의 문화를 가꾸어야 할 상황에 놓여 있다.

박 원장은 "자녀중심의 가정에선 자칫 배우자에 대해 소홀해지기 쉽다"며 "결혼 후 오랜 세월 서로 무심히 대하다가 자식이 독립한 뒤, 여유시간까지 많아지면서 배우자와 어떻게 지내야 할지 몰라 부담스러워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부부간 차이점을 인정한다=바람직한 부부문화를 가꾸려면 우선 부부는 일심동체(一心同體)여야 한다는 집착부터 버려야 한다. 부부는 수십년간 다른 환경에서 성장한 독립된 인격체 간의 만남으로 이뤄진 것이다. 성격, 스타일, 감정 표현, 가치관 등에서 당연히 서로 다를 수 있다. 따라서 나와 배우자의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자신과 성격이 다르다고 해 성격을 고쳐 보겠다는 것은 환상이다. 서울대병원 정신과 유인균 교수는 "성격은 천성이라 바꾸기 어렵다"며 "화목한 부부가 되기 위해 성격이 비슷해야 되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한다.

배우자는 모든 일에 대해 나와 다른 판단기준을 가질 수 있다. 나와 생각이 다르다고 비난하거나 무리하게 의견일치를 보겠다고 우기다간 '대화가 안 되는 사람'으로 낙인찍히기 쉽다.

유 교수는 "부부는 공유하는 시간과 사건들이 많으므로 하루빨리 배우자의 성격.스타일.장단점 등을 파악해 평화롭게 공존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공통점을 발견해 공유한다=아무리 다른 사람이라도 무엇인가 공통점은 있기 마련. 또는 나는 싫지도 좋지도 않지만 배우자는 좋아하는 일도 있다. 따라서 이런 종목을 빨리 발견해 부부간에 함께 시간을 보내며 즐기는 노력이 필요하다.

단, 배우자가 싫다는 일을 "몰라서 그렇지 이게 얼마나 좋은데"라며 억지로 강요해서는 안 된다. 사랑은 가꾸고 만들어 가는 것이란 진리는 배우자에게도 적용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서울아산병원 정신과 홍진표 교수는 "지금부터라도 자녀 이외에 부부만의 시간을 1주일에 한번씩은 꼭 가지도록 하라"고 권한다. 또 부부의 공통 관심사인 자녀 문제, 재테크 등은 부부가 꼭 함께 의견을 조율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 사례1 퇴직 후 왕따

58세 남자, 대기업 간부로 지내다 6개월 전 명예퇴직

①퇴직 후 6개월간의 생활
- 그간 가족과 소원했던 정을 나누고 시간을 공유하려 노력,
- 가족은 집에 있는 가장의 존재를 오히려 부담스러워함,
- 가족과 못 어울리고 늘 혼자 지냄

② 현재 상태
- 아내와 자녀로부터 심하게 소외당해 불면증과 우울증

③ 30년간의 가정생활
- 직장생활에 몰두하며 자녀교육,재테크 등 모든 일을 아내에게 일임,
- 승진에 뒤처지지 않으려고 짬 날 땐 영어공부 등으로 실력을 다짐,
- 주중엔 가족과 시간 내기가 불가능, 주말엔 거래처 사람들과 골프를 치거나 집에서 휴식

④남편에 대한 아내의 생각
- 남편은 사회에서 한창 활동할 땐 가족일에 무심했던 사람,
- 실업자가 된 뒤 갑자기 나와 애들 일에 사사건건 끼어들려 함,
- 이전처럼 자신의 하루 일과는 자신이 알아서 챙겨야 한다고 생각. ('그간 꾸려온 내 세계에 끼어들려는 남편이 불청객 같다')

# 사례2 애들만 알던 아내

55세, 여자, 전업주부

① 생활의 변화
- 2년 전 둘째아들 결혼 후 늘 소원했던 남편과 둘이서만 지냄

② 현재 상태
- 자녀로부터의 심한 배신감과 소외감
- 우울증('앞으로 남은 인생을 재미없는 남편하고만 둘이서 어떻게 사나')

③ 27년간 결혼생활
- 중매로 결혼한 남편과는 생각.성격.생활습관 등 서로 일치하는 게 거의 없고 여가시간을 둘만 보낸 적이 거의 없음
- 시댁과 문제가 생길 때마다 시부모 편만 드는 남편은 서운하고 괘씸한 존재
- 자녀 출산 후 자식들 뒷바라지하는 낙에 살았음
- 남편은 처자식보다 직장.시댁 일에 더 적극적(아내의 생각)

④ 아내에 대한 남편 생각
- 아내가 자녀 교육, 집안 살림은 열심히 했지만 매사 아이들 위주로 하는 건 섭섭했다.
- 아내에게 억지로라도 친밀감을 표현할라치면 '새삼 왜 그러느냐'는 식으로 반응한다.
- 애들 일에 대해 '그러지 마라'고 조언해도 '시어머니가 그럴 땐 편들던 사람이…'라며 무안만 준다.
- 앞으로 아내와 무엇을 어떻게 맞추면서 살아야 할지 고민이다.

# 사례3 부부가 중심

남자 52세로 3년 전 명예퇴직 후 자영업, 여자는 50세로 교사

① 현재 생활
- 아들은 군 입대, 대학생 딸과 생활
- 가족 구성원끼리 최대한 독립적인 삶을 꾸리고 있음

② 현재 상태
- 배우자에 대해 서로 만족함
- 부부간에 의견이 일치하는 일은 꼭 함께함 (여행이나 등산은 꼭 같이 다님)

③ 20년간 결혼생활
- 결혼 초에는 서로 바쁘게 지내면서 부부싸움도 많이 했음
- 10여 년 전 아내의 입원을 계기로 남편.아내 모두 상대방의 소중함을 자각('아파 보니 그래도 남편이 최고더라'(아내),'아내가 없는 상황을 생각하니 아찔했다'(남편))
- 이후론 매사 부부 위주의 가정생활을 함
- 부부간에 공통된 사항(재테크, 자녀 문제 등)은 항상 함께 의논해 합의점을 찾음
- 부부라도 본인의 일은 당사자가 원하는 대로 처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함

④ 부부의 생각
- 둘 다 일에서 완전히 손떼고 나면 함께 할 일이 더 많을 것 같다.
- 자녀의 배우자 선택, 결혼 비용 등은 가급적 본인들이 알아서 해결토록 한다.

*** 바람직한 부부문화 가꾸려면

◆ 평소엔
- 함께 삶을 꾸려가는 동반자임을 인식한다.
- 아무리 가깝게 느껴도 기본 예의는 지킨다.
- 애정표현을 수시로 적절히 한다.
- 상대방은 나와 다른 배경에서 성장한 사람임을 이해한다.
- 배우자는 모든 것을 공유해야 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난다.
- 자신이 원하는 바는 정확히 전달하되 일방적 요구는 삼간다.
- 내가 바라는 일이지만 상대방이 거절할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한다.
- 상대방이 가치있게 생각하는 일은 무시하지 않는다.
- 자녀문제는 사소한 일도 꼭 부부가 함께 의논한다.
- 성생활에 대한 각자의 만족·불만족을 허심탄회하게 공유한다.
- 평생 함께할 수 있는 여가생활을 함께 찾아본다.
- 선호하는 취미생활이 다를 땐 억지로 맞추지 않는다.
- 부부동반 모임에선 배우자의 입장을 고려한다.
- 남들 앞에서 상대방 험담을 하지 않는다.

◆ 갈등이 있을 땐
- 상대방의 잘못을 직접 비난하지 않는다.
- 상대방의 생각·행동은 내 뜻대로 바꾸기 어렵다는 점을 인식한다.
- 배우자에 대한 실망감은 비난 없이 내 느낌만 담담하게 전달한다.
- 타인과 배우자를 비교하는 말을 절대 하지 않는다.
- 배우자가 싫어질 땐 만일 내게 배우자가 없다면?하고 가정해 본다.
- 부부싸움을 할 때도 어느 정도는 계획을 세운 뒤 시작한다.
- 상대방이 불합리한 주장을 해도 인내심을 가지고 끝까지 들어준다.
- 첨예한 갈등이 생길 땐 내가 배우자 입장이라면?하고 가정해 본다.
- 배우자와 자녀·부모·형제간 갈등이 있을 땐 일단 배우자를 편든다.
- 배우자와 의견충돌이 있을 땐 공통분모부터 찾아본다.
- 언쟁이 격렬해진다 싶으면 휴식시간을 갖는다.
자료: 서울아산병원 정신과, 백상정신과 부부클리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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