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남성, 수십km 미행" 여성 신고에도 그냥 돌려보낸 경찰

낯선 남성이 수십㎞ 자신을 미행하고 있다며 다급하게 찾아온 여성 운전자를 그냥 돌려보낸 경찰의 소극적 조치가 논란이 되고 있다.

경찰서 앞. 연합뉴스

31일 한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글에는 이런 사연이 소개됐다.

A씨는 지난 23일 오후 전북 강천사 휴게소에서 마주친 한 남성이 자신을 차로 뒤쫓는 것을 알아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차선을 이리저리 바꿔봤지만, 이 차량은 무리하게 끼어들기를 하며 뒤따라왔다.

겁이 난 A씨는 광주 서구의 한 파출소로 급하게 차를 몰았다.

이 남성은 파출소 건너편에 차를 세웠다. 이 모습은 A씨 차량의 블랙박스에 고스란히 담겼다.

길을 돌고 돌아 찾아간 파출소까지 따라오자 심각한 상황임을 깨달은 A씨는 경찰에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설명을 들은 경찰은 남성에게 신분증을 요구했으나 이 남성은 "가는 길이 겹쳤을 뿐 따라간 적 없다"며 언성을 높였다.

경찰은 차적 조회로 남성의 신원을 확인했을 뿐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고 돌려보냈다.

A씨는 불안함을 해소하지 못한 채 집으로 돌아와야 했다.

경찰은 이 사건에 대해 "지목된 남성이 신고된 내용에 크게 반발하고 있었고 강제로 조사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었다"며 "우선 A씨와 분리 조치를 하기 위해 인적 사항을 확인하고 돌려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또 A씨의 차에 찍힌 블랙박스로 미행 사실을 확인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A씨가 블랙박스가 있다고 얘기하지 않아 영상은 확인하지 않았다"면서 "A씨의 요청이 있었다면 집까지 동행하거나 주변 순찰을 강화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일자 광주 서부경찰서는 자체 조사를 통해 사실관계를 파악하기로 했다.

신혜연 기자 shin.hyeye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