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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유의 경찰 집회 신고, 전국 곳곳 자치경찰제 마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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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지난 29일 충북도청 정문 앞에서 충북지역 경찰공무원 직장협의회 관계자가 ‘일방적인 충청북도 자치경찰 조례안 피해자는 도민이다’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9일 충북도청 정문 앞에서 충북지역 경찰공무원 직장협의회 관계자가 ‘일방적인 충청북도 자치경찰 조례안 피해자는 도민이다’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9일 충북도청 정문 앞. 청주상당경찰서 민복기 직장협의회장이 1인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일방적인 충청북도 자치경찰 조례안 피해자는 도민이다’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서다. 피켓에는 ‘충북지사는 자치경찰을 원하는 것이냐, 자치노비를 원하는 것이냐’라는 문구도 적혀 있었다.

7월 시행 앞두고 지자체·경찰 갈등 #충북 경찰협의회 도청 앞 1인 시위 #“지방경찰청장 의견 반드시 들어야” #도에선 “자치입법권과 배치” 반대

충북도는 지난 23일 자치경찰사무와 자치경찰위원회의 조직 운영 등에 관한 조례안을 입법 예고했다. 여기에는 자치경찰 사무 개정과 관련해 ‘도지사가 충북경찰청장의 의견을 들을 수 있다’고 명시했다.

민 협의회장을 비롯해 경찰 내부에서는 조례안에 포함된 ‘의견을 들을 수 있다’는 규정에 반발하고 있다. 경찰청장의 의견 청취를 강제 규정으로 명시해야 한다는 게 경찰의 주장이다. 충북경찰청도 청사 정문에 자치경찰 입법 예고에 항의하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하지만 충북도는 “자치입법권과 배치된다”며 반대를 고수하고 있다.

두 기관 간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자 결국 충북경찰청 산하 직장협의회는 31일 충북도를 규탄하는 도심 집회를 열기 위해 집회신고를 했다. 집회를 관리·통제할 주체인 경찰이 집회를 여는 것은 초유의 일이다.

7월 자치경찰제 전면 시행을 앞두고 전국 곳곳에서 광역자치단체와 경찰 간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는 자치경찰제 시행에 앞서 조례를 제정해야 한다. 대부분 경찰청이 제시한 ‘표준 조례안’을 근거로 조례를 만들고 있다. 대전과 충남 등 일부 시·도에서는 별다른 갈등 없이 이미 조례 제정을 마쳤다.

하지만 충북과 경기·전남 등 일부 지역에선 “자치권 침해 소지가 크다”며 표준 조례안 준용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표준 조례안 2조 2항은 자치경찰 사무 범위와 관련해 ‘광역단체장은 지방경찰청장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경찰은 이 규정을 사실상 강제 사항으로 판단하고 있다. 반면 자치단체는 임의 규정을 고집하고 있다. 자치권이 우선이라는 이유에서다.

전남에서는 갈등 끝에 자치경찰 조례 심의가 일단 보류됐다. 지난 19일 조례안을 입법 예고했던 경기도는 경찰의 요구를 수용, 11일 만인 30일 조례안을 수정했다.

지난 25일 조례안이 도의회 본회의를 통과한 제주에서도 갈등의 여진이 지속되고 있다.

인천에서는 경찰의 반발을 고려한 시의회가 2조2항의 강제 규정을 유지한 뒤 조례를 통과시키면서 갈등이 일단락됐다.

청주·수원·제주·무안=신진호·최모란·최충일·최종권·진창일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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