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늘린 씀씀이 “내년부터 재량지출 10% 줄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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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늘어난 나랏돈 씀씀이가 내년부터 줄어든다. 기획재정부는 재량 지출을 10%씩 줄이라는 지침을 각 정부부처에 내렸다. 구멍 난 재정을 메우기 위해서다.

30일 국무회의에서 이런 내용의 ‘2022년도 예산안 편성 및 기금운용 계획안’이 통과했다. 부처별로 예산을 짜기 전 기재부가 제시하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이다.

안도걸 기획재정부 예산실장(오른쪽)이 지난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2022년도 예산안 편성 지침과 기금운용 계획안 관련 사전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안도걸 기획재정부 예산실장(오른쪽)이 지난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2022년도 예산안 편성 지침과 기금운용 계획안 관련 사전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안도걸 기재부 예산실장은 “코로나 위기 대응 과정에서 한시적ㆍ일시적 증액된 사업이 많다”며 “이 사업들을 전면적으로 ‘제로 베이스(원점)’에서 재검토해 재원을 발굴하고, 이를 미래 대비 투자 재원으로 전환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위기 대응 차원에서 일시적으로 크게 늘린 예산을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감축해나가겠다는 의미다. 정책금융기관에 대한 출자금, 급증한 고용유지지원금, 소비 쿠폰ㆍ바우처 등 소비 회복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분야별로 재원 재배분도 이뤄진다. 에너지 분야에서 화석연료 사용 촉진 사업은 최소한으로 축소하기로 했다. 여기서 나온 여유 재원은 신재생 에너지, 온실가스 저감 산업 육성 예산으로 돌린다.

전반적인 씀씀이도 줄인다. 반드시 써야 하는 항목(의무 지출)을 제외한 재량 지출 가운데 10%를 감축하기로 했다. 금액으로는 약 12조원 정도다.

안 실장은 “(지출) 구조조정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부처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인센티브(혜택)를, 그렇지 않은 부처에 대해선 페널티(벌칙)를 부여토록 하겠다”며 “구조조정으로 절감한 재원은 해당 부처의 중점 투자 분야에 신규ㆍ계속 사업 소요로 원칙적으로 전환해 주겠다”고 밝혔다.

정부 예산을 총괄하는 기재부가 내년부터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선다고 예고한 건 코로나19 위기를 막느라 크게 불어난 지출 규모를 마냥 유지할 수만은 없어서다.

재정 구멍은 이미 커질 대로 커졌다. 올해 정부 총지출 예산은 572조9000억원(1차 추가경정예산 기준)으로 600조원에 다가섰다. 불과 2년 사이 지출 규모만 100조원 넘게 불었다.

하지만 정부 수입은 예년만 못하다. 이날 기재부가 확정한 ‘2021년도 조세 지출 기본계획’에 따르면 올해 국세 수입 총액은 300조5000억원으로 전망됐다. 코로나19 위기가 절정이었던 지난해(296조9000억원)와 견줘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2019년(306조7000억원) 수준을 회복하지 못할 것으로 관측됐다.

코로나19로 경기가 나쁜 탓도 있지만, 경제 회복을 지원하겠다며 세금을 크게 깎아준 이유도 있다. 올해 국세 감면액은 56조8000억원 수준으로 지난해(53조9000억원)보다도 많다.

코로나19로 급하게 늘린 지출 대부분은 빚을 내 겨우 막고 있다. 올해 말 기준 국가채무는 965조9000억원에 도달한다. 1000조원 돌파가 코 앞이다.

바닥난 재정 상황을 고려해 정부는 올해 조세 감면 제도를 엄격히 운용하기로 했다. 기재부는 “일몰 기한이 도래하는 비과세ㆍ감면 제도는 성과 평가 결과 등을 토대로 불요ㆍ불급한 사항부터 적극 정비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세종=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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