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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의 가습기·필터 '코'

중앙일보

입력

봄을 맞는 코는 괴롭다. 건조한 날씨가 계속되는 데다 황사에 꽃가루까지 들어와 시련을 겪는다. 코는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는 세균의 감염 통로이기도 하다. 환절기 때마다 감기와 알레르기 비염으로 고생하는 사람에게 코는 건강의 바로미터인 것이다. 해맑은 이비인후과 이화식 원장의 도움말로 봄철 코관리에 대해 들어본다.

# 코는 가습기다

코의 기능은 크게 두 가지. 우선 방어진지의 역할이다. 공기에 섞인 먼지는 코털에서 걸러지고 점액에 부착돼 밖으로 배출된다. 가습기의 역할도 한다. 마르고 찬 공기는 75~95%의 습도와 섭씨 37도의 온도로 바뀌어 폐로 전달된다. 따라서 코가 막혔다는 것은 호흡기의 최전선이 무너졌음을 의미한다.

코가 괴로운 것은 점막의 자극 때문이다. 특히 황사에 함유된 중금속과 미세먼지가 점막을 자극해 콧물.재채기.코막힘으로 이어진다. 봄철 코 질환자가 급증하는 이유다.

# 콧물이 더럽다?

인체에서 가장 값진 일을 하면서도 가장 홀대받는 체액이 콧물이다. 정상인의 콧물 배출은 하루 1ℓ. 콧속 점막에서 생성돼 섬모의 물결 운동을 통해 목으로 넘어간다. 콧물은 먼지.세균이 몸안으로 들어가지 못하도록 끈끈이 역할을 한다. 코의 1차 방어선 기능의 절반을 콧물이 맡고 있는 것. 먼지가 증가하거나 감기에 걸렸을 때 갑자기 콧물이 많아지는 것은 우리 몸을 지키기 위한 자연스러운 생리현상이다.

따라서 콧물 상태를 보면 어떤 질환에 걸렸는지 알 수 있다. 맑고 투명한 콧물이 쉴새 없이 나오면 알레르기 비염, 끈적끈적한 점성 콧물은 만성 비염을 알린다. 누런 색깔의 끈적끈적한 콧물은 만성 축농증을, 피가 섞여 있을 땐 급성 비염, 또는 비중격만곡증을 의심할 수 있다. 콧물에서 냄새가 날 때는 주의깊은 관찰이 필요하다. 성인의 경우엔 심한 축농증이나 악성종양을, 어린이는 코 안에 이물질이 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 지긋지긋한 코막힘

코막힘은 코질환을 암시하는 증상이다. 원인은 단순한 코감기에서 콧속에 물혹이 생겼거나, 코뼈가 휘어졌을 때도 코가 막힌다. 축농증.알레르기성 비염.만성 비후성 비염이 있을 때도 마찬가지다. 어린이의 경우엔 목과 코 사이에 있는 편도선(아데노이드)에 문제가 생겨도 코가 막힌다.

문제는 코가 막히면 입으로 숨을 쉬게 돼 입이 마르고, 두통이 생기며, 매사에 집중력이 떨어진다는 사실이다. 특히 어린이의 경우엔 수면 부족으로 성장장애와 학습장애를 초래한다. 얼굴뼈의 발육 장애와 치열이 고르지 않는 악영향도 받는다.

# 간편해진 코 수술

코막힘 치료도 첨단화하고 있다. 가위와 칼이 레이저와 고주파 등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 치료의 원리는 같다. 예민해지고, 두꺼워진 점막을 잘라내거나 폴립(물혹) 등을 제거해 공기통로를 열어주는 것이다. 레이저 수술이 열에너지를 만들어 점막을 지지는 것이라면, 코블레이션 수술은 고주파 바늘을 점막 속에 집어넣어 점막 부피를 줄인다. 아르곤 플라스마 응고술도 있다. 환부에 닿지 않게 고주파를 쏴 점막을 응고시킨다. 지혈이 쉽고, 조직 손상이 적은 장점이 있다. 콧속 물혹은 크기가 작을 때는 약물로, 클 때는 흡입분쇄기를 이용해 간단히 제거한다.

# 코 세척으로 코 건강 지킨다

황사가 심한 봄이나 환절기 때는 비강세척이 도움이 된다. 목을 가글하듯 콧속을 청결하게 유지해 코질환을 예방한다. 하지만 코점막은 구강이나 인두 점막에 비해 구조나 기능이 섬세해 주의가 필요하다. 체온과 비슷한 청결한 생리식염수를 써야 하고, 귀가 멍하거나 아플 때는 피해야 한다.

시중에서 파는 코 세정제로 생리식염수 외에도 바닷물로 만든 피지오머(유유) 같은 제품도 나와 있다. 생리적 등장액(0.9% NaCl)으로 인체를 구성하는 칼슘.마그네슘.칼륨 등을 함유하고 있다. 부수적으로 점막의 세포증식 효과도 얻을 수 있다. 가정에서 쓰는 코세척기는 곰팡이나 세균에 기구가 오염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 건강한 코를 유지하려면

--먼지가 쌓이기 쉬운 집기나 가구는 방에 두지 않는다

-진공청소기를 사용하고, 가능한 한 카펫을 깔지 않는다

-코를 풀 때는 한쪽 코를 막고 반대쪽을 살살 푼다

-실내온도는 20~25도, 습도는 50~60%를 유지한다 (알레르기 환자가 있으면 습도를 50% 이하로 낮춤)

-이부자리를 미리 펴놓고 먼지가 가라앉은 뒤 잠자리에 든다

-코의 청결을 위해 비강 세척을 한다

-코 뚫는 스프레이는 일시적으로 효과를 가져올 수 있지만, 합병증이 올 수 있으므로 자주 사용하는 것을 피한다

-외출 후엔 먼지나 꽃가루가 들어오지 않도록 옷을 털고, 샤워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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