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방전 가짜로 만들어 여성호르몬제 구입…이를 다시 판 일당 검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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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가 위조한 처방전으로 약국에서 구매한 여성호르몬제. 사진 부산경찰청

A씨가 위조한 처방전으로 약국에서 구매한 여성호르몬제. 사진 부산경찰청

위조된 산부인과 처방전으로 약국에서 여성 호르몬제를 대량으로 산 뒤 인터넷 카페에 불법 판매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50대 남성 9100만원 어치 구매…4배 비싸게 팔아

부산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약사법 위반 혐의로 50대 남성 A씨를 구속하고, A씨에게 대량으로 여성호르몬제를 판 약사 2명과 약국 종사자 1명을 입건했다고 30일 밝혔다.

A씨의 범행은 과거 산부인과를 찾아 전문의약품인 여성호르몬제를 처방받은 경험을 바탕으로 이뤄졌다. 트랜스젠더였던 A씨는 병원을 찾아 여성호르몬제를 처방받아왔다. 당시 방문했던 산부인과 의사 면허번호와 기관번호를 외우고 있었던 A씨는 인터넷에서 처방전 양식을 다운받은 뒤 가짜로 처방전을 작성했다. A씨는 위조된 처방전으로 2016년 6월부터 2020년 11월 18일까지 부산진구에 있는 B약국과 경남 양산에 있는 C약국에서 30여 차례 방문해 9100만원 상당의 여성 호르몬제를 샀다.

A씨가 인터넷에서 처방전 양식을 다운받아 직접 작성한 수기 처방전. 사진 부산경찰청

A씨가 인터넷에서 처방전 양식을 다운받아 직접 작성한 수기 처방전. 사진 부산경찰청

A씨는 구매한 여성 호르몬제를 인터넷 카페 등을 통해 구매 가격보다 적게는 3배, 많게는 6배 비싸게 팔았다. A씨는 2016년 8월부터 2020년 11월까지 총 4억2000만원의 이익을 거뒀다.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여성호르몬제가 필요하지만, 신분 노출을 우려해 산부인과를 찾기 꺼리는 이들을 범죄 대상으로 노렸다”며 “구매자는 총 404명으로 총 1639회에 걸쳐 판매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A씨가 판매한 여성호르몬제는 비급여 의약품으로 약국에서 건강보험공단에 판매 사실을 신고하지 않아도 된다. 이 때문에 A씨가 처방전을 위조해 대량으로 여성호르몬제를 구매하는 것이 가능했다.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비급여 전문의약품 유통에 대해 건강보험공단이나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좀 더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며 “관리가 허술한 수기 처방전 제도도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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