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관생도 청원 글에, 보훈처 차장 "지휘관 될 사람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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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관생도를 자처하는 청원인의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글이 재촉발한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 사태 논란이 또 다른 국면을 맞고 있다. 행사를 주관했던 국가보훈처의 이남우 차장이 29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해당 청원 내용을 비판하는 게시물을 올리면서다.

이남우 차장 페이스북에 비판글 올려 #"코로나19 방역 비상상황 이해 없어"

앞서 기념식이 있었던 지난 26일 사관학교 4학년 생도라고 자신을 밝힌 청원인이 당초 정부가 선거기간을 이유로 야당 의원들의 행사 참석을 불허한 것을 놓고 우려하는 내용의 청원을 게시했다. 청원인은 "조국에 목숨 바친 고귀한 영웅들을 기리는 국가적 추모 행사에 여ㆍ야가 어디 있으며 정치, 이념이 어찌 있을 수 있단 말이냐"며 "국가에 목숨을 바친 자들을 기리는 추모행사와 정치적 논란을 엮는 것 자체가 전사자들과 유가족에 대한 모독"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이 게시물은 비공개로 전환된 상태다.

자신을 사관학교 4학년 생도라고 밝힌 청원인이 지난 26일 ‘현역 대한민국 사관생도가 우국충정으로 대통령님께 고언을 올린다’는 제목의 청원글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렸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자신을 사관학교 4학년 생도라고 밝힌 청원인이 지난 26일 ‘현역 대한민국 사관생도가 우국충정으로 대통령님께 고언을 올린다’는 제목의 청원글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렸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이런 청원 내용과 관련, 이 차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국민청원을 올린) 이 사람이 진짜 사관생도인지 알 길이 없지만, 사실이라면 여러 가지로 안타깝고 우려스럽다"며 "장교가 돼 지휘관이 될 사람이라면 이 정도의 용기가 필요한 행동에는 정확한 상황 판단이 선행돼야 하지 않겠나"라며 견해를 폈다.

그는 "청원 내용에는 지금이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비상상황이라는 이해가 어디에도 없다"며 "지난해 6.25 70주년이나 4.19 60주년, 5.18 40주년 등 예년 같으면 성대하게 치러졌을 굵직굵직한 10년 주기 행사들조차 대부분 참석 범위를 최소화한 가운데 온라인 중심으로 간소하게 치러졌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서해수호의 날 행사도) 청원인은 정치적 의도를 의심하지만, 코로나가 없던 2019년까지는 여ㆍ야 구분 없이 국회의원 전원에게 초청장이 발송됐다"며 "작년부터 코로나 상황에 돌입하면서 방역 목적상 초청대상이 200명으로 축소됐고, 외부인의 참석도 엄격히 제한됐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6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해군 2함대사령부 천자봉함·노적봉함에서 열린 제6회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6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해군 2함대사령부 천자봉함·노적봉함에서 열린 제6회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차장은 또 "사람은 보고 싶은 대로 보는 법이라고, 정치적 의도에 의한 결정이라고 읽는 게 정치적 독법일지 모르겠으나, 그걸 팩트인 양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건 곤란하다"며 "특히, 지휘관이 될 사람이 그러면 더더욱 안 된다"고 했다.

이 같은 이 차장의 게시글이 논란이 되자 정부 안팎에선 "아무리 사실관계를 바로잡는 개인 의견이라고 해도 고위 공직자로서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우려에 대해 이 차장은 이날 " 소관 업무에 관한 일로, 오해가 있는 것 같아 내용을 설명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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