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곤한 봄 식탁 식초 한 방울로 '상큼한 충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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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초는 술의 사촌쯤 된다. 옛날 오래 놔둔 술이 발효되면서 시큼한 맛을 냈고, 이를 조미료로 쓴 것이 식초가 됐다. 식초는 음식의 맛을 더하는 조미료의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다. 오래 전부터 약으로 이용되기도 했다. 고대 아시리아의 의학 교과서에는 귀의 질병을 치료하려면 식초를 사용하라고 나와 있다. 동양에서도 동의보감 등에 식초의 효능이 언급됐다. 최근엔 웰빙 바람이 불면서 다양한 식초가 등장했다. 재료에 따라, 종류에 따라 어디에 쓰고, 무슨 효능이 있는지 알아본다.

◆ 어떤 식초가 있나=원료에 따라 곡물 식초와 과실 식초로 나뉜다. 시중에 나와 있는 식초들은 대부분 맥아 추출물 원료로 만든 양조 식초다. 양조 식초를 기본으로 해 어떤 첨가물을 넣었는지에 따라 종류가 갈린다. 사과 과즙이 들어 있으면 사과 식초, 레몬 과즙을 첨가했으면 레몬 식초라고 하는 식이다.

현미를 원료로 발효 숙성시킨 현미식초도 있다. 또 식초의 노란색을 완전히 없애 요리 원래의 색을 살릴 수 있게 한 화이트 식초가 출시돼 인기를 끌기도 했다.

과실로 만든 감식초는 요리의 재료보다는 건강 기능식품으로 사용된다. 포도 식초, 매실 식초, 솔 식초 등도 마찬가지다. 수입 식초도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서양식 샐러드를 먹는 가정이 늘어나면서 드레싱용으로 이탈리아.스페인.독일 등의 식초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이다.

수입식초는 크게 와인식초와 발사믹 식초로 나뉜다. 와인식초는 레드 와인이나 화이트 와인을 발효시켜 만든다. 발사믹 식초는 레드 와인 식초를 숙성시킨 고급 식초다. 생산 공정의 차이 때문에 발사믹 식초는 레드 와인 식초보다 더 진한 암적색을 띤다.

이외에 산도에 따라 '몇 배'식초라는 말도 있다. 보통 식초보다 산도를 높인 식초인데 2배 높였으면 2배 식초, 3배 높였으면 3배 식초라고 부른다.

◆ 요리에 맞게 써야=음식마다 궁합이 맞는 식초가 있다. 주로 향에 따라 음식과의 궁합이 결정된다.

▶양조 식초=자연스러운 새콤한 맛으로 대부분의 요리에 잘 어울린다. 신맛만 있어 개운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초밥을 만들 때 많이 쓰인다.

▶현미 식초=골뱅이 무침과 같은 무침 요리에 잘 어울린다. 음식의 잡내를 없애고 상큼함을 더한다. 물과 1 대 7 정도로 희석해 꿀을 섞어 마시기도 한다.

▶사과.레몬 식초=산뜻한 과일 향이 은은하게 난다. 마늘 장아찌 등 절임 음식에 사용하면 좋다. 생채 무침이나 초절이 등에도 사용된다.

▶감식초=건강식으로 많이 마신다. 물 한 컵에 한 큰술 정도의 감식초를 타 공복에 마신다. 다이어트와 피부 미용에 좋다고 알려졌다.

▶와인 식초=일반 식초에 비해 농도가 진하다. 샐러드 소스에 잘 사용된다. 적포도 식초는 탕수육 소스, 샐러드 소스 등 새콤한 소스를 만들 때 넣으면 고급스러운 맛을 느낄 수 있다. 백포도 식초는 생선 요리, 갈비찜 등의 양념에 사용하면 비린 맛을 없애주고 고기가 부드러워진다.

▶발사믹 식초=주로 드레싱이나 소스 만들 때 쓴다. 올리브유에다 살짝 넣어 빵을 찍어 먹으면 그만이다.

▶2배.3배 식초=무침 요리나 물기를 적게 해야 하는 요리 등에 쓰인다.

*** '팔방미인 식초' 이렇게 써보세요

▶조리할 때

-생선을 구울 때 한두 방울 떨어뜨리면 비린내가 없어지고 석쇠에 눌어붙는 것을 막아준다.

-김밥 자르는 칼에 발라주면 쉽게 자를 수 있다.

-양파를 자른 도마를 식초물로 닦아주면 매운 냄새가 없어진다.

-오이를 식초 탄 물에 담가두면 쓴맛이 없어진다.

-연근.우엉을 삶을 때 식초 몇 방울을 넣으면 아린 맛이 가신다.

-카레를 불에서 내려놓기 전에 식초를 조금 넣으면 독특한 풍미가 난다.

-너무 짠 음식에 식초를 몇 방울 떨어뜨리면 짠맛이 덜해진다.

-질긴 고기에 식초를 발라 2~3시간 두면 연해진다.

▶세탁할 때

-빨래를 식초 넣은 물에 헹구면 세제의 알칼리 성분을 중화시켜 섬유를 부드럽게 해준다.

-옷에 밴 과일 얼룩은 거즈에 식초를 묻혀 톡톡 두드린 뒤 비눗물로 씻어내면 깨끗하게 지울 수 있다.

-스타킹을 빨고 마지막에 식초 한 큰술을 넣고 헹구면 올풀림을 막아주고 발냄새도 없애준다.

-식초 탄 물을 뿌린 뒤 옷을 다리면 합성섬유의 정전기가 줄어든다. 먼지도 잘 안 묻는다.

-장마철 젖은 운동화를 빨 때는 식초를 서너 방울 떨어뜨린 물로 마무리 헹굼을 하면 퀴퀴한 냄새가 가신다.

-아기용 천 기저귀는 세탁한 뒤 식초를 몇 방울 떨어뜨린 물에 잠깐 담가두면 해로운 성분이 중화된다.

▶기타

-냉장고 안을 식초물로 닦으면 살균 효과가 있다. 곰팡이를 막아주기도 한다.

-악취 나는 주방 배수구에 식초물을 흘려보내면 냄새가 줄어든다.

-여름에 사용한 돗자리를 보관하기 전 식초물로 닦아주면 변색되지 않는다.

-주전자 안에 물을 가득 넣고 식초를 서너 방울 떨어뜨려 끓이면 주전자 안의 물때가 없어진다.

-물에 두세 방울 식초를 타 유리 그릇을 닦으면 반짝반짝 윤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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