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뱃길 막힌 수에즈, 발묶인 배 185척…하루 6800만원 손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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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컨테이너선 좌초로 이집트 수에즈운하가 마비되면서 선박들이 운하지대 중간의 팀사흐 호수에서 대기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컨테이너선 좌초로 이집트 수에즈운하가 마비되면서 선박들이 운하지대 중간의 팀사흐 호수에서 대기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전 세계 교역량의 12%를 차지하는 이집트 수에즈운하의 마비 사태가 예상보다 장기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수에즈 운하를 지나는 원유와 가스 등 에너지 자원의 공급이 차질을 빚을 우려도 커지고 있다.

썰물로 수위 내려가 예인작업 지연 #28~29일 첫 사리, 선체 이동 기회 #이 시기 놓치면 수주간 지속 가능성

수에즈운하는 지난 23일 초대형 컨테이너선 에버기븐 호가 폭 280m 구간의 수로에 좌초되면서 물길이 막혔다. 이런 상황에서 선박 예인작업이 지연되면서 사태 장기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25일 AP통신에 따르면 이집트 수에즈운하관리청(SCA)은 “예인선을 통해 선박을 정상화하려고 노력 중이지만, 썰물로 운하 수위가 내려가면서 예인 작업이 지연되고 있다”고 밝혔다. 길이 400m, 너비 59m, 무게 22만t이라는 선박의 규모도 작업을 어렵게 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전문가를 인용해 28일까지는 에버기븐 호의 항해 재개가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배가 움직이려면 수위가 더 많이 상승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2012년 이탈리아 초대형 유람선 ‘코스타 콩코르디아호’의 인양을 맡았던 닉 슬론은 “수에즈운하에서 밀물과 썰물의 차이가 최대가 되면서 수심이 46㎝가량 늘어나는 ‘사리’ 때가 돼야 선체를 움직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좌초 뒤 첫 사리는 28~29일에 온다. 선박이 운하를 완전히 가로막은 초유의 사태가 일주일이나 지난 때다. 이 시기도 놓치면 사태는 몇 주 동안 지속할 수밖에 없다. 다음 사리는 12~14일 뒤에나 돌아온다. 사리 때 예인 작업이 이뤄지지 않으면 선박에 실린 컨테이너를 하역해 배의 무게를 줄여야 하는데, 이 작업에도 여러 주가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SAC는 사고 직후 현장에 예인선 8척 등을 투입해 선체 부양 작업을 했다. 하지만 선박 규모가 초대형인 데다 선체 일부가 모래톱에 박혀 선박 이동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썰물로 수에즈운하의 수위가 내려가면서 에버기븐 호에 대한 예인 작업이 더욱 지연되는 상황이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현재 운항 재개를 기다리는 선박은 185척이다. 물류 전문지 로이드는 “운항이 하루 지연될 때마다 선주는 6만 달러(약 6800만원)의 손해를 본다”고 전했다.

BD스위스의 투자연구 책임자인 마셜 기틀러는 마켓워치에 “국제 해상 원유 수송량의 약 10%가 수에즈운하를 통과한다”고 지적했다. 페르시아 만(아라비아 만) 해역에서 수에즈 운하를 거쳐 지중해 쪽으로 이동하는 유조선의 통행 마비 사태로 유가가 불안정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는 다만 이번 사건이 유가에 미치는 영향이 지속적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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