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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경제사령탑 vs 월가 저승사자···1200조 블랙록 감독 충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엘리자베스 워런 미국 상원의원(왼쪽)과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CNN 캡처]

엘리자베스 워런 미국 상원의원(왼쪽)과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CNN 캡처]

미국 경제 사령탑과 ‘월가의 저승사자’가 충돌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과 엘리자베스 워런 민주당 상원의원 얘기다. 두 사람은 24일(현지시간) 온라인으로 열린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서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에 대한 감독 여부를 두고 설전을 벌였다.

CNN과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워런 의원은 이날 “재무부 산하 금융안정감독위원회(FSOC)가 블랙록을 금융시스템 위협 가능 회사로 지정하는 걸 고려토록 지시할 건가”라고 옐런 장관에게 질문했다.

이에 옐런 장관은 “블랙록을 포함해 자산관리 산업이 제기하는 위험을 주의 깊게 살펴보는 게 중요하다”며 “회사 지정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금융시스템에 위협을 주는) 활동에 초점을 맞추고 적절한 규제가 무엇인지 고려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자 워런은 옐런을 압박했다. 그는 “미국과 중국을 제외하면 전 세계 그 어떤 나라의 연간 국내총생산(GDP)보다도 많은 9조달러를 운용하는 투자회사가 망하면 미국 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지 않겠느냐”며 “FSOC를 통해 조사하지 않는다면 어떤 위험이 있는지 어떻게 분석을 할 수 있냐”고 따졌다.

옐런은 이에 대해 “문제가 생기면 미 금융안정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할 기관을 (FSOC 관리 대상으로) 지정하는 건 적절하다”면서도 “자산운용사는 연방준비제도(Fed)가 감독하고 있는 대형은행과는 매우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정이 올바른 수단인지도 내겐 분명치 않다”고 맞섰다. 그는 FSOC 문제에 대한 작업을 시작했고, 자산관리가 목록에 포함될 것이라고도 했다.

미국 뉴욕에 있는 블랙록 본사의 모습.[EPA=연합뉴스]

미국 뉴욕에 있는 블랙록 본사의 모습.[EPA=연합뉴스]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미국은 도드-프랭크 법에 따라 FSOC를 설립해 금융시스템을 위협할 수 있는 은행을 지정해 금융 행위를 감시하고 있다. 자산규모 500억달러 이상인 은행이 대상이다. 블랙록의 자산규모는 은행에 적용되는 기준을 180배 넘지만 은행이 아니라 관리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아지즈나얀 블랙록 대변인은 이날 e메일 성명에서 “미국에서 과거 두 번의 행정부와 수많은 세계 규제당국이 10년 동안 우리 산업을 연구한 결과 자산운용사는 은행과 다르게 규제해야 한다는 결론을 냈다”며 “주로 상품과 서비스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 "재무부 부장관·NEC위원장 등 블랙록 출신"

브라이언 디스 미국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AFP=연합뉴스]

브라이언 디스 미국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AFP=연합뉴스]

블룸버그는 FSOC는 이미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에 특정 회사를 관리대상으로 두지 않고 특정 활동에 대해서만 감독을 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워런 의원처럼 금융권에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민주당 의원들은 FSOC가 가장 강력한 수단을 포기했다고 비판해왔다.

블룸버그는 블랙록 출신 인사가 조 바이든 행정부의 고위직에 진출해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월리 아데예모 재무부 부장관은 래리 핑크 블랙록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의 비서실장이었다. 브라이언 디스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블랙록의 지속가능 투자부문 글로벌 책임자를 지냈다. 블랙록 최고 투자 전략가였던 마이크 파일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최고경제고문을 맡고 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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