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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전쟁중 명령불복종은 총살"…LH 이번엔 자회사 갑질

중앙일보

입력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17일 부동산 관련 공직자들을 향한 국민들의 공분 또한 하늘을 찌를 기세다. 이날 대전 서구 한국토지주택공사 대전충남지역본부 건물 앞 신호등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프리랜서 김성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17일 부동산 관련 공직자들을 향한 국민들의 공분 또한 하늘을 찌를 기세다. 이날 대전 서구 한국토지주택공사 대전충남지역본부 건물 앞 신호등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프리랜서 김성태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한 자회사 사장이 직원들에게 부당노동행위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LH의 콜센터·고객관리 등의 용역을 맡은 자회사 ‘LH주거복지정보’의 직원 A씨는 23일 “사장이 ‘명령 불복종’ 내규를 들어 인사팀 직원 3명을 직위 해제하고, 공석에는 친분이 있는 직원을 독단적으로 앉히는 인사를 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내부 공모제로 뽑아오던 인사를 이번에는 사장이 이메일로 직접 이력서를 받아보는 방식으로 강행했으며 연령 제한 규정도 수정했다”고 했다. 또 다른 직원 B 씨는 “개인소유의 회사도 아니고 공직 유관단체인데, 해당 경력도 없는 사람이 낙하산으로 내려와 명령 불복종 내규를 남용했다”고 비판했다.

의혹이 제기된 LH주거복지정보의 이재영 사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대표변호사를 지낸 법무법인 부산의 사무장 출신으로 지난해 6월 취임했다. LH주거복지정보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 정책에 따라 만들어진 회사다.

회사 직원들은 인사팀 직원들이 질병 휴직 등에 대한 노조의 입장을 이 사장에게 전하면서 의견이 부딪혔으며, 그에 따른 ‘명령 불복종’이 직위해제 사유가 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직원 B씨는 “이 사장은 명령 불복종 내규를 독재하듯이 남용했다. 평소에 ‘군대였다면 명령 불복종할 경우 총살이다’라는 경고성 말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이어 “상당수 직원은 언제든 직장에서 물러날 수 있을 것이라는 불안함으로 혼란스러워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직원들은 또 “이 사장이 속 시원하게 마음을 터놓고 얘기하자는 취지의 ‘사이다 미팅’이라는 이름으로 회식을 자주 열었고, 술자리에 자주 참석한 여자 직원들에게 인사 특혜를 줬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LH주거복지정보의 부서 팀장들에게 노조 탈퇴를 강요했다는 의혹, 코로나19 확산 와중에 ‘사이다 미팅’을 강행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사이다 미팅 관련 논란글에 답을 한 이재영 사장. 해당 글은 삭제됐다. 제보자 제공

사이다 미팅 관련 논란글에 답을 한 이재영 사장. 해당 글은 삭제됐다. 제보자 제공

LH주거복지정보 사내 게시판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다’라고 했는데 우리 회사의 인사 과정은 사이다 미팅이냐”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고 한다. 이 사장은 이 글에 대해 “사이다 미팅은 업무의 연장선이었고 직원과 온몸을 바쳐 소통한 것인데 이런 식으로 불만이 나와 화가 난다”는 입장을 적기도 했다.

이런 의혹에 대해 이 사장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인사팀의 직위해제는 명령 불복종 외의 사유들이 많았고 이틀 뒤 다시 다른 팀으로 복귀 명령을 내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이다 미팅을 통해서 점찍어 둔 사람을 채용한 게 아니라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사람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일부러 외부에서 채용하지 않았던 것이었는데 이렇게 내부 반발이 클 줄 몰랐다. 앞으로는 이런 방식을 사용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노조 탈퇴 강요 의혹에 대해서는 “두 개의 노조가 함께 있는 상황이라 하나로 합치라는 이야기를 자주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또 “‘명령 불복종하면 전시 중엔 총살’이라는 발언은 평소 군대식 비유를 많이 들어서 그런 것 같지만, 말한 기억은 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최연수 기자 choi.yeonsu1@joo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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