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김기자의 V토크] 1분이라도 뛰고 싶은 GS 큰언니 한수지

중앙일보

입력

GS칼텍스 한수지. [사진 한국배구연맹]

GS칼텍스 한수지. [사진 한국배구연맹]

"잠깐이라도 뛰고 싶어요." GS칼텍스의 맏언니 한수지(32)가 챔피언결정전을 간절하게 기다린다. 어떻게든 코트를 밟고 싶다는 마음이다.

정규시즌 1위 GS칼텍스는 26일 시작되는 챔프전(5전3승제)을 차분하게 준비하고 있다. 플레이오프(3전2승제)에서 2위 흥국생명과 3위 IBK기업은행이 1승1패씩을 주고받아 24일 3차전에서 상대가 가려진다.

미들블로커 한수지는 지난 1월 연습 도중 발목을 다쳐 수술을 받았고, 재활에 3~4개월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GS는 또다른 미들블로커 권민지까지 다쳤지만 김유리, 문명화, 문지윤 등이 공백을 잘 메워 챔프전에 직행했다.

차상현 GS칼텍스 감독은 "내게는 정말 중요한 선수"라며 한수지의 공백을 아쉬워했다. 블로킹 뿐 아니라 세터 출신이라 2단 연결도 능숙하기 때문이다. 한수지는 "감독님이 수술 전에 어떻게 하고 싶냐고 물어보시면서 '나한테는 너무 큰 타격인데 어쩔 수 없다'라고 하시더라"고 전했다.

GS칼텍스 한수지. [사진 한국배구연맹]

GS칼텍스 한수지. [사진 한국배구연맹]

재활치료 막바지인 한수지는 코트를 밟겠다는 마음이 강하다. 한수지는 "올해 몸을 잘 만들어서 너무 아쉬웠다. 의사선생님은 '안 된다'고 하시고, 감독님도 걱정하신다. 하지만 통증이 없어서 조금씩 연습을 늘리고 있다"고 했다. 이어 "느낌이 좋다. 챔프전에 뛴다는 마음으로 준비를 하고 있다. 조금이라도 뛴다면 아쉬움이 줄어들 것 같다"고 했다.

한수지는 2006~07시즌 GS칼텍스에 입단해 현대건설·KGC인삼공사를 거치면서 우승을 딱 한 번 차지했다. 한수지는 "정규시즌 1위도 한 번, 통합우승도 한 번 뿐이다. KT&G 시절 마델라이네 몬타뇨가 있을 때(2009~10시즌)다. 이렇게 좋은 기회가 언제 있을지 모르는 상황이라서 뛰면서 우승하고 싶다"고 했다.

한수지가 부상이 안타까운 이유는 그 어느 때보다 성적이 좋았기 때문이다. 부상 당시 한수지는 세트당 0.672개의 블로킹을 잡아내며 2위를 달리고 있었다. 최종 1위 한송이(0.699개), 2위 정대영(0.697개)와 격차가 크지 않아 완주했다면 생애 첫 '블로퀸'도 가능했다. 한수지는 "개인 성적, 팀 성적 모두 좋았다. 블로킹 1위 경쟁에 끼어들었어야 했는데"라고 웃었다.

한수지는 사실 부상 없이 꾸준한 선수다. 2년차인 2007~08시즌 이후 20경기 이하로 뛴 건 12-13시즌과 올시즌 뿐이다. 12~13시즌엔 갑상선암 수술을 받았다. 한수지는 "약을 매일 먹고, 3개월마다 검사를 받는다. 어차피 평생해야 할 일이고, 나는 무딘 편이라 잘 이겨내는 것 같다. 사실 훈련이 더 힘들고, 나만 힘든 것도 아니다"라고 했다.

선수들을 안정시키고 있는 GS칼텍스 한수지. [사진 한국배구연맹]

선수들을 안정시키고 있는 GS칼텍스 한수지. [사진 한국배구연맹]

답답한 마음이었지만 한수지는 경기 때마다 관중석에 앉아 동료들을 응원했다. 경기 초반엔 조용히 보다가도 중요한 상황이 되면 "때려" "막아"라고 큰 소리를 외쳤다. 한수지는 "해줄 수 있는 게 없으니까 격려라도 해주고 싶었다"고 했다.

GS칼텍스는 20대 초중반 젊은 선수들이 주축이다. 주장 이소영(27)도 다른 팀에선 중간 정도 나이다. 한수지는 "큰 경기를 뛴 선수들이 많지 않아서 너무 부담갖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 플레이를 하면 결과도 따라올테니까 너무 이기거나 욕심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후배들을 독려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