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week& 건강] 눈 튀려다 눈 망칠라

중앙일보

입력

서양인처럼 파란 한국인의 눈, 뚜렷하고 커진 눈동자, 얼룩말 무늬.축구공.소용돌이.고양이 눈.태양 등 다양한 문양이 새겨진 눈…. 모두 콘택트 렌즈의 마술이다. 1950년대에 하드 렌즈(소프트 렌즈는 70년대에 개발)로 첫선을 보인 콘택트 렌즈의 원래 용도는 안경을 대신해 시력을 바로잡아주는 것이다. 그러나 그 후 반세기 동안 진화를 거듭해 최근엔 컬러 렌즈.서클 렌즈 등 미용 렌즈까지 등장했다. 렌즈가 메이컵 도구의 하나로 용도 변경된 것이다. 렌즈에 대한 일반인의 상식을 깨는 것이 하나 더 있다. 근시.난시 환자의 각막을 밤새 눌러주는 RGP 렌즈(상품명, OK 렌즈.드림 렌즈.LK 렌즈)다. 이 렌즈는 '낮에 끼고 밤에 빼는' 일반 렌즈와는 정반대다. 콘택트 렌즈의 통념을 깨뜨린 미용.RGP 렌즈의 바른 사용법을 알아보자.

미용 렌즈=원래는 각막이 혼탁한 환자용으로 개발됐다. 컬러 렌즈는 렌즈에 청.녹.황.적.회색 등 다양한 색을 입혔다. 서클 렌즈는 검은 눈동자 주변에 흑색이나 갈색을 넣어 눈동자가 더 크고 뚜렷이 보이도록 한 것이다.

삼성서울병원 안과 정의상 교수는 "각막 직경은 보통 1.1~1.2㎝인데 서클 렌즈를 끼면 눈동자 크기가 0.2~0.4㎝쯤 크게 보인다"고 설명한다.

미용 렌즈는 소프트 렌즈의 일종이다. 산소투과율.눈물 보유량이 맨눈은 물론 하드 렌즈보다 훨씬 떨어진다. 이것이 미용 렌즈 착용 뒤 안구 건조증이 흔히 오는 이유다.

눈이 마르면 눈물이 줄어 그만큼 세균 오염 가능성이 커진다. 게다가 색깔이 든 미용 렌즈는 겉표면이 일반 렌즈보다 거칠기 때문에 눈을 깜박일 때마다 각막이 손상받기 쉽다.

미용 렌즈 착용 후 각막 껍질이 약간 벗겨졌다면 렌즈를 며칠 빼놓으면 된다. 보통 2~3일 지나면 상처가 아문다. 그러나 상처가 난 각막에 녹농균 등 세균이 침투해 궤양이 생기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따라서 매일 렌즈 세척을 하고, 소독은 매주 1회는 해야 한다.

강남성모병원 안과 주천기 교수는 "미용 렌즈는 일종의 이물질이므로 6시간 이상 연속적으로 끼거나 착용한 채로 잠을 자는 것은 곤란하다"며 "인터넷 동호회를 통하거나 친구끼리 미용 렌즈를 화장품.액세서리처럼 서로 교환해 쓰는 것은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남이 쓰던 미용 렌즈를 착용하면 렌즈에 남은 눈물을 통해 B형 간염 바이러스.헤르페스 바이러스 등이 감염될 수 있다.

한림대 의대 강동성심병원 최태훈 교수는 "인터넷 쇼핑몰, 패션 용품 가게, 안경점 등에서 미용 렌즈를 사서 쓰는 것은 현명한 일이 아니다"라며 "안과에서 시력검사.각막검사를 받고, 직경.만곡도가 자신의 눈에 잘 맞는 렌즈를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산소투과율.렌즈 두께가 표시되지 않은 저가(한 쌍에 3만~5만원)의 중국산과 무허가 제품이 판매되고 있으므로 미용 렌즈 구입 전에 모델명과 제조.수입업체를 확인해야 한다. 렌즈의 유효기간을 준수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수술하지 않는 시력교정 렌즈=자는 동안 각막을 눌러줘 낮 시간에 정상시력을 갖게 하는 것이 원리다. RGP 렌즈라고 하는 하드 렌즈를 잠자기 30분 전에 착용하고, 기상 후 30분이 지나 빼낸다. 이 렌즈는 하드 렌즈로 산소투과율이 높은 편이다. 적용 대상은 안경 착용에 불편을 느끼거나 라식.라섹 수술 받기를 꺼리는 근시 환자다.

아침에 렌즈를 빼도 낮에 맨눈으로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 비용은 검사비.렌즈 값 포함해 80만~100만원 선이며, 환자에게 맞는 렌즈가 확정되기까지 한 달 가량 소요된다.

강남성모병원 안과 김진형 교수는 "-4 디옵터 이하의 근시이면서 난시가 많지 않은(-2 디옵터 이하) 사람에게 효과적이며, 이보다 고도 근시.난시 환자에겐 별 소용이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 렌즈의 광범위한 사용에 우려를 표하는 전문가도 적지 않다.

이달 5일 서울 강남성모병원에서 열린 한국콘택트렌즈연구회 학술대회에선 이 렌즈를 18개월간 착용한 뒤 각막 손상.시력 장애.통증을 일으킨 28세 여성 환자의 사례가 소개됐다. 치료를 받았지만 각막이 헐어 눈에 하얀 반흔이 평생 남게 됐다. 렌즈를 제거하고 5개월 지나 잰 교정 시력은 0.7(렌즈 착용 전의 교정 시력은 1.0)에 그쳤다.

서울백병원 21세기안과병원 김재호 원장은 "어린이나 일부 성인은 둔감해서 각막염.각막궤양 등 부작용이 동반돼도 불편을 감수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미용 렌즈란= 시력 교정 목적이 아니라 아름다움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착용하는 렌즈. 최근 젊은 여성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으며, 컬러 렌즈와 서클 렌즈가 대표적이다. 둘 다 소프트 렌즈로 산소투과성과 함수율이 낮다는 것이 단점이다. 컬러 렌즈는 그날 입은 옷과 분위기에 따라 눈동자에 포인트를 주기 위해 렌즈에 파란색.초록색 등 다양한 색깔을 입힌 것이다. 서클 렌즈는 검은 눈동자 주변에 테두리를 주어 눈동자가 더 크고 뚜렷하게 보이게 하는 렌즈다.

***미용 렌즈의 올바른 사용법

▶렌즈를 끼고 뺄 때는 손을 깨끗이 씻는다

▶렌즈는 되도록 외출할 때만 착용한다

▶6시간 이상 착용하지 말고, 착용한 채 잠자지 않는다

▶렌즈 착용시 인공 눈물을 자주 넣어 안구 건조를 막는다

▶라식수술을 받았다면 의사의 지시에 따라 착용한다

▶렌즈와 보관함은 매일 세척하고 보존액도 매일 갈아준다

▶안전성이 검증된 렌즈를 구입하고, 매주 한 번 소독한다

▶안과 전문의의 진단을 받아 자신에게 맞는 제품을 선택한다

▶눈부심.통증.충혈.시력 저하가 있으면 안과를 방문한다

자료=가톨릭의대 강남성모병원 안과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