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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겨울 보약 "해수"

중앙일보

입력

"솔직히 병이 쏙 낫는다고는 장담 못혀요. 그려도 바닷물로 찜질 한번 징하게 허면 아픈 게 덜하제. 아토피는 덜 가렵고 신경통으로 쑤시던 게 며칠은 참을 만허고. 그려서 한번 오면 자꾸 와요. 서울 단골도 많어. 그랑께 이 촌구석서 입때 해수찜 장사혀 먹고사는 것이제."(전남 함평 신흥해수찜 최종호씨)

"장모님이 여섯을 낳았지라. 그때마다 몸조리 삼아 해수찜을 혔다던디. 옛날 이 동네 아주머이들은 다 그랬댜. 그려야 나(나이) 들어서도 뻿속에 찬바람이 안 든다만."(전북 고창 구시포해수월드 이양희씨)

해수찜이 언제 시작됐는지는 아무도 몰랐다. 그냥 '할머니의 할머니의 할머니 때'부터 내려왔다고 했다. 함평 주포해수찜 간판에는 '109년 전통'이란 글귀가 있지만, 몇 년 전 동네 어르신이 "한 백 년쯤 됐겠지"라고 말해서 어림짐작한 수치란다.

옛 방식은 갯벌에 작은 연못을 파서 바닷물을 붓고, 달군 돌을 넣어 물을 데운 뒤 거적을 적셔 몸에 두른다. 10여 년 전만 해도 함평에선 갯벌에 천막을 치고 옛 방법 그대로 해수찜 영업을 했다.

지금은 건물을 지어 실내에서 찜질을 한다. 바닷물에 약쑥과 참숯을 넣고는 '해수약찜'이라 부른다.

물은 80~90℃로 뜨겁게 데운다. 적신 수건을 맨몸에 대면 그대로 덴다. 그래서 업소에서 준비한 찜질복을 입고 그 위에 뜨거운 수건을 둘러야 한다.

직접 경험을 통해서는 평소 쑤시는 데가 없어선지 통증 완화 효험을 맛보지 못했다. 하지만 고창에서 30분 정도 해수찜을 했는데, 나온 뒤에도 20여 분 동안 온몸에서 끊임없이 땀이 흘렀다.

해수찜을 한 뒤에는 바로 민물 샤워를 하지 말 것. 몸에 스며들어 '약발'을 낸다는 바닷물 속의 각종 염분과 미네랄이 그냥 씻겨 내려가기 때문. 찜질 직후 해수 냉탕에 들어가는 것도 금물이다. 구시포해수월드 이양희씨는 "찜질로 늘어졌던 관절이 갑자기 수축돼 아플 수도 있다"고 말했다.

▶ 경기도 김포시 약암 홍염천

지하로 스며든 해수라 염분은 바닷물의 10분의 1. 대신 철분이 많아 물 색이 뻘겋다. 조선 철종이 이 지역의 물로 눈을 씻고 눈병이 나았다는 전설도 있다. 어른은 주중 5000원, 주말 6000원. 031-989-7000. 이곳에서 대명포구 가는 길에 교육박물관이 있다. 1950년대부터의 교과서.교복에 양은 도시락까지 '학교'와 관련된 4000여 점을 전시했다. 옛 모습 그대로 꾸며놓은 교실도 있다.

▶ 경기 화성 발안 식염온천

역시 지하 해수인데도 짠맛이 완연하다. 염분이 많은 이유는 지각 변동 때 바닷물이 땅 속에 갇혔기 때문이란다. 민물 샤워를 하지 않아도 끈적임이 없다. 마시는 해수가 나오는 곳이 따로 있어 약수처럼 떠가기도 한다. 어른 6000원. 대중탕 말고 가족탕도 100여 개가 있다. 3시간에 4만원, 1박은 7만원. 031-351-9700 ~ 1.

▶ 충남 당진 도비도 대호 암반해수탕

지하 200m에서 끌어올린 짠물을 데웠다. 서해가 보이는 노천탕도 있다. 어른 5000원. 물때가 맞으면 바로 앞 갯벌에서 굴을 따는 것도 가능. 갯바위와 모래로 된 갯벌이어서 발이 빠지지 않는다. 여기로 가는 서해안고속도로 송악 IC 부근에 삽교호 관광지가 있다. 실제 군함의 내부를 둘러볼 수 있다. 해수탕 문의 041-351-9300.

▶ 전북 고창 구시포 해수월드

해수찜에 해수탕까지 갖췄다. 들어갈 때 해수찜하는 방법에서 효능까지 주인이 좀 요란하다 싶을 정도로 자세히 설명한다. 옛 모습 그대로인 읍내 고창읍성(모양성)도 들를 만한 곳. 읍내를 비롯해 곳곳에 있는 2000여 기의 고인돌도 볼거리다. 해수찜은 2인 2만7000원, 3인 3만6000원. 예약 필수. 063-561-3323,4.

▶ 전남 함평 해수찜

고창은 바닷물을 보일러로 데우는데 함평은 옛 방식 그대로 달군 돌을 물에 집어넣는다. 돌에 유황 성분이 많아 유황온천 같은 효과도 있다고. 주포해수찜에선 수건과 함께 거적도 준다. 옷장에 열쇠가 없는 집도 있다. 업소에 따라 3명에 2만5000원 내외. 예약은 필수다. 주포해수찜 061-322-9489, 신흥해수찜 061-322-9900, 함평신흥해수찜 061-322-9487.

***인천에 가면 짭짤한 재미

이곳에선 눈으로 보려 하지 말고 코 끝을 세워보라. 짭짤한 바다 냄새가 후각을 자극할 것이다. 멀리 보이는 어선 한 척, 바로 인천 연안 부두다.

여객선과 횟집, 그리고 갈매기로만 유명한 연안부두가 최근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해수(海水)를 이용한 목욕탕 때문이다. 옹기종기 10여 곳이 생겨나면서 '해수탕 타운'을 이뤘다. 지하 200m 남짓한 땅속에서 끌어올린 해수가 아토피성 피부병과 관절염 등에 특효가 있다는 입 소문이 든든한 지원군이다.

연안 부두에 해수탕이 처음 생긴 것은 1980년대 중반. 서해 해수탕의 김순례(80) 할머니는 "어릴 때부터 여기 사람들은 지하에서 나온 바닷물로 목욕을 했다. 그러던 것이 주민들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목욕탕 사업'으로 본격화됐다"고 했다. "무엇이 좋은지는 잘 모르지만, 노인네들이 와서는 물리치료가 따로 필요없다고 하더라"고 은근슬쩍 덧붙인다.

이 해수탕 타운의 현대화를 앞장서 이끈 곳이 '인스파월드'다. 지난 8월 완공됐는데, 규모가 엄청나다. 대지 2800여 평, 건평 1000여 평에 5층 건물이다.

안으로 들어가면 3층에 해수 사우나가 있다. 물줄기가 뿜어져 나오는 천연 해수탕 스파에 몸을 담그면 시원하게 안마를 받는 느낌이다. 20분 남짓 이용했을 뿐인데도 거울에 비친 피부가 뽀얗다. 김영욱 마케팅실장은 "해수탕에서 가장 중요한 건 염분 농도다. 3%를 유지해야 땀과 비슷한 성분이라 신체에 좋다. 미끈미끈 하면서도 따로 샤워할 필요가 없는 이유는 바로 적절한 염분 농도 덕분"이라고 자랑한다.

2층은 찜질방. 참나무를 직접 때는 방식의 재래식 불가마가 있다. 4.5층을 터서 만든 수영장은 워터파크 수준이다. 56m 길이의 슬라이더는 아이들에게 인기다. 식당.헬스 등 편의 시설도 잘 갖춰져 있는 편. 올 겨울 온 가족이 하루 '해수탕 나들이'로 즐기기에 적당하지 않을까 싶다. 해수 사우나만 이용하면 5000원, 찜질방까지 함께 이용하면 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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