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다공증과 오래 사는 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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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이나 영수증, 혹은 통조림의 유효기간 같은 자잘한 글씨를 보려면 자기도 모르게 멀리 떨어뜨려 보는 것을 어느날 문득 알아채게 됩니다.


바야흐로 노안이 시작된 것입니다. 머리카락도 조금씩 듬성듬성해지고 기억력도 감퇴하기 시작해서 단어를 잊어버려 말을 더듬기 시작하는 것도 이때입니다.
물론 아직은 젊음과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아 심각하게 고민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증상들은 노화의 전주곡이며 이때부터 앞으로 살게될 많은 날들을 어떻게 준비해야 덜 괴롭고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을까 고민해야 하는 시점인 것입니다. 평균수명 70-80세, 더욱이 요새는 의료와 위생의 발달로 100세도 바라볼 수 있는 시대입니다. 초기에 잡을 수 있는 질병을 키워 인생의 후반기를 병마에 시달리면서 시름시름 살 것이냐, 아니면 노화의 초기부터 건강 계획표를 만들어 관리하며 건강하고 보람있는 노후를 즐길 것이냐가 결정되는 중요한 기로에 서있는 것입니다.

건강계획표란 그리 거창한 것이 아닙니다. 한편으론 일반적인 노화에 따른 대책을 각종 정보를 통해 얻고 다른 한편으로 자신의 취약한 부분을 미리미리 체크해 가는 것을 말한답니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질병에 대한 예방’일 것입니다. 40대 이후 일반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질병은 꽤 많습니다. 노화가 신체의 모든 부분에서 이뤄지기 때문입니다. 소화계와 혈관계, 근골격계를 막론하고 질병으로부터 자유로운 곳은 한군데도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담배도 끊고 술도 줄이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으로 보여집니다. 거의 모든 질병이 서서히 눈에 보이지 않게 진행되다가 어느날 갑자기 무서운 얼굴로 짠 하고 나타나는데 이 때에는 후회해도 소용없는 경우가 허다하답니다.

의사로서 한가지 놀라운 사실은 건강하게 오래 사는법을 얘기하다 보면 대개 뼈에 대한 관심이 그리 높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중풍이나 치매에 대한 관심이나 정보에 비해 뼈를 다치는 것은 생명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으려니 하여 별로 중요하게 생각지 않으시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사람이 살아가는 데 움직임과 활동이 필수적이라면 인체의 골격을 이루는 뼈는 생명과 밀접한 관련이 있답니다. 실제로 노인들의 사망률 3위가 골다공증으로 인한 척추골절이랍니다. 특히 겨울철에는 특별한 무리를 하지 않았는데도 뼈가 부러져 병원에 오는 노인 환자가 많습니다. 이 경우 대개는 재수가 없었으려니 하고 생각하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오랫동안 진행된 골다공증의 결과랍니다. 뼈가 부러지는 사태가 발생하지 않으면 전혀 눈치채지 못하는 증상이 골다공증입니다. 요즘은 골다공증 검사를 통해 간단히 자신의 뼈의 품질(?)을 알아볼 수 있지만 증상도 없는데 미리미리 신경써서 검사를 받고 대책을 세우는 분은 그리 많지가 않습니다.

특히 70-80대의 척추골절의 경우는 생명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 소홀히 여겨서는 안되는 것이랍니다. 이 경우의 대부분은 집에서 가만히 누워 있는 것을 상책으로 여깁니다. 그런데 이렇게 집에 누워 계시는 동안 환자의 건강은 극도로 약화되어 노인성 질환의 많은 부분이 동시다발적으로 생기게 마련입니다. 가뜩이나 골다공증이 심해 생긴 골절이라면 잘 붙지도 않을뿐 더러 척추골절로 전혀 거동하지 못한 채 몇 달을 누워서만 계시면 소화기나 혈관, 호흡기능에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또 뼈가 다 붙더라도 또다른 골절이 생기기 쉽고, 움직일 힘이 남아있지 않아 급속히 건강이 악화되는 사례를 많이 보아왔습니다.

그나마 다행으로 최신의학은 척추골절을 빠른 시간 내에 완쾌시키는 수술법을 개발해 놓았습니다. 특히 풍선을 이용해서 골절되어 주저앉은 부분에 안전하게 골시멘트를 주입하여 뼈를 붙이는 수술법은 이런 경우에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풍선척추 성형술) 무엇보다 누워있는 시간을 단 몇일로 단축시켜 일상생활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가능한 부작용을 최대한 줄이게 된 것입니다. (움직이지 않으면 뼈는 1주일에 1%씩 약해져 또 다른 골절이 생기는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따라서 1주일 이내에 활동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나 최선의 방법은 일이 생기기 전에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고 따라서 좀더 젊을 때 골다공증을 예방하고 건강을 챙기는 것이 현명한 현대인의 노후대책이 아닐까 합니다. 또 이미 골다공증이 있는 분이라면 치료제를 열심히 복용하고 적절한 운동을 해야 하며, 특히 온몸을 쭉쭉 늘리는 체조를 통해 등과 가슴을 펴주고, 또 넘어지지 않게 보호자와 동행하는 등 최대한의 노력을 하셔야 한답니다.

40대에 돌입한 분들. 아직은 건강에 자신이 있을때 미리미리 건강계획표를 만들어 체크하십시오. 지금부터가 시작입니다.
60-70대의 부모님들께도 꼭 골밀도 검사를 통해 더 늦기 전에 건강 체크하시도록 말씀드려 주십시오. 그리고 만일 골절 등 사고를 당하신다면 하루라도 빨리 털고 일어날 수 있도록 신속하게 적절한 치료를 받으셔야만 합니다.

미리 미리 건강 챙기시고 삶의 질을 향유하는 노년 생활을 설계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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