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도 텔레마케팅이 가능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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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연구 1>

자생한방병원은 추나를 이용한 척추치료를 전문화한 의료기관이다. 양·한방을 통틀어 드물게 텔레마케팅을 시도하고 있는 병원이기도 하다.
이곳 고객지원팀(PM)으로 불리는 텔레마케터는 모두 6명. 3개월간의 집중교육을 받은 전문요원들이다. 전화응대법은 물론 약재나 추나치료와 관련된 교육을 약사·의사와 같은 전문인들에게 받은 뒤 현장에 투입된다.
전화 상대는 이곳에서 치료를 받은 모든 환자들. 치료 후 증상의 변화, 현재 건강상태, 병원 내원시 불편사항 등을 질문한다. 보통 치료가 시작된지 3∼4일 후부터 치료가 끝날 때쯤, 그리고 3개월, 6개월 단위로 전화를 건다.
병원측은 마케팅보다 환자관리라는 서비스 차원에서 시작했다고 하지만 현재 환자 유인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는 설명. 자신의 병에 대해 관심을 써주는 병원의 배려가 신뢰로 연결된다는 것.
또 다른 기대효과는 환자의 불만을 직접 수렴할 수 있다는 점이다. PM팀의 정기보고서가 바로 그것이다. 환자가 지적한 부분을 분석해서 해당과에 개선을 지시하는 등 고객만족도를 최대한 높이고 있다. 환자가 치료비의 부담을 호소했다면 이 내용을 환자기록지에 첨부해 의사가 참고하도록 할 정도. 특히 치료효과에 대한 평가도 할 수 있어 연구기능을 돕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이밖에도 이 병원은 현재 3명의 예약팀도 가동하고 있는데 진료 예약 뿐 아니라 예약 확인도 하고 있어 해약율을 종래 50%대에서 20∼30%로 크게 줄이고 있다.

<사례 연구 2>

인천직할시 서구 석남동 주택가에 자리잡고 있는 성민병원은 지역밀착 홍보로 자리잡은 중소병원이다.
전화를 이용한 텔레마케팅은 ARS(전화자동응답시스템)가 대표적. 대부분 병원소개에만 그치는 ARS 기능을 환자 만족도 조사와 병원장의 새해 인사, 소아의 예방접종 시기 안내 등에 이용하고 있다.
처음에는 병원 소재가 주택가이기 때문에 환자 접근도가 떨어진다는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병원 위치 등 안내를 위해 개설했다. 그러다가 이를 좀더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음성 연하장을 개발했다. 병원장의 목소리를 50초에 담아 병원을 거쳐간 각 가정에 들려주는 방식. 통화료가 50원 밖에 들지 않기 때문에 연하장의 10분의 1 가격에 감동을 전한다. 3년동안 1만여명에게 전화 연하장을 돌렸다.
또 환자 만족도 조사는 전화로 녹음된 내용을 들려주며 설문에 대한 답을 번호를 눌러 기록하도록 하는 방법. 설문 결과를 분석, 지적을 받은 직원에게는 1일 병원 안내라는 봉사명령이 떨어진다. 상만큼 벌도 엄격하게 적용한다는 것.
이밖에도 간호 책임자가 퇴원한 환자에게 전화를 걸어 사후 관리를 해주고 있다. 전화내용은 재발여부, 병원이용에 대한 환자만족도, 불편사항 등이다.

텔레마케팅은 어떤 것?

텔레마케팅이란 전화나 PC통신, 인터넷 등 정보통신 기술을 활용해 고객의 요구를 충족시키고 새로운 고객을 발굴하는 마케팅 기법. 판매자와 구매자가 1:1로 접촉하는 방식인데 판매사원을 쓰는 것보다 비용 면에서 크게 경제적이고, 신문·방송광고처럼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홍보와는 확연히 차별된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보편화된 기법이지만 국내에는 5∼6년전부터 초보적인 기법이 도입돼 지금은 급성장하고 있는 추세. 지난해 텔레마케팅협회가 창립되고, 텔레마케터 양성교육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현재 텔레마케팅을 도입한 기업은 6백여 업체. 이곳에서 일하는 텔레마케터들만 9천여명을 헤아리며 시장규모도 1조원 정도 추산한다. 대부분 백화점, 카드회사, 은행, 보험사, 통신업체, 대기업이 주 이용고객.

텔레마케팅은 크게 두가지 유형이 있다. 하나는 '인바운드 텔레마케팅'으로 기존 고객의 불만사항 등을 통신수단을 통해 접수, 상담해주는 것. 또하나는 고객에게 유무형 상품을 적극적으로 권유하는 것으로 이를 '아웃바운드 텔레마케팅'이라고 부른다.

여기서는 지난호 인터넷 마케팅에 이어 전화를 이용한 텔레마케팅으로 내용을 국한한다.

의료에도 텔레마케팅이 가능할까

의료분야에 텔레마케팅을 굳이 생각한다면 몇 년전 붐을 이뤘던 700서비스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대부분이 병원 홍보는커녕 1, 2천만원씩들어간 투자비도 건지지 못했을 정도로 성공한 사람은 극소수였다. 실패 원인은 소비자에게 전화번호를 꾸준히 알려야 한다는 문제점 외에도 이를 운용하는 회사들이 난립, 전화 개설에만 급급해 사후관리에 소홀히 했기 때문.

그러나 텔레마케팅의 광범위한 기법중 700은 극히 일부분이다. 예컨대 알게 모르게 병원에서 이용하고 있는 전화예약이나 전화자동응답시스템도 일종의 텔레 마케팅.

그렇다고 의료기관이 일반 기업의 상품처럼 텔레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란 어렵다. 텔레마케팅은 광고보다 좀더 적극적인 판촉행위이기 때문. 그렇다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환자관리라는 서비스 차원에서 시작할 수도 있고, 병원에 대한 이미지나 친절도 조사, 정기적으로 환자를 전화방문해서 건강상태를 물어보면 그것만으로도 기대효과는 충족시킬 수가 있다. 이는 곧바로 병원의 신뢰감을 실어주고 환자에게 병원을 다시 찾도록 하는 동기가 되는 것이다.

특히 당뇨, 고혈압, 갑상선질환, 심장 및 신장병 등 만성질환자를 전문으로 하는 병원이나 정기적으로 건강을 체크해야 하는 건강검진 전문병원, 고액진료를 하는 병원들은 한번쯤 시도해볼 만한 마케팅 기법이다.

텔레마케팅 기업에서 배운다

'기아자동차를 사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용하는데 불편한 점은 없으십니까. 만약 고장이 있으면 알려주십시오.' 이런 내용의 전화를 받은 사람이 있을 것이다. 기아자동차는 이 해피콜 서비스를 시작하고 월 평균 80억원 정도 매출이 신장됐다. 월 8백대를 더 판 셈. 기아차를 다시 구입하는 재구매율도 47%에서 49%로 늘어났다.

다이어트식품이 우후죽순 쏟아져 나오는 상황에서 성공적인 판매를 기록하기란 쉽지 않다. 풀무원은 전문아웃바운드 텔레마케터 10명을 투입, 3개월만에 다이어트 식품하나만 2억1천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종전 대리점판매와 방문판매에 의존했을 때 보다 5배 이상 효과.

하이트음료는 생수 퓨리스를 출시하면서 전문텔레마케터를 동원, 8만명을 상대로 생수구입 여부와 관심도를 파악했다. 이중 관심을 보인 1만5천명에게 실물크기의 샘플과 제품 홍보물을 직접배달, 10일 뒤 소비자 반응을 살폈다. 그 결과 10%인 1천5백명이 정기고객으로 등록 당초 계획목표였던 월 평균 판매량을 무난히 달성했다.

SK텔레콤 플라자호텔은 전화모니터링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고객에 대한 직원들의 전화 받는 태도를 점검, 친절하고 효과적으로 응대하고 있는지를 파악한다. 또 이를 통해 부서간 경쟁을 유도하고 고객과의 접점에서 정보가 경영층에 피드 백 되는 장점을 십분 활용하고 있다.

이렇듯 텔레마케팅은 기법을 개발하면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환자설문조사에서 상담, 클레임 접수는 물론 직원들의 전화받는 태도등 환자만족도를 체크함으로써 환자이탈 방지 및 환자 확보에 성과를 거둘 수 있다.

텔레마케팅을 시작하려면

병원에서 텔레마케팅을 시작하려면 전문요원확보가 제1보다.

국내에는 1백여명으로 추산되는 텔레마케팅 슈퍼바이저라는 전문인력이 있다. 텔레마케터를 관리하고 기법을 개발하는 것이 이들의 역할. 병원은 규모가 크지 않으므로 이들을 상시 고용할 수는 없지만 아웃소싱을 받아도 무방할 것이다.

다음으로 텔레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해보고 싶은 의료기관이라면 간호 또는 행정인력을 전문기관에 위탁시켜 교육을 받게 할 수도 있고, 이미 교육받은 텔레마케터를 채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전문가들은 텔레마케터라면 다음과 같은 자질을 갖추어야 할 것이라고 주문한다.
▶분명하고 명료한 음성
▶거절을 당해도 인내하고 회복할 수 있는 능력
▶조직 능력
▶전화로 열성과 친근감을 표출하는 능력
▶고객의 유형이나 상황변화에 따른 대처능력

자체적으로 텔레마케팅을 개발할 능력이 없다면 전문 대행업체를 활용해도 좋을 것이다. 국내에는 토털텔레마케팅 서비스를 하는 한국텔레마케팅연구소(KTC), 고객이탈 방지 프로그램을 운용하고 있는 IMC마케팅, 통합 다이렉트 마케팅을 하는 DMI마케팅, 국내 최대의 콜센터를 보유하고 공개교육도 하는 MPC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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