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는 '설득'입니다…언론과 병원 홍보조직(1)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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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의 개념은 넓은 의미에서 `설득을 위한 노력'이라고 할 수 있다. 설득의 대상이 일반인이든, 정부나 언론 등 다른 조직이든 설득의 과정에는 나름대로 기술이 필요하다. 불과 4-5년 전만 하더라도 국내 병 의원들에게 홍보는 기업이나 관변단체에서나 필요한 일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병원이 자신의 존재를 알려 환자를 유치해야 하는 경쟁체제에 돌입하면서 병원서비스의 필요성만큼 홍보 또한 병원의 당면과제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홍보를 위한 각론에 들어가면 무엇을 어디서부터 풀어나가야 할 지 막연하다는 것이다. 홍보를 하기 위해선 홍보담당자 선정과 홍보실 운영이 우선 떠오를 것이다. 현재 병원 홍보조직의 운영은 크게 두가지 형태로 나뉜다. 첫째는 서울대병원이나 연세의료원과 같이 별도의 홍보과를 두는 경우와 한양대병원이나 가톨릭의대 부속병원에서 처럼 기획실 안에 홍보담당자 1-3명 정도만을 두는 경우다. 물론 별도의 홍보과를 운영하는 곳과 소수의 홍보담당자만을 두고 있는 곳은 홍보기능과 역할에서 근본적으로 큰 차이가 있다.

홍보조직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는 서울대병원의 예를 들어보자. 이곳에는 모두 9명의 직원이 홍보업무를 위해 상주하고 있다. 인적인 구성을 보면 홍보총책임자의 지휘아래 디자이너 1명, 간판제작 2명, 교양도서실 운영을 위한 사서 1명, 그리고 주보와 원보 제작 2명, 대외 홍보업무 2명(대외홍보는 다시 신문과 방송으로 나뉘어있다)으로 되어있다.

이들의 업무는 대내와 대외홍보로 나뉜다. 대내업무로는 병원을 알릴 수 있는 각종 브로셔, 안내서는 물론 연보, 홍보영화, 병원보, 표지판 등을 만드는 것이며, 대외홍보로는 퍼블리시티(매스컴에서 활용할 수 있는 각종 뉴스원 제공)의 생산, 기자 간담회 개최, 일부 병원행사등 이벤트업무의 대행 등이다. 기능은 다소 다르지만 이러한 시스템을 갖춘 곳은 서울대병원 외에도 서울중앙병원, 수원 아주대병원, 연세의료원, 삼성의료원, 고대의료원, 인천 길병원 등이 있고 홍보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앞으로도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비해 대부분의 병원은 기획실내에 홍보담당자 한 두명을 두고 홍보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이들 병원들은 전문인력 부족으로 업무의 범위는 그리 넓지 않다. 대체로 병원보 등 원내 홍보물 제작에 매달리는 것만도 업무가 벅차다는 것. 따라서 각 교실단위에서 필요한 홍보업무는 자체적으로 할 수 밖에 없다.

업무는 다른 병원과 크게 다를 바 없지만 실제 대부분의 시간은 주보 제작에 매달리고 대외홍보는 소홀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이들의 고백이다. 홍보에 통일성이 없고 대언론 창구도 일원화되어 있지 않아 능동적인 홍보 활동을 펼 수 없다.

매스컴을 활용하는 대외홍보는 맨파워가 훌륭하고 홍보담당자의 능력 및 의욕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인다. 홍보의 능력과 적극성은 실제 팩스나 우편물 등을 통해 들어오는 각종 정보물의 양과 질에서 드러난다. 병원이 홍보에 적극성을 띨수록 그만큼 기사 반영율이 높아진다는 것은 당연하다. 만일 자신의 병원과 다른 병원의 홍보력을 비교해 보려면 일간지 및 방송에 나타난 기사비중을 살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앞에서 설명했듯이 언론을 설득해서 신문지면에 반영케하는 것이 홍보담당자의 일인만큼 기사감각을 가진 전문성을 갖춘 인력의 채용은 중요하다.

그렇다면 홍보담당자는 어떤 자질을 갖춰야 하는가. 미국에서 PR전문가를 대상으로 조사한 내용을 의료분야에 적용해 보면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는 효율적인 집필 능력과 설득적인 언변을 갖추라는 것이다. 이는 기자를 상대로 뉴스거리를 만들고, 보도자료를 생산하기 위한 기본적인 조건이다.

다음은 각종 미디어에 관한 지식, 의료와 의학지식에 대한 이해, 병원경영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을 갖춰야 한다.
미디어에 대한 지식으로는 언론이 좋아하는 기사거리의 발굴, 신문이나 방송의 기사마감 시간, 의학 건강면 내용구성과 게재 요일, 기자의 성향 등이다. 홍보담당자가 자신이 몸담고 있는 병원의 모든 업무를 파악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병원은 일반 기업과는 전혀 다른 복잡하고 이해하기 힘든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홍보담당자는 의료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을 고루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대체로 기자들은 병원이나 의료에 대해 폭넓고 깊은 지식을 갖고 있지 않을 뿐더러 굳이 이해하려고 노력하지도 않는다. 따라서 병원홍보 담당자는 기자를 설득하기 위해 남다른 노력과 지식이 있어야 한다.

예를 들면 의료보험, 의약품의 유통구조, 의료전달체계에 대한 지식은 물론 간단하게 물어오는 질문에 답할 정도의 의학지식도 필요하다.

다음은 문제해결 능력과 의사 결정, 신뢰감 있는 행동과 책임감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취재원과 언론은 일반적으로 상호 협조적인 관계를 유지하지만 때론 상충되는 의견으로 대립관계에 놓일 수가 있다. 신문은 병원을 이용하는 일반인들을 주된 독자로 하고 있기 때문에 독자입장에서 병원의 문제점을 지적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이때 홍보담당자가 전문적인 지식과 신뢰있는 행동으로 기자를 설득, 기사화되는 것을 막거나 병원쪽의 의견을 반영토록 해야 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홍보담당자는 추진력과 정열을 갖추고 다방면에 관한 관심과 지적 호기심, 경청하는 습관, 실망을 참을 줄 아는 인내심이 있어야 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병원홍보 담당자들은 "홍보는 잘 해야 본전" 이라는 말로 업무의 어려움을 표현한다. 이러한 어려움은 경영자들의 인식부족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다. 경영자가 언론의 생리를 모르면서 무조건 기사화가 되지 않는 것만을 지적하여 질책한다거나, 활동비 등 자금지원 없이 몸으로 뛰라는 식의 요구는 곤란하다는 것.

그러나 이러한 어려운 환경 아래서도 대다수 홍보담당자들은 병원의 어느 부서보다도 열심히 뛰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신문사를 방문하거나 전화를 하는 회수, 각종 보도자료나 정보물들이 하루가 다르게 늘고 있음에서 이들이 활동이 얼마나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음을 실감한다. 이들이 힘껏 뛸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경영자들의 홍보마인드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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