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차례 헌혈한 65세 건강 "할아버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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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 70세까지는 헌혈을 계속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그동안 큰 보람과 건강을 안겨준 헌혈을 중단하게 돼 너무 아쉬습니다"

23일 대전.충남 혈액원으로부터 100차례 이상 헌혈한 공로로 특별상을 받는 윤재학(65)씨는 이렇게 말하면서 "장수시대에 정부는 헌혈가능 법적 연령을 일률적으로 만 65세로 정하지 말고 건강한 사람은 계속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1939년 5월 20일생인 윤씨는 지난 5월 7일 119번째 헌혈을 한 뒤 같은 달 20-21일 두 차례에 걸쳐 헌혈을 하려고 혈액원을 찾았다가 '만65세 연령제한'에 걸려 안타깝게도 그냥 되돌아가야 했다.

그는 공군본부 군사연구실에 발령받아 군역사편찬 업무를 시작한지 얼마 안 된 1977년 4월 갑자기 맹장이 터지는 바람에 서울 을지병원에서 3시간에 걸친 수술을 받았고 이때 수술실 공중에 매달린 혈액주머니 4개를 봤다고 한다.

육체적으로 고통스런 순간 혈액의 소중함을 깨닫고 '받은 은혜를 남에게 돌려줘야겠다'고 결심했으며 이후 헌혈을 생활화하기 시작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그는 남에게 좀더 맑은 피를 주려는 마음에 헌혈하기 1-2일 전부터는 기름기 있는 음식을 일부러 피했고 특히 60세를 넘어서부터는 14일 단위로 가능한 '성분헌혈'로 헌혈을 더 자주해 왔다.

그러면서 윤씨는 자연스럽게 '헌혈예찬론자'가 됐다.

적십자사 혈액원에서 보낸 혈액검사증으로 몸의 건강을 수시로 점검할 수 있고 헌혈 뒤 새로운 피가 체내에 생겨 신진대사가 잘 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

실제로 5세 손주를 둔 '할아버지'의 목소리는 젊은이 못지 않게 맑고 힘찼으며 1997년 6월 공군본부에서 정년퇴직한 후 계룡대 복지상가의 잡화상점 '만나사'직원으로 도장과 열쇠를 직접 만드는 등 아직도 활발한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윤씨는 "헌혈때문에 고혈압 걱정은 전혀 하지 않았다"면서 "지난 5월 헌혈을 중단한 이후 몸무게가 2㎏이나 증가하고 몸 안에 팽배감을 느끼는 등 건강에 영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헌혈을 못하게 된 그는 1989년 3군본부가 계룡대로 내려온 이후 틈틈이 익혀 취득한 수지침(手指鍼), 봉침(蜂針), 척추교정 관련 자격증으로 남을 위한 '제2의 사랑'을 펼칠 생각이다.

윤씨는 "외국에서 혈액을 수입해 쓰는 부끄러운 현실을 바꾸려면 젊은 직장인과 학생들의 참여를 위해 적십자사 혈액원이 근무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등 좀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며 충고를 아끼지 않았다.

(계룡=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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